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예스 모셔온 맨유 결정적 패착 '제2의 퍼거슨'
지휘봉 잡은 지 10개월 만에 경질..긱스 대행체제
‘버거웠던 퍼거슨 그림자’ 경험·카리스마 역부족
데이비드 모예스(51)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불안한 동거는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파국으로 끝이 났다.
맨유는 지난 22일(한국시각) 모예스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전임 알렉스 퍼거슨 감독 뒤를 이어 맨유 지휘봉을 잡은 지 약 10개월 만이다. 잔여 경기는 라이언 긱스의 감독대행 체제로 치를 예정이다.
경질사유는 충분했다.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맨유는 모예스 감독 체제에서 리그 7위에 그치며 UEFA 챔피언스리그행 티켓도 놓쳤다. 리그 라이벌 팀들과의 상대 전적에서 대부분 열세에 놓였고, 중하위권 팀들에도 번번이 덜미를 잡히며 모예스 감독은 '기록 파괴자'라는 오명을 얻었다. 퍼거슨 감독 시절에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맨유의 가장 큰 패착은 처음부터 모예스에게 '제2의 퍼거슨'을 기대했다는 점이다.
퍼거슨 감독 같은 성공신화는 현대축구에서 더 이상 나오기 어려운 특수한 케이스다. 모예스 감독은 퍼거슨 감독과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이고 비교적 약팀을 이끌고 성적을 낸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비교대상이 됐지만 모든 면에서 퍼거슨 아우라를 단번에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퍼거슨이 처음 맡을 당시의 맨유는 매트 버스비 시절의 영광을 잃고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몰락한 명가였다. 퍼거슨은 그런 맨유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딛고 자신만의 팀을 만들어가며 27년 동안 정규리그 13회, 챔피언스리그 2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5회, 리그컵 4회 등 수많은 우승의 순간을 일궈냈다.
반면 모예스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은 맨유는 이미 전 시즌 우승팀이자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퍼거슨 감독의 영향력이 깊게 배여 있는 팀이었다.
항상 정상에 있는 것이 익숙한 팀이라면 처음부터 조세 무리뉴나 카를로 안첼로티처럼 경력 면에서 퍼거슨에게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 있는 대형 감독이 왔어야 했다. 퍼거슨에게 눈높이가 맞춰져 있던 선수단과 팬들을 사로잡기에 모예스 감독의 영향력은 너무 미약했다.
더구나 기대치에 비해 정작 맨유의 전력은 퍼거슨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정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우승 경력이나 빅클럽을 지도해본 경험이 전무한 모예스로서는 시작부터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짊어졌고 시행착오를 기다려줄 만한 여유가 없었다.
맨유는 지난여름 제대로 된 전력보강에 실패했다. 이는 곧 모예스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팀을 꾸리지 못했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퍼거슨 감독이 영입하거나 키워놓은 선수들은 모예스 감독이 다루기에는 벅찬 스타들이었다.
모예스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웨인 루니, 로빈 판 페르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가가와 신지 등 여러 선수들과 번갈아가며 불화설에 시달렸다. 힘겹게 영입한 마루앙 펠라이니나 후안 마타는 맨유 전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와 함께 돈만 낭비했다는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다.
비단 선수단 장악뿐만 아니라 전술운용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모예스 감독은 측면 공격과 역습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패턴을 벗어나지 못했고 약팀을 상대로도 경기를 압도하지 못하는 답답한 흐름을 되풀이했다. 어쩌다 대승한 경기도 전술적으로 상대를 압도했다기보다는 몇몇 특출한 선수들의 개인능력에 의존하는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감독을 향한 신뢰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모예스는 오명을 남기고 떠났지만 맨유는 앞으로의 후유증이 더 걱정이다. 차라리 초반부터 빨간불이 들어왔을 때 모예스를 일찍 경질하든지 시행착오를 감수한 만큼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렸어야 했다.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맨유는 성적도 잃고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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