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활용못한 자사고 '학생선발권'"놓고...조희연 '몽니'
자사고 '학생선발권', 면접시 성적열람금지·교복착용금지
"학생선발권, 아직 한번도 사용 안 했는데 빼앗는 것은 자사고 폐지 일환"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과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가 이번에는 ‘학생선발권’ 포기 여부를 두고 다시 격돌하는 모양새다.
서울시 교육청은 최근 지정취소예정인 자사고 8개교에 ‘운영개선계획서’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통해 2년 간의 지정취소 유예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예 기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사고들의 학생선발권 포기 여부라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이다.
이에 지정취소예정 자사고 8개교 가운데 6개교 자사고들은 “학생선발권을 빼앗는 것은 자사고 폐지의 일환”이라며 강력하게 반발,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재지정 재평가의 부당성, 학생선발권 고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그동안 조 교육감은 ‘일반고 황폐화’의 원인을 ‘학생선발권’을 가진 자사고로 지목해왔다. 자사고가 면접을 통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뽑아 간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조 교육의 ‘학생선발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사고가 학생 면접을 진행할 때는 지원자의 성적 열람이 일체 금지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고의 학생선발권은 올해 처음 가동되는데, 단 한번도 활용하지 못한 ‘학생선발권’으로 지정취소 유예를 운운하는 것은 결국 자사고 폐지를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 내 자사고들은 지난해까지 내신 성적 상위 50%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했다. 하지만 이는 우수 성적 학생들의 ‘자사고 쏠림’ 현상과 자사고 학생들의 중도 이탈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에 교육부는 올해부터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성적제한을 없애고 면접 등의 방식을 통해 학생을 뽑는 ‘선발권’을 부여했다.
자기소개서에 ‘스펙’을 기재하는 것도 제한을 뒀고, 면접 시 교복 착용도 금지했다. 면접 후에는 자사고 측에서 성적과 관련된 간접적인 질문을 했는지 여부도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실시된다. 3인의 면접위원 가운데 일반고 관계자도 1인이 참석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상위 50% 추첨제를 실시할 때 많은 문제점이 있어서 자사고에 성적제한 없이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면서 “현행 법령상 자사고의 학생 선발 여부는 추첨을 하든, 면접을 보든 학교장이 정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선발권을 자사고에 부여하면서 면접을 통해 우수학생들이 쏠릴 문제점이 제기돼 많은 장치들을 마련해놨다”면서 “성적은 면접관에게 제공되지 않으며 자소서의 스펙기재도 금지다. 교복으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있는지를 구분할까봐 교복착용도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학생선발권에 대해 교육청 실무자들은 관련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학생선발권’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곱게 안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생선발권’ 포기의사 밝힌 일부 자사고…‘울며 겨자먹기’
이처럼 조 교육감이 학생선발권 포기를 종용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자사고들이 반발을 하는 상황이지만 지정취소 예정인 자사고교 2곳은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학생선발권을 고집하는 것보다 많은 학생을 모집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자사고들은 학생수급에 애를 먹어 추가모집 방식으로 학생 정원을 채워왔다.
자사고의 한 교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교육청에서 학생선발권을 포기하라고 그동안 종용해왔는데 일부 학교가 이에 응했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라면서 “몇 자사고는 2년동안 운영하는 과정에서 모집한 학생이 정원미달이 되는 등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학생선발은 자사고에 결정권이 있다. 학교마다 각 지역의 상황을 반영해서 지원 인원 100%나 120%를 넘어서면 면접을 실시하겠다는 곳도 있고 150%이하일 경우 추첨을 하겠다는 학교도 있다”면서 “이는 자사고의 특징이자, 교육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감이 지정취소 예정 자사고들에 면접권 포기를 언급한 것은 모든 자사고의 학생선발권을 빼앗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양순지 자사고학부모연합회장은 “교육감이 학생선발권 운운하는 것은 자사고 폐지를 위한 ‘꼼수’로 본다”면서 “그렇지만 학생모집에서 미달된 학교가 있었는데, 강북의 학교들은 면접권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교육감의 학생선발권 포기 제안을 받아들인 자사고들도 지역의 상황이 있기 때문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자사고를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현 우신고 학부모는 “올해부터 처음 시행하는 학생선발권을 사용하기도 전에 빼앗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자사고 사이에도 어떤 학교는 학생선발권이 있고 어떤 학교는 없는 형평성에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교장들이 현지 상황에 맞춰 학생선발권을 포기하겠다고 하면 우리는 이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자사고 교장들이 학생들을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하는데, 조 교육감 측에서 문제를 들고 나오니 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측은 "학생선발권을 포기를 각오하는 학교가 있고 포기를 못하겠다는 학교가 있다"면서 "지정취소 유예기준은 운영개선안과 면접권 폐지여부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정취소 예정인 자사고 측과 학부모들은 서울시교육청을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조 교육감 취임이후 재지정 재평가는 절차에 어긋난다는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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