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운전기사도 자수 '몸통' 혁기 보호하려고?
이수정 교수 "유병언 사망후 구원파 내부 불안감 증폭한 듯"
최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측근들이 줄줄이 검거되거나 자수하고 있는 가운데 ‘유 씨 일가’의 핵심으로 지목된 차남 혁기 씨(42)의 행방에 검경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29일에는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지명 수배된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 씨(55)까지 자수하면서 검경이 국내에서 수배한 인물들은 모두 신병이 확보된 상태다.
또한, 전날인 28일에도 양 씨의 부인 유희자 씨(52)도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일명 ‘김엄마’로 알려진 김명숙 씨(59·여)와 함께 자수함에 따라 혁기 씨가 세월호 참사 이후 시작된 세모그룹과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의 마지막 퍼즐로 남게 됐다.
실제로 검찰 안팎에선 혁기 씨에 대한 신병 확보에 이번 수사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혁기 씨는 유 전 회장의 경영후계자로 전해진데다 장남 대균 씨가 주로 예술 관련 활동을 하고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이 혁기 씨는 세모그룹 계열사 운영에 공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검찰이 지금껏 파악한 계열사들을 상대로 한 횡령·배임 액수도 혁기 씨가 559억원으로 이는 대균 씨의 99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을뿐더러 유 씨 일가 가운데 유 전 회장 다음으로 큰 규모다. 이 때문에 검찰도 초기 유 씨 일가에서 가장 먼저 소환을 통보한 대상도 혁기 씨였다. 따라서 사실상 ‘유 씨 일가의 몸통’인 혁기 씨를 제외하고 세월호 사고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는 여전히 험로가 예상되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월호 이후 3개월 넘도록 자취를 숨겨왔던 유 전 회장의 측근들이 최근 줄줄이 자수한데다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혁기 씨의 수사망이 좁혀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혁기 씨에 대해 검찰이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지만, 아직 그의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의 사망소식 이후 구원파 내부도 분열조짐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수개월째 숨어 지냈던 유 전 회장의 측근들이 전격 자수한 배경에는 이들 사이에서 상당한 심경의 변화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병언 사망 후 구원파 내부도 불안감 증폭된 듯”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유 전 회장의 측근들이 줄줄이 자수한 이유는 무엇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수를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더 낫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면서 “특히, 유 전 회장의 사망이후 구원파 내부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불안한 심리가 가중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가령, 검경이 용의자들을 향해 ‘자수하면 선처해주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낸 데다 실제로 측근들이 잇따라 자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수하는 쪽이 더 낫다는 판단이 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이들이 자수한 배경이 자칫 혁기 씨를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분명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다만, 실제로 구원파 내부에서 그런 전략을 짰는지, 아니면 정말 불안감에 자수한 것인지는 아직 확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앞서 28일 자수한 구원파 신도 ‘김엄마’ 김명숙 씨와 양회정 씨의 부인 유희자 씨 모두 자수를 결심한 이유는 검찰의‘불구속 수사와 선처약속’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유병언 전 회장의 도피에 관여한 ‘김엄마’ 김명숙 씨와 양회정 씨의 부인이 자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조사에서 이들은 “TV를 통해 자수하면 선처해주겠다는 보도를 보고 자수를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이들의 진술에 따라 혁기 씨의 신병확보 및 유 씨 일가에 드리워진 각종 횡령·비리 혐의에 대해 검찰이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던 운전기사 양희정 씨는 이날 오전 6시 29분경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당직실로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힌 뒤 1시간 30분 뒤인 오전 8시경 택시를 타고 인천지검을 직접 찾아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씨는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17일까지 20여일 동안 유씨의 순천 은신처를 마련해주고, 수사 동향을 알려주며 각종 심부름을 하는 등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5월 29일 전북 전주에서 발견된 유 전 회장의 도주 차량 EF소나타를 양 씨가 운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자수한 양 씨를 상대로 검찰이 순천 별장을 압수수색한 5월 25일부터 유 전 회장이 사망한 채 발견된 6월 12일까지의 행적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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