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서 금메달 딸수록 금 값하는 보험금
컨티전시보험, 승부 결과에 따라 보험금 지급
과거 승률 높을수록 위험요율 높아져 보험료 올라
컨티전시보험을 외화벌이로 인식하던 때도 있어
인천아시안게임이 중반부를 넘긴 가운데 승부를 예측하고 결과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컨티전시 보험(Contingency Insurance)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는 각종 스포츠대회를 앞두고 상금보상보험으로 불리는 이른바 컨티전시 보험상품을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컨티전시 보험은 '16강 진출시 상품권 증정', '올림픽 종합성적 5위 이내 달성시 50% 할인' 등과 같은 기업의 마케팅 비용을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기업은 보험사가 정한 위험요율에 따라 보험료를 내고 미리 정한 조건이 충족했을 때 보험금을 받는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경우 경기규모가 크지 않아 기업들이 이와 관련 상품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위험요율도 따로 마련된 게 없다.
여기서 일컫는 위험요율은 과거 경험에 기초한 통계다. 이 때문에 경기결과를 예측하는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코리안리가 내놓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위험요율은 금메달 13개 이상이 48.8%로 가장 높았다. 이어 14개 이상(35.8%), 15개 이상(22.8%), 16개 이상(16.3%) 순으로 13개를 정점으로 메달 개수가 늘어날수록 위험요율도 떨어졌다.
위험요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에서 위험요율이 높은 조건을 선택할수록 기업이 내는 보험료도 높아진다. 공교롭게도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성적은 금메달 13개로 보험사의 위험요율과 맞아떨어졌다. 통계에 기초한 위험요율이 미래 발생할 사건을 정확히 예측한 셈이다.
컨티전시 보험은 도박? 통계에 기초한 보험상품
경기결과에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일부에선 컨티전시 보험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과거 발생한 사고에 기초해 보험료를 산정하고 위험을 보장하기 때문에 도박과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긋는다.
실제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대한민국 16강 진출 관련 보험상품의 위험요율은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4강 신화를 썼던 2002년 보험사의 손해율이 300%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02년 월드컵에서 기업에게 거둬들인 원수 보험료는 60억원 수준"이라며 "하지만 뜻밖에 국가대표의 선전으로 4강 신화를 기록하면서 지급 보험금은 약 170억으로 손해율이 300% 육박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보험사는 다음 월드컵인 2006년 대한민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두고 위험요율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사실상 16강 진출 가능성을 100%로 봤던 것이다. 다만 대한민국이 8강에 진출했을 경우 위험요율을 30%로 책정했다.
과거 컨티전시 보험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인식된 적도 있었다. 특히 컨티전시 보험이 국내 처음 도입됐던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외환위기와 겹치면서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기대도 흘러나왔다.
그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16강 진출시 선수들에게 약속한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현대해상에 15억짜리 보험을 들었다. 국내 보험사는 프랑스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8%로 내다봤다.
대한축구협회가 낸 보험료는 1억2000만원. 만약 국가대표팀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면 보험료에 10배가 넘는 15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16강 진출 실패로 보험금 지급 요건이 되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이때만 하더라도 국내 재보험 시장이 활발하지 않아 상품 대부분 외국계 재보험사가 인수했다. 이점에서 외화벌이 수단으로 인식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컨티전시 보험에서 월드컵은 16강 진출을 일종의 사고로 본다"면서 "과거 보험사가 외국계 재보험사에 의존했을 때 컨티전시 보험을 외화벌이로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컨티전시 보험이 통계에 기초한 보험상품이지만, 경기결과에 따라 보험금을 받기 때문에 도박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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