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의 진실한 쿡!>말없는 국민은 추모-자책-봉사하는데
투쟁만 부추기는 단체들이 노리는건 '부활'
세월호 참사 스무날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의 통곡은 그칠 줄 모른다. 전국 분향소마다 슬픔을 나누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어른들의 부도덕함과 국가의 부실대응이 그저 미안하고 또 면목이 없다.
5월초 긴 연휴 동안에도 전국 도심과 분향소에선 많은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실종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노란 리본과 메모지에 담는다. 몇 시간을 줄서서 흰 국화 한 송이를 제단에 올리고 가슴 저미는 묵념을 한다. 비통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려 한다. 유가족에게는 그 어떤 말이 위안이 되랴. 애도의 분위기는 엄숙하고 고요하다.
안타깝게도 국가적 비극 틈 사이로 정치와 선동이 끼어든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반정부 투쟁을 부채질하고 야당은 대통령 사과를 비아냥거린다. 도대체 이 비극마저도 정치적 호재로 삼으려는 자들에겐 인간적 도리와 이성이 남아있는가. 순수한 추모분위기를 훼방 놓는 정치 선동질에 어이없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지난 5일 안산의 합동분향소에선 노란 손수건을 머리에 두른 ‘엄마’들이 ‘무능한 정부 OUT'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엄마의 노란 손수건’ 회원들은 “살인자는 선장만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대한민국의 정부란다” “용서 못 해. 모두 거리로 나갑시다”라는 구호를 들었다. 그러나 운영자 16명 중엔 희생자 가족도 없을뿐더러 일부는 통합진보당과 그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등과 깊고 오래된 끈으로 연결돼 있다.
순수한 엄마들을 들러리 세운 정치꾼들의 정부규탄 시위였던 셈이다. 운영진의 소속을 뒤늦게 알게 된 회원들도 운영진의 해명과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등 반정부 투쟁마다 거리에 출몰했던 통진당은 현재 정당해산 심판을 기다리는 처지다. 광우병 시위때 유모차 부대를 흉내 낸 것치고는 노란 손수건 부대의 연출력이 떨어졌나 보다. 너무 일찍 속내를 내비쳐버렸다. 정권을 무력화시키려는 통진당의 다급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하다.
진짜 유모차 부대도 등장했다. 지난 4월 20일과 어린이날, 각각 강남역과 홍대 앞 거리에서 인터넷육아카페 회원들이 유모차를 끌고나와 시위를 벌였다. 자칫 위험으로 변할 수도 있는 시위현장이다. 부모로서 자녀를 보호할 의무를 저버리고 아이들을 신체적 위험상황에 노출시켰다. 시위에 나서는 부모의 분노를 표출시키는 데 아이들이 볼모가 돼야 하는가. 한 아이의 엄마로서 도저히 공감하기 힘들다.
정부의 빈틈이 보이거나 사회불안정 조짐만 있으면 또 다시 정권타도 세력들이 꿈틀댄다. 3일 좌파성향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시국회의는 국민촛불대회를 열고 대통령 자격 운운하며 대통령 책임론에 불을 붙였다. 시위대는 '박근혜는 책임져라' 구호제창으로 종로, 을지로 일대를 휘저었다. 추모를 정권퇴진 시위로 변질시킨 것이다.
이들에게 감히 ‘추모’ ‘애도’라는 경건한 표현이 어울릴 법 할까. 시국회의를 구성한 단체 면면을 보면 과거 광우병 촛불시위로 서울 도심을 장악했던 이들이다. 또한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정부 출범 초부터 틈만 나면 정권퇴진을 외쳤던 이들이기도 하다. 추모의 순수성이 더욱 못 미더운 이유다.
노동절 행사에서 민노총은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 '이런 대통령 필요 없다'는 피켓을 들고 거리행진을 했다. 3일 진도 팽목항 제단 앞에도 같은 내용의 정부 비판 선전물이 남겨졌다. 그 제단은 통한의 바다 앞에서 하염없이 아이를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만든 것이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염치도 분별력도 내팽개치는 듯하다.
이날 팽목항에는 촛불집회와 삼보일배 등을 준비한 단체들도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제지로 결국 헛걸음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자마자 팽목항과 가족대기소 등에는 정부비판 내용이 담긴 출처 불명의 대자보들도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속이 시커멓게 탄 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는커녕 ‘슬픔 마케팅’을 이용한 ‘원정 선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교조는 ‘세월호 추모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이념선동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독재 정권에 희생된 김주열-박종철씨에 비유하고 “이 나라는 이미 국가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의한 타살이다”라며 학생들에게 분노와 투쟁을 부추긴다. 청소년 수백 명의 안타까운 희생 뒤에서 대한민국의 난도질을 즐기는 교사들의 모습에 환멸이 느껴진다.
야당 정치권의 세월호 참사 편승하기는 민망할 정도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대표는 대통령 사과 하루 만에 말을 뒤집어 대통령을 비난했고, 여야는 아직도 대통령 사과에 대한 진정성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 사과를 두고 진심이냐 아니냐 운운하며 꼬투리 잡는 새정치연합은 대통령 지지율 깎아내리기에 도취돼 제1야당으로서 체면은 버린 듯하다. 세월호 참사를 호재삼아 정부와 대통령 때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야당은 국회 주도의 범국가적 위원회 결론을 수용하라고 요구한다. 청문회와 국정조사 실시도 줄기차게 외쳐댄다. 모두 세월호 사건 논의는 국회가 중심이 돼야 한단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사건을 빌미로, 야당이 정부 무능을 몰아세우고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속셈이다.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국회를 마비시킬 땐 언제고 정부와 대통령 비판에 얼씨구나 나선 모양새야 말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부 언론은 이런 좌파단체들과 정치권의 정부 흔들기를 시시콜콜 보도하며 기사에 감정까지 이입시켜 전파하고 있다. 일부 인터넷 SNS도 함께 정부 협박작업을 벌인다. 일부 재미 한인들은 뉴욕타임스에 박근혜 정부 비판 광고를 싣기 위한 모금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정부 무능’을 틈타 ‘정부 기능 무력화’를 꿈꾸는 이들 모두 아직도 광우병 촛불시위 환상을 좇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금 이들은 추모행사 연다며 요란을 떨고 유가족들에겐 분노를 충돌질한다. 진정한 애도와는 거리가 멀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나누는 이들은 따로 있다. 말없이 진도 현장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들, 희생자 가족 중 홀로 집에 남은 노인과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안산시 이웃들, 그리고 합동분향소에서 몇 시간씩 줄서서 기다리며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145만 명의 국민들이다. 조용한 다수는 자성-자책하는 반면 시끄러운 소수는 남 탓, 정부 탓이다.
세월호 참사가 보여준 정부 무능, 위기대응시스템 작동 불능, 썩은 관료조직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곳곳에 숨은 독버섯도 도려내야 한다. 국가 개조라는 말이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개혁해야 한다. 단 지금은 세월호 참사 수습이 최우선이다. 아직 30여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사건수사가 진척될수록 수사범위는 계속 넓어지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정국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3년 전 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SNS에 자주 등장했던 문구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였다. 우리도 그런 다짐으로 조문하고, 자원봉사를 하고,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안전경각심을 깨우고 있다. 정치권과 선동세력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글/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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