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외이사 '명예퇴진' 골든타임 놓치나
임시이사회 "사외이사 사퇴 논의 전혀 하지 않았다"
KB금융 이사회는 “KB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여론을 등지고 결국 ‘이사회 거취문제’ 카드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KB금융 이사회는 12일 서울 명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사외이사 거취문제와 관련해 “사퇴 논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김영진 사외이사)”고 말했다.
당장 금융당국과의 파열음이 예고됐다. 금융위원회가 당초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권유하던 입장에서 전방위 압박으로 대응수위를 격상한 상황에서 이사회의 ‘항명’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KB금융 사태에서 느낀 것은 사외이사 제도에 전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사외이사들이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사외이사 제도 개편이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금융위가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압박하며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미루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위의 LIG손보 편입 승인을 받기 위해선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사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당국 압박 수위 '주목'
이날 임시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의 거취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면서 향후 금융당국의 대응 방법과 수위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당장 오는 26일로 예정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인수 승인 건은 물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음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LIG손보 인수 승인건은 논의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KB금융 이사회에서 사퇴를 결정할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오는 21일 KB금융그룹 수장에 정식 임명되는 윤종규 회장 내정자의 연착륙에 ‘이상기류’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한편 KB금융 이사회는 이날 임시이사회에서 ‘모범적인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프로젝트 추진’을 의결하고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KB금융 이사회는 TF구성 배경에 대해 “지난 2008년 9월 KB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 유지된 현재의 지배구조 전반을 재검점하고, KB금융그룹의 모범적인 지배구조 정착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TF는 △CEO 승계 및 양성프로그램 전면 개편 △이사 추천 및 사외이사 평가 프로세스 재점검 △이사회 내 위원회 기능 재점검 △계열사 대표 및 그룹 주요 임원 추천제도 개선 등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점검하고 내년 3월까지 개선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또 최종 결과물은 이사회 보고와 결의를 거쳐 관련 규정에 반영한 뒤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은 이날 이사회 직후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국민은행장 후보로 윤 내정자를 선임했다. 윤 내정자는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더라도 보수는 회장 급여만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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