일정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는 '성완종 리스트'
'성완종 리스트' 두고 별개라더니 서로 다른 셈법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가 14일 4월 임시국회 최우선 과제로 꼽혔던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를 위한 의사일정에 합의했지만 ‘성완종 리스트’가 정치권의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처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와 공무원연금 개혁은 별개의 문제’라며 합의대로 처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초 여야 지도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박근혜정부의 중점과제인 공무원연금개혁을 비롯해 대표적 경제살리기 법안인 관광진흥법과 크라우드펀딩법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경우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월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고, 이견을 보였던 실무기구의 구성도 마친 상황이었다.
공무원연금개혁 특위도 이날 전체회의를 갖고 내달 1일 개혁안을 심의·의결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주호영 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에 따르면 우선 오는 16일 회의를 갖고 공적연금의 기능 강화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보고 받은 뒤 공무원연금 제도 개선 법률안을 상정해 토론하기로 했다.
또 21일 회의에서 인사정책 개선방안을 논의한 뒤 23일부터 30일까지 연금개혁 실무기구에서 진행하는 개혁안 논의 내용을 특위 산하 법률안심사소위원회에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달 1일 전체회의를 갖고 개혁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실제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표가 붙어 있다. 더구나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공무원연금 개혁 등 주요 현안이 사실상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새누리당의 속내부터 복잡하다. 국정의 2인자인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해 허태열·김기춘·이병기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친박계 핵심인 유정복 인천시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파문의 확산 범위를 예측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긴급최고위원회의를 갖고 특검 도입을 논의하는 한편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무원연금 개혁 등에 대해 “국회는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새정치연합을 재촉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정쟁으로 흐르지 않길 바란다’고 했는데, 그 진정성을 믿고 싶다”며 “국회가 할 일은 해야 한다. 오늘 양당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임시국회의 할 일에 대해 전반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는 5월 2일 특위에서 의결하고, 이후 6일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당초 합의를 꼭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번 사태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는데,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야가 아닌 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며 “여야가 협의한 시한 내 개혁안이 반드시 도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특위는 5월 2일로 합의한 시한 안에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주고, 실무기구는 늦어도 이달 23일 이전에 합의안을 만들어 특위에 제출해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상대적으로 좀 느긋한 분위기다. 최근 재보선에서 전패를 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핵심실세들이 대거 연루되자 이번 파문을 ‘친박 권력형 비리게이트’로 규정하고 전병헌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총력전을 예고했다.
이를 반영하듯 금주 들어 진행된 최고위원회의(13일)와 원내대책회의(14일) 등 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언급은 일절 삼간 채 성완종 리스트에 모든 화력을 집중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권력의 핵심 중 대통령 한분을 제외하고 국가지도자 핵심 다수가 의혹에 연루됐다. 이보다 더 큰 국가안보위협 요인은 없다”며 “나타난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규명하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전 최고위원은 “초대형 비리사건을 보면서 새누리당의 차떼기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당명을 바꾸고 새누리당이 그토록 싫어했던 빨간색으로 위장했지만 그 안에선 빠르게 차떼기가 발전해 온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처럼 여야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실현되기까지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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