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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 왜 레알 마드리드 넘지 못했나


입력 2014.05.26 16:16 수정 2014.05.26 18:16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부상으로 교체카드 2장 허무하게 날려

수비 위주 경기하다 보니 체력 약화 가속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 유튜브 영상

UEFA 챔피언스리그 역사에 남을 명경기였다.

레알 마드리드가 25일(한국시각)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라모스의 극적인 헤딩골에 이어 연장 후반에만 베일-마르셀로-호날두가 3골을 몰아치며 4-1 승리했다.

지난 2001-02시즌 이후 12년 만에 통산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라 데시마)을 차지한 레알은 서로가 서로를 얼싸안고 ‘빅이어’를 번쩍 들어 올리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반면, 역대 최고의 시즌을 눈앞에서 망친 아틀레티코에는 통한으로 남을 경기다.

희비를 가른 변수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감독의 용병술과 체력, 그리고 선수층이다. 결국 따로 구분되는 것이 아닌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다.

아틀레티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과 레알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저마다 자신의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다. 그러나 이날 전반에 두 감독은 각각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아틀레티코는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던 간판 공격수 디에구 코스타를 선발 기용했지만, 코스타는 전반 10분도 안 되어 몸 상태에 이상을 드러내며 교체됐다. 코스타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컸던 아틀레티코로서는 치명타였다.

반면 레알은 전반 36분 베테랑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치명적인 위치선정 미스로 디에고 고딘에게 헤딩골을 내줬다. 사실상 절반은 카시야스의 자책골이나 다름없었다. 상대는 선제골 이후 지키는 축구에 누구보다 강하다는 아틀레티코였다.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폼이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에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카시야스를 중용했던 안첼로티 감독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레알의 자랑으로 꼽히던 주포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은 전후반 90분 내내 부진했다. 호날두는 아틀레티코의 견고한 수비에 막혀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베일은 몇 차례의 결정적인 슈팅이 번번이 골문을 벗어났다. 90분까지 아틀레티코 골문을 뚫지 못한 레알로서는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카시야스와 호날두에 대한 믿음이 결정적 패착이 될 수 있던 상황이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터진 라모스의 짜릿한 동점골이 운명의 추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여기서 레알과 아틀레티코가 보유한 선수층의 차이가 드러났다. 코스타를 조기에 잃은 아틀레티코는 전반 카시야스의 실책으로 얻은 행운의 골을 제외하면 공격에서 이렇다 할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후반 37분에는 레프트백 필리페 루이스마저 부상으로 교체 아웃돼 수비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아틀레티코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레알 수비진이 전반까지 카시야스의 실책과 라모스가 경고를 받아 흔들리던 시점이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추가골을 노릴만한 뒷심이 부족했던 게 아쉬웠다. 가뜩이나 레알보다 부족한 선수층에 교체카드 2장을 부상으로 날린 아틀레티코로서는 동점골을 허용할 경우 급격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다. 시메오네 감독이 후반 교체카드를 여유 있게 활용하며 선수들의 체력안배가 가능하다면 운명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아틀레티코는 후반 초반부터는 사실상 공격을 포기하고 노골적인 잠그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선수들의 체력소모를 가속화시켰다. 후반 92분 터진 라모스의 동점골도 전반까지 세트피스와 제공권 싸움에서 아틀레티코가 월등히 앞섰던 것을 감안했을 때, 체력소모로 인한 집중력 저하가 뼈아팠다.

반면 레알은 주축 선수들의 공백이나 부진을 메울 두꺼운 선수층이 있었다. 사비 알론소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공백에도 레알은 이날 후반으로 갈수록 중원싸움에서 아틀레티코를 압도했다.

원톱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부진으로 교체되자 레알은 오히려 디 마리아와 마르셀로, 베일을 중심으로 한 측면 플레이로만 총 4골을 터뜨리며 아틀레티코를 무너뜨렸다. 똑같이 120분을 소화했어도 시종일관 공격만 한 팀과 수비만 한 팀의 체력과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모두 승리와 우승에 절실했다. 하지만 힘의 차이는 결정적 순간에 운명을 바꿨다. 아틀레티코는 최선의 플레이를, 레알은 최상의 결과를 낳았다. 축구의 잔혹함과 짜릿함을 동시에 보여준 경기였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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