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평가 5등급 '레드카드'…"이게 최선입니까?"
레드카드 은행 "공지 부실한 곳 있다면 시정조치 할 것"
한 시중은행을 방문한 A씨(24)는 붉은색으로 '5등급(불량)'이라고 적힌 공지문을 발견했다. 공지문은 나무 뒤 구석에 붙어 있었고 이를 알아차리고 보는 고객은 적었다. 창구직원에게 "왜 불량등급을 받은건가"라고 물으니 직원은 "그게 좀..."이라며 말을 흐렸다.
금감원의 제재 조치에 따라 민원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금융사들이 영업점에 공지문을 부착하고 있지만 고객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사 이미지를 의식해 일부 지점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공지문를 숨겨놓듯 붙여둬 반성을 위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5일 농협은행과 국민은행 등 민원평가 5등급을 받은 금융사들은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규격에 맞춰 일제히 공지문을 부착했다.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는 지난 12일부터 팝업창을 통해 고시하고 있다.
민원 꼴찌 등급을 받은 기관은 총 17개 금융사다. 이들 중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점포가 분포해있는 KB국민은행(1130곳), 농협은행(1187곳)은 이미지 훼손 걱정에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금감원의 으름장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고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내의 농협은행과 국민은행 영업점 4곳을 찾은 고객들 가운데 부착해 놓은 공지문에 눈길을 주는 이는 없었다. 공지문 가까이 다가오는 고객은 없었을 뿐더러 공지문이 부착된 곳으로 시선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
농협은행 여의도 지점 앞에서 만난 회사원 전모 씨(24, 여)는 "공지문이 붙어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은행가면 볼 일만 보고 나오느라 바쁜데 저렇게 작은 크기로 구석에 붙여 놓으면 누가 알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지문은 A4용지 크기로 은행 곳곳에 붙어있는 홍보 현수막에 비해 사이즈가 매우 작은데다가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부착돼 있었다. 고객들은 은행 곳곳에 붙어있는 색색깔의 커다란 상품광고 현수막에 시선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전 씨는 "고객들에 알리려는 목적이면 입출금 명세표 적는 곳이나 고객 응대하는데 놓거나 ATM 등에 붙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의도 증권타운 소재의 한 시중은행 지점 앞에서 만난 명모 씨(48, 남)는 "요즘 폰뱅킹, 인터넷뱅킹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은행 창구를 찾을 일이 없다"며 "전 고객에게 문자로 공시를 한다든지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지적과 더불어 한 발 더 나아간 실질적인 노력을 통해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키도 했다.
같은 은행 다른 지점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 씨(51, 남)는 "소비자에게 알려야 할 부분 있다면 적극적으로 알리고 부족한 점은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미봉책에 그치면 안 된다"면서 "삼성이 백혈병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면서 기업 이미지가 더 좋아진 것처럼 금융사들도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금감원이 하라고 하니까 시늉만 하고 몸 사릴 거면 아예 안하는 게 낫다. 오히려 기업 이미지 더 나빠진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해당 은행 관계자는 "공지문을 고객들이 제대로 볼 수 없는 곳에 부착하는 지점이 있을까봐 소비자보호부에서 백방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서 "고객들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공지문이 부착돼 있는 지점이 있다면 시정조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금감원 방침에 따라 공지문은 지점 입구에 붙이는 것으로 각 지점에 관련 공문을 하달했다"면서 "영업점이 많다보니 모든 지점을 모니터링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제대로된 공지를 위한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래 공시라는 게 신문에 한 번하고 마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는 3개월 동안 온오프라인 부착하게 하면서 강화한 것"이라며 "작년과도 확실히 비교되고 예년보다는 진일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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