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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중대본 갖고는 안된다


입력 2014.04.23 10:59 수정 2014.04.23 15:09        김지영 기자

재난안전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 컨트롤 타워 있어야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가 침몰한지 닷새째인 20일 오후 여객선침몰사고 범정부대책본부가 마련된 진도군청에서 열리는 특별재난구역 선포 등을 논의하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재난안전을 담당하는 별도의 컨트롤타워가 설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설 기구에는 부처를 통솔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구체적인 모델로는 부처로부터 독립된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 기구가 제시되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주축이 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각 지역에 중구난방으로 설치된 재난대책기구로는 효과적으로 재난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켜지지 않는 수백개의 매뉴얼도 골칫거리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 중대본이 있으나 이번에 보니 위기 시 현장과 부처 간 협업과 통일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이와 관련된 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역시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해 “국무조정실은 각 부처의 안전 정책과 위기대응 능력은 물론,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와 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라”며 “각 부처는 소관 분야별로 잠재된 위험 요인과 취약 분야에 대한 정밀 안전 점검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위기대응 방안이 문서로는 존재하지만 체계가 없는 기형적인 구조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3000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과 15개의 재난관리 매뉴얼이 존재하지만, 각 매뉴얼이 상황에 따른 보편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히지 않은 탓에 형식상 서류로만 머물고 있다.

통합 재난대책기구인 중대본도 문제다. 기본적으로 본부장을 맡는 안행부 장관은 타 부서의 상급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적인 부처 통솔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대표적인 예가 중대본과 해양경찰 간 엇박자다. 실종자 구조 상황에 대한 엇갈린 발표로 현장의 혼란이 초래되면서 공보채널은 일원화됐지만, 통솔권은 아직도 제각기다. 중대본의 책임부처인 안행부와 해경의 상급기관인 해양수산부 간 협업이 안 되는 상황에 중대본과 해경 간 협업이 원활할 리 만무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간어선 관리는 해수부가, 사고현장 통제는 해경이, 실종자 수색은 해군이, 자원봉사자 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따로 통제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정 총리가 뒤늦게 범정부대책본부를 구성한 사실만으로도 현재 중대본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아니다. 국가안보실 내 위기관리센터가 있지만, 20여명의 직원 가운데 재난 관련 전문가는 행정관 1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위기관리센터는 부처를 통솔하는 기능보다는 각 부처와 현장의 상황을 취합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종합상황실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결국 매뉴얼 상으로는 중대본이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지만, 현실적인 시스템과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상급기관인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국무총리, 또는 대통령 직속 재난안전 전담기구다.

한 소방방재 전문가는 22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위기관리, 재난관리, 안전관리는 각 부처의 기능을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통제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급기관이 수행을 맡아야 한다”면서 “지자체를 예로 들면 기획 총괄부서 정도인데, 국가 차원에서는 총리실과 청와대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문가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기에 앞서 유관기관들이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능력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보편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공통운영 시스템을 갖고 있다. 유사시 수평적인 관계에서 각 부처가 자발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대책을 수립한다”며 “통합기구는 하드웨어에 불구한 것이고, 어떤 위기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의사결정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FEMA·페마)도 재난안전기구의 모범사례로 제시된다. 페마는 국토안보부 산하 기구임에도 유사시에는 다수기관조정통제체계(MACS)가 꾸려져 28개 연방정부 부처들과 주정부 기관, 민간기구까지 통솔하는 권한을 갖는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4년 페마를 본 따 독립된 소방방재기구를 만들려 했지만, 각 부처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부딪혀 행정부 소속 외청인 소방방재청을 만들게 됐다.

전 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한 관계자는 “효율적인 재난관리를 위해서는 각 부처를 장악할 수 있는 일원화된 통솔조직이 필요하다”며 “통상적으로 청이라고 하면 부처 산하가 되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고, 처 이상으로는 만들어야 독립적 기관으로서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중대본처럼 고유사무가 있는 일개 장관급 부처에서 국가재난 대응을 주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면서 “부처가 아닌 기구를 만들어 재난대응을 총괄한다고 한다면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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