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당락 운명의 숫자는 2, 16, 40, 55
집권 2년차 박근혜정부 정국 주도권 상실 여부
40대 표심 당락 결정…투표율 55% 넘어설까 촉각
‘2, 16, 40, 55’
6·4 지방선거 막판 변수들을 나타내는 숫자들이다. 해당 숫자들은 모두 밀접한 관계로 묶여 있다. 각각의 변수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상호 작용을 통해 지방선거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지방선거가 크게 출렁였다. 어린 자녀를 잃은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40대’ 앵그리맘들은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며 등을 돌렸다.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가졌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열거하던 박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두번째’ 눈물을 흘렸다.
이 같은 상황 하에 여야는 이번 선거가 역대 평균 투표율인 ‘55%’를 넘어설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록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다’는 일반적인 공식은 깨졌지만, 여전히 투표율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방선거 뒤흔든 세월호 참사, 막판까지 변수로 작용할까?
당초 이번 지방선거는 새누리당의 우세가 점쳐졌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60%대 지지율을 바탕으로 수도권에서조차 새누리당이 전승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전세는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상승세를 달리던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10%대로 벌어진 지지율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경기도에서는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던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가 김진표 새정치연합 후보에게 맹추격을 받고 있다. 인천도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가 추격하고 있지만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한번도 지지율에서 역전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은 이에 힘입어 ‘세월호 심판론’을 들고 나섰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3일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단 1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한 박근혜정권에 대한 책임론, 브레이크 없는 정권에 대한 경고장을 보내는 선거(YTN 라디오)”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는 이미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겪을 파고는 이미 지지율 등에 상당부분 반영돼 더 이상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세월호 이전과 이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에서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것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이번 선거는 중앙정치가 아니라 생활정치로 보기 때문에 세월호는 결국 지지층의 결집효과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MB와 닮은 박 대통령의 두 번째 눈물, 지지층 결집? 역풍?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흘린 눈물 이후 공식 석상에서 보인 두 번째 눈물의 파급 효과도 정치권에서는 변수로 판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제17대 총선을 보름정도 앞둔 지난 2004년 3월 30일 ‘TV정강정책연설’을 진행하던 도중 공식석상에서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결과적으로 당초 50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원내 121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흘린 눈물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방선거를 한달여 앞둔 2010년 4월 19일 아침 라디오연설에서 천안함 장병 46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같은날 오전에 열린 제50주년 4·19 혁명 기념식에 참석해 웃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그의 눈물은 결국 지방선거에서 역풍으로 작용하면서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패배의 쓴맛을 봤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한 참모진은 “당시 내가 옆에서 봤을 때 진정성을 느꼈는데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두 번째 눈물과 이 전 대통령의 눈물은 공통점이 많다. 모두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 그리고 눈물을 보인 직후 외부 일정이 있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눈물에 담긴 ‘진정성’을 두고 국민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국은 '투표율' 낮으면 여당에게, 높으면 야당에게 유리하다?
결국 이 같은 요소들이 투표율로 귀결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최종 투표율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5차례의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평균 투표율은 55.2%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지방선거 최초로 사전투표가 적용되면서 전문가들은 60%대까지 투표율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94년 제1회 지방선거(68.4%)다. 이후 제2회 지방선거(52.7%)와 제3회 지방선거(48.9%)를 거치면서 점차 낮아졌다. 하지만 제4회 지방선거(51.6%)에서 50%대를 회복한 이후 직전 선거인 제5회 지방선거(54.5%)까지 투표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김 소장은 “투표율이 60%가 넘어가느냐, 안 넘어가느냐가 관건”이라며 “투표율이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수준으로 나오면 사전투표가 있기 때문에 야당에게 유리할 것이고, 50%이하로 떨어지면 여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여야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투표율은 60%정도가 나올 것”이라며 “투표율이 80% 이상 올라가면 야당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60%대 정도가 나오면 야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당이 유리하다’는 일반적인 통념이 깨졌다는 점이 또 다른 변수다. 당시 대선 투표율은 75.8%로 역대 대선 중 가장 높았지만 여당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투표율은 이제 더 이상 무의미하다”며 “지방선거는 인물선거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투표율에 따라 유불리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에 등 돌린 40대 ‘앵그리맘’ 선거 당일 투표장 몰려들까?
최근에는 전체 투표율보다 세대별 투표율이 더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로 분노한 40대 ‘앵그리맘’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이번 선거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래 40대 여성 학부모들은 이념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고 정치적 관심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돼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한 이들이 부동층이나 무당파로 돌아서면서 실제 얼마나 투표에 참여하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야권에서는 ‘앵그리맘’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막상 사전 투표 결과는 야권의 기대에 어긋났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전체 투표율이 11.5%를 기록한 가운데 40대의 투표율은 10.0%에 그쳤다. 9.4%를 기록한 30대와 함께 가장 저조한 투표율이다. 성별 투표율에서도 여성이(9.2%)이 남성(13.8%)에 비해 4.6%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병두 새정치연합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30, 40대와 여성의 투표율이 낮다는 점에서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안산 단원구가 전국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세월호 참사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유권자들과 ‘앵그리 맘’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만큼 투표장에 많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에 실망감을 느낀 앵그리맘이 아예 선거에 관심을 꺼버렸을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이 4일 선거당일 투표장으로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럴 경우 앵그리맘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 전체 향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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