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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랙컨슈머다" 악성민원에 멍드는 카드사


입력 2014.09.03 16:11 수정 2014.10.02 17:55        윤정선 기자

민원 민감해질수록 오히려 금융사 건전성 해칠 수 있어

카드발급부터 이용한도까지 '민원'이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 확산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민원 제기 방법 관련 글이 쏟아지면서 카드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시 글 상당수가 민원을 제기하면, 신용등급이 낮아도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사진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캡처. ⓒ데일리안

"신용등급이 낮아서 카드발급이 어렵다고 하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됩니다. 그러면 카드사는 겁먹고 카드 발급해주겠으니, 민원 취소해달라고 사정할 거에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민원을 통해 신용카드 발급부터 이용한도 증액까지 받았다는 후기 글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사 평가 기준이 되는 민원발생평가 제도가 오히려 카드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 안팎에선 악성민원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신용카드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자신의 신용등급을 소개하며 카드발급을 문의하는 게시 글이 적잖게 올라와 있다. 아울러 카드사를 상대로 이용한도를 늘리는 방법을 소개하는 글도 상당수 게재돼 있다.

문제는 이들 중 일부가 금감원 민원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가 신용카드 발급이나 이용한도 증액을 거절하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식이다.

일부 카페회원은 카드사 상담원과 다툰 내용을 마치 무용담처럼 설명하며 '이렇게 하면 된다'고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카드사는 이 같은 악성 민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콜센터 직원과 다투는 것을 민원 제기 전 필수 코스처럼 안내하고 있어 정신적 피해도 우려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상담직원은 별의별 요구를 하는 회원을 경험한다"면서 "특히 성적수치심을 주거나 폭언, 욕설 등으로 카드발급이나 이용한도 조정에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이런 이유로 상담원과 통화 중 욕설이나 폭언, 언어적 성희롱 등을 했을 경우 즉시 단선조치를 한다. 농협카드의 경우 상담과정에서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불쾌한 감정이 표출될 경우 자동적으로 모니터링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었다. 하지만 모두 사후조치에 불과하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악성민원은 법 테두리를 벗어난 무리한 요구"라며 "상담과정에서 시스템이나 제도적으로 상담원을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사후조치"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닌 민원을 통해 압박수위를 높인다. 금융회사를 평가하는 민원발생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들을 달랠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불만을 품고 민원을 제기했다면 금감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카드사 입장도 곤란해진다"면서 "결국 카드가 민원에 예민해지면 오히려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민원을 제기했다고 발급해줄 수 없는 회원에게 신용카드를 만들어주거나 이용한도를 늘렸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 같은 문제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카드사에 원칙대로 할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악성민원이 문제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소비자 권리가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민원을 통해 '안 되는 것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잘못된 정보가 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악성민원 범주가 애매한 부분도 있어 전체 민원발생평가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귀책사유가 없거나 금전이나 과도한 요구를 했을 경우, 또 원칙에 어긋난 민원은 평가대상에서 제외할 것이기 때문에 카드사는 법안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민원을 넣기만 하면 모두 다 들어 준다고 생각해 예전보다 악성민원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블랙컨슈머의 민원을 막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결국 모든 고객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며 "악성 민원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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