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 벗어던진 아스날…제2의 전성기 열어젖히나
신축 구장 건설로 인한 단기 부채 상황
‘자금 여유’ 암흑기 벗어날 계기 마련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이 9년 무관의 한을 풀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아스날은 18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구장서 열린 헐 시티와 '2013-14 잉글리시 FA컵' 결승전에서 120분 혈투 끝에 3-2 역전승을 거두고 짜릿한 우승을 차지했다.
오랜만의 우승인 만큼 과정도 쉽지 않았다. 준결승에서 2부 리그 팀 위건과 승부차기 접전 끝에 4-2로 신승하고 결승전에 오른 아스날은 헐시티를 상대로 경기 시작 10분 만에 세트피스로 내리 2골을 헌납하는 등 고전했다.
그러나 전반 17분 산티 카솔라의 프리킥 만회골로 반격의 시동을 건 뒤 후반 26분 로랑 코시엘니의 동점골, 연장 후반 4분 애런 램지의 결승골이 터지며 드라마 같은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아스날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2005년 같은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정확히 9년 만이다. 아스날은 비록 프리미어리그 우승 탈환에는 실패했으나 챔피언스리그 출전티켓을 확보하며 벵거 감독 부임 이후 17년 연속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거듭된 무관 행진과 스타 선수들의 경쟁구단 유출 속에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벵거 감독으로서는 다시 한 번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아스날은 벵거 감독 부임 이후인 2000년대 초반 최전성기를 보냈다. 2003-0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패 우승, 2005-06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등 화려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현 아스날의 홈구장) 신축으로 인한 재정 압박, 벵거 감독의 유스 육성정책으로 스타 선수들의 영입을 통한 전력보강이 지지부진해면서 아스날은 조금씩 하향세로 돌아섰다.
꾸준히 EPL 상위권과 챔피언스리그 단골손님의 면모는 유지했지만 무관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기존 스타 선수들은 우승트로피와 돈을 쫓아 하나둘씩 팀을 떠났다. 이중에는 로빈 판 페르시(맨유), 사미르 나스리(아스날),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 등 아스날의 대표적인 경쟁 팀들로 이적한 후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올 시즌은 벵거 감독의 계약만료 기간이 임박해오면서 어느 때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벵거 감독은 선수 영입에 과도한 돈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레알 마드리드의 특급 플레이메이커 메수트 외질 영입을 위해 이적료 약 4240만 파운드(한화 약 720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실은 리그 초반 돌풍으로 이어졌다. 경기장 건설에 따른 단기 부채를 모두 상환하고 구단 운영이 흑자로 전환하면서 선수 영입을 위한 자금 확보에도 한결 여유가 생긴 아스날이었다.
비록 뒷심 부족으로 우승은 실패했지만 EPL 79점의 승점은 아스날이 황금세대의 끝자락을 달리던 2007-08시즌 이후 가장 높았다. 우승팀 맨시티와의 승점 차는 불과 7점. FA컵 우승은 벵거 감독과 아스날의 오랜 인내심이 작은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벵거 감독과 아스날의 밝은 미래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아스날 정도의 명문 클럽이라면 변수가 많은 단판 토너먼트인 FA컵보다는 매년 EPL과 챔피언스리그를 목표로 도전해야 한다.
올해 EPL은 기존의 빅4에서 사실상 빅7 체제로 개편되며 상위권 경쟁구도가 더욱 치열해지는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올해까지 4년 연속 16강에서 고배를 맞이했다.
어느덧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에 이어 EPL 현역 최장수 감독이 된 벵거 감독으로서는 무관 탈출을 터닝 포인트 삼아, 다음 시즌 아스날을 다시 한 단계 더 높은 레벨로 이끌어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낄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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