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 검찰, 순천서 유병언 놓치고 수사는 원점?
해남 쪽 도주 공식 시인…지나치게 수사정보 은폐 우려 목소리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행적을 쫓는 검찰이 잇따라 유 전 회장 검거에 실패하면서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특히, 검찰이 8일 유 전 회장이 사실상 순천을 탈출한 것을 인정하면서 또 다시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온 양상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은 이날 “유 전 회장이 이미 순천을 벗어나 해남·목포 쪽으로 간 정황을 확인해 수사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는 검찰이 지난달 17일부터 수사력을 모았던 ‘순천 지역’에 서 유 전 회장이 빠져나간 것을 뒤늦게 확인한 셈이다. 따라서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 장기화 가능성과 함께 여론의 비판에서도 부담을 안게 됐다.
앞서 일각에서는 검찰이 순천을 지목했지만 이렇다 할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한 것과 관련해 ‘이미 유 전 회장이 순천 일대를 빠져나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검찰은 순천에 수사력을 모은 것은 순천 일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관련 시설이나 신도 자택에 은신하고 있다고 판단했을 뿐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검찰이 유 씨 검거 작전과 관련해 지나치게 수사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물론, 검거 작전 초기에는 은밀하게 특정 장소를 공략하기 위해 외부에 추적 상황을 밝히지 않을 수는 있지만 앞서 25일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 검거 작전에 실패하고 나서도 검찰이 유 씨 행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검거 실패 때 곧바로 유 씨의 예상 도주로나 차량을 이용했다면 어떤 차종을 탔는지, 당시 동행자가 있는지 등을 공개했더라면 유 전 회장의 행적을 찾는데 더 유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국, 8일 유 전 회장이 금수원에 이어 검찰의 순천 수사망까지 뚫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을 향한 여론의 비판도 거세지는 실정이다. 그동안 검찰이 일부 구원파 측의 내부고발을 토대로 수사력을 모았지만 계속해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자칫 검찰이 유 전 회장의 ‘전략’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검찰의 수색이 장기화 될수록 유 전 회장의 소재 파악은 더 난관에 직면하게 될 조짐이다. 특히, 유 전 회장의 각종 망명설과 함께 밀항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검찰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검찰이 새로 지목한 해남·목포는 순천과 마찬가지로 전국에서 가장 밀항이 많이 이뤄지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유 전 회장이 밀항을 염두에 두로 해남·목포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저축은행 관련 수사가 시작되면서 중국으로 밀항했다가 현지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된 한주저축은행 전 이사 이모 씨(44)도 여수 인근 지역에서 중국으로 밀항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부 보도에서 유 전 회장이 밀항을 하기 위해 조직폭력배와 접촉했다는 의혹도 제기하는 등 밀항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는 만큼 검찰의 유 전 회장 소재 파악 및 검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아울러 최근 유 전 회장이 망명을 시도했던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이른바 유 전 회장 ‘비호세력’의 협조 의혹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어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검찰은 유 회장이 해남·목포 지역으로 수색 범위를 확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원파 신도 여러 명을 목포 등지에서 체포해 조사 중이며 지난 7일 유 회장 일가 중 처음으로 그의 처남 권오균(64) 트라이곤코리아 대표를 구속하는 등 유 전 회장의 측근들을 상대로 강도 높게 조사할 방침이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강화되자 구원파는 반발했다. 조계웅 구원파 전 대변인은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서 성명서를 통해 “검찰이 교회와 관련해서는 확대 수사하지 않을 것과 교회와 관련된 땅은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해 금수원 수색에 협조했다”며 “그러나 검찰의 순천교회 압수수색과 기독교침례회 총회장 재소환, 영농조합 수사 등은 명백한 약속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구원파는 검찰의 약속 운운하기 전에 교회와 무관한 유 회장을 더 이상 비호하지 않겠다는 약속부터 지켜야 할 것”이라며 “범죄자 은닉·도피 행위에 대해 일체의 관용은 없다”고 반박하는 등 검찰과 구원파 간 팽팽한 대립 구도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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