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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 대자보 난무해도 가족들은 그저 바다만...


입력 2014.04.22 22:03 수정 2014.04.24 11:24        진도 = 데일리안 조성완 기자

<현장>세월호 침몰 7일째 팽목항엔 출처불명 괴벽보 출현

'세월호' 침몰 일주일이 된 22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앞 침몰현장에서 수습된 희생자들이 113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팽목항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천막에 쓰여진 실종자들의 구조를 기원하는 메지지와 대자보가 붙여져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침몰 일주일이 된 22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앞 침몰현장에서 수습된 희생자들이 100여명을 넘긴 가운데 해경 경비정을 통해 팽목항으로 이송된 희생자들이 구급차로 운구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침몰 일주일이 된 22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앞 침몰현장에서 수습된 희생자들이 100명을 넘긴 가운데 팽목항의 가족대책본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신원 미상 희생자들의 특징이 씌여진 게시글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특별취재반  
이충재 기자
김수정 기자
백지현 기자
조성완 기자
윤정선 기자
사진 박항구 기자
       홍효식 기자
‘세월호 참사’ 일주일째를 맞은 22일, 진도 팽목항에는 무작정 정부를 비판하는 출처 불명의 대자보와 앞뒤가 맞지 않는 근거 없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그저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연신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오후 들어 팽목항에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출처 분명의 글이 곳곳에 게재됐다.

민간 다이버 구조팀 접수처가 위치한 현수막에는 형형색색의 글씨로 작성된 대자보 3개가, 바로 옆 해병대 전우회의 현수막에는 검은색과 빨간색의 글씨로 작성된 대자보 2개가, 실종자 가족들 대기소에는 검은색 글씨로만 작성된 대자보 2개가 각각 부착됐다.

해당 대자보들의 세부내용은 달랐지만 공통 주제는 한결같이 이번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는 것이었다. 또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공통점도 존재했다.

가족대기소에 부착된 현수막은 가족을 잃은 아픔을 말하면서도 결론은 “우리 모두 다 같이 이 나라, 이 무능한 정부 관료들과 싸워야합니다”라고 맺었다. 해병대 전우회에 부착된 대자보는 가족 관련 내용은 검은색 글씨로 쓴 반면, “정부관계자가 내뱉는 거짓말”, “가족 팔아 보험금을 타려는 탐욕적인 가족들” 등의 자극적인 표현은 빨간 글씨로 작성했다.

특히 지난 주말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 항의 방문을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 작은 아버지, 이모, 삼촌들, 그리고 엄마는 그 거짓말에 분노하셔서 청와대까지 몇십㎞를 갔는데 결국 ‘진압’당했어(마치 성난 폭도들 대하듯 말야)”라고 강조했다.

그나마 출처가 일부분 확인된 것은 민간 다이버 구조팀 접수처에 부착된 대자보다. 해당 대자보는 “박근혜 대통령 지위고하 막론하고 단계별로 책임을 묻겠다”, “1년 계약직 선장에게 책임에 대해 묻는 것은 그야말로 책임전가며 책임회피는 아닐지” 등의 내용이 4가지 색상의 글씨로 작성돼 있다.

해당 대자보는 이날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르는 진도 실내체육관에 부착된 것과 내용이 동일하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붙인 것으로 현재 알려졌다.

출처 불명의 대자보와 함께 실종자 가족과 연관성도 없는 일반인이 명확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해 일부 가족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날 전남 보성에서 농업을 한다고 밝힌 양모 씨(45)는 “지난 18일 내가 학부모 대표 25명과 함께 사고 해역까지 배를 타고 갔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을 담당하는 해경과 학부모 대표들은 의혹을 제기했다. 자신을 실종자 학부모라고 밝힌 한 중년 남성은 양 씨에게 “말 함부로 하지 말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실종자 가족들, 그저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며 눈물만...

주변 상황이 어수선함에도 불구하고 실종자 가족들은 이들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다. 양 씨가 가족대책본부 앞에서 한시간 가량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부착된 대자보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하루종일 가족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자신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 형제, 자식이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바다였다. 마치 혈육의 생사 이외에는 일절 관심을 끊은 모습이었다.

가족대책본부 옆에 위치한 방파제에서 한 스님은 이른 시간부터 목탁을 울렸다. 백발의 한 할머니는 그 목탁 소리에 맞춰 바다를 향해 끊임없이 두 손을 빌었다. 손주가 무사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한 중년 여성은 겉옷의 모자를 뒤집어 쓴 채 바다를 바라보며 두 무릎을 꿇고 두손 모아 기도했다. 그는 기도하는 것만이 자신의 전부인 듯 한참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랜시간이 지나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의 눈가는 더 이상 흐를 눈물도 없는 듯 붉게 젖어있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방파제에 앉아 그저 하염없이 바다만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굳게 다문 입술로 바다를 응시하던 그는 이내 슬픔이 복받치는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아냈다.

바다를 바라보던 이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단 하나. 새하얀 보드판에 새로운 시신에 대한 정보가 까맣게 채워질 때였다. 해경 관계자가 나와서 시신의 신원에 대한 정보를 하나하나 적어나갈 때마다 이들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며칠간 면도를 하지 못한 듯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한 중년 남성은 시신에 대한 정보가 적힌 A4용지를 마치 아이 볼 쓰다듬듯이 일일이 쓰다듬기도 했다.

마침내 한 부부가 자신들의 아이와 닮은 정보를 발견한 듯 오열을 터뜨렸을 때 실종자 가족들의 눈시울은 또 한번 붉어졌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이날따라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는 한 40대 중반의 남성은 착잡한 목소리로 “너무나도 슬픈 바다구나”라고 읊조렸다.

민간 잠수부, 해경과 갈등? 일부는 팽목항에서 떠나기도

한편, 이날 사고 현장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민·관·군 합동으로 수색작업을 벌이던 민간 잠수부 가운데 일부가 세월호 침몰현장 철수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장에 있던 해경 측 바지선을 사용하게 해 달라는 민간 잠수부의 요청을 해경이 거부하면서 양측간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고현장 철수 이후 민간 다이버들은 공동명의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도의 입장발표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간 잠수부는 ‘데일리안’과의 만남에서 “조류도 많이 약해졌고, 바다 상태도 어제부터 엄청 좋아졌는데 왜 작업에 투입이 되지 않는지 알 수 없다”며 “(구조작업하기) 좋은 시기에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현장 철수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가 입장 결정을 하고 말고가 아니다. 우리는 자존심 내세울 것도 아니고 자원봉사를 하려고 온 것 뿐”이라며 “입장을 발표하는 것 등은 우리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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