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카드 통합에 가맹점 수수료 인상 '날벼락'
외환카드 분사 이후 추가로 드는 계좌 수수료 가맹점에게 전가
외환카드, 지난 8월 분사 앞두고 수수료 인상안 올린 후 해명 없이 내려
외환카드가 하나SK카드와 연내 통합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이들 가맹점에게 통합이 득보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 외환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인상 관련 논란이 일자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한발 물러났지만, 결국 통합을 염두에 둔 시간 끌기가 아녔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통합 이후 자연스레 하나SK카드 수준만큼 가맹점 수수료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논란을 키울 필요가 없었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자회사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두 카드사의 합병을 공식 결의했다.
이들은 연내 통합 이후 카드자산 6조원, 시장점유율 8%의 중위권 카드사로 거듭날 수 있다며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아울러 통합을 계기로 시장점유율을 10% 끌어올리고 오는 2025년 업계 선도 카드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가맹점 입장에서 이들 두 카드사에 통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가맹점 수수료만 따져 봐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더욱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계획과 부합하지 않는다.
앞서 지난달 말 외환카드는 분사를 앞두고 홈페이지를 통해 가맹점 수수료 인상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외환은행에서 카드사업부가 따로 나져나오면서 은행거래에서 발생하는 계좌 수수료를 가맹점에게 부가하겠다는 내용이다. 분사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가맹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외환카드가 밝힌 가맹점 수수료 인상 폭은 체크카드 기준 0.2%P다. 현행 1.5%에서 기업계 카드사와 같은 1.7%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업계 카드사인 하나SK카드와 같은 수준이다.
이 같은 인상방침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과거 국민카드나 우리카드의 경우 분사를 이유로 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누구를 위한 분사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논란이 일자 외환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인상 관련 게시글을 아무런 해명 없이 내렸다.
외환카드 관계자는 당시 "확정된 게 아닌 시점에 가맹점 인상 게시글이 올라왔기 때문에 내린 것"이라며 "가맹점 수수료 인상 관련 모든 것을 다시 원점에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최근 꼼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어차피 하나SK카드와 통합할 경우 자연스레 1.7% 가맹점 수수료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을 키울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외환카드가 외환은행에 있었을 때는 내부거래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하지만 분사로 기업 간 거래(B2B)가 되기 때문에 계좌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외환카드가 분사로 발생한 수수료를 가맹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려 했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잠시 철회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통합 이후 하나SK카드와 중복되는 기존 가맹점에 현행보다 높은 수수료가 자연스레 적용되기 때문에 수수료 인상을 접어둔 것이지 철회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외환카드가 하나SK카드와 통합했을 경우 가맹점 수수료 인상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이는 정부의 중장기 목표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과 궤를 달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이 적절한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과거 분사 사례를 중심으로 가맹점에게 계좌 수수료를 전가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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