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도 진보도 희생자 추모에는 한목소리 냈지만...
<현장>3일 청계광장 집회서 진보측 "박근혜가 책임져라" 정치구호 남발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보수와 진보 양 진영 간의 동시 집회가 열렸다.
양 진영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를 애도하는 뜻은 함께했지만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는 이견을 보였다.
진보단체인 '국정원 시국회의'에서 주최한 촛불집회에서는 세월호 사건 수습과 관련해 박근혜정부의 잘못을 추궁했다. 국정원 시국회의 박성원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말만 앞세우지 마라. 한 일이 하나도 없다. 300명을 지켜내지 못한 완벽한 무능 정권은 용서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진상이 명확히 조사되기 위해 범국민적 조사위원회를 조성해라. 나아가 세월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된다. 더욱 확실하게 강화해 기득권층을 혁파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이 주최한 집회에서는 좌파단체들에 대한 비난이 터져 나왔다. 집회에 참석한 이강식 박사는 “홍가혜 가짜 잠수부의 허튼 주장을 MBN에서 내보내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며칠 전 대통령이 안산 합동분향소에 방문했을 때 만난 안산시민을 정부에서 데리고 온 시민이라고 모함했다"며 "좌파단체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따위 거짓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세월호 사고를 정쟁의 도구로 일삼는 좌파세력을 맹비난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한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 주최로 진행된 집회에서는 청소년들이 약 200여명 가량 참석했다. 집회에서 다수의 청소년들은 단상에 올라가 자유발언을 하는 시간을 통해 이번 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고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꼬집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한 여고생은 “학생들이 침몰하는 배에서 얼마나 울고 있었을지 생각하면 슬프고 학생들을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여고생은 이어 “국민을 위하지 않는 정부. 돈 많은 자들 위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 이렇게 되도록 만든 건 투표 때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 우리 잘못이다. 3년 후 대선이면 우리도 투표권이 생길텐데 그 때 꼭 참여해서 그들에게 되갚아주자”며 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청소년들은 서울 중부 노점상 전국연합 등이 주도한 야간 행진에도 참여했다. 모두 2500여명(경찰 추산)이 참여한 행진은 오후 8시 6분께 시작돼 청계로를 지나 종로, 명동, 을지로를 통과해 9시 20분쯤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왔다.
행진의 선두 대열은 ‘아이들을 살려내라 박근혜가 책임져라’. ‘침몰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살려내자’,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룹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며 이동했다.
이날 집회와 거리 행진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추모하는 분위기로 진행된 터라 경찰과 맞서는 모습 없이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주말 저녁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행진을 벌여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안겼다.
인도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서울 중부 노점상 전국연합’ 차량의 가두방송으로 시작되는 행진 대열을 보며 크게 놀라는 표정이었다. 길가를 지나는 한 시민은 “이걸 왜 박근혜가 책임져야해?”라며 이날 행진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거리에서 행진을 지켜보던 40대 여성은 “지금 40대 아줌마들이 가장 울분에 차 있다. 행진으로 인해 이 사회에 작은 변화라도 생긴다면 참여하고 싶다. 그러나 정권 퇴진까지 요구하는 행진 대열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치색을 띠게 된 이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큰 탈 없이 이어진 행진은 9시 20분 청계로에 도착했고 9시 35분 경 참여 인원들이 자진 해산하며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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