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악플 달때 마음은? 당당히 처벌받길
<기자수첩>일베, 반사회적·반인륜적 게시글 이제와 '삭제요청' 어이없어
[기사 추가 : 2014.04.21 오후 20:45]
실종자들을 가둔 세월호는 ‘오뎅탕’, 실종자 가족들은 ‘종북세력’,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는 ‘폭동’, 세월호가 침몰한 날은 ‘물고기 회식날’, 세월호가 침몰한 전라도는 ‘외국’이다. 누군가는 재미로 말하고, 누군가는 진실로 믿는다. 넘쳐나는 반(反)사회적, 반(反)인륜적인 ‘무개념’ 게시글에 경찰도 칼을 빼들었다.
지난 19일 한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가 세월호를 ‘오뎅탕’으로 비하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는 17일 방송에서 “그 배에 탄 지들 잘못이지”, “배 타러 진도 가야지” 등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해 온갖 막말을 쏟아냈다. “교복이 젖었을 것 아냐” 등 성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발언도 있었다.
피플뉴스의 편집국장인 서모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에 항의하는 일부 실종자 가족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했다. “대통령을 무시하면 국가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 선동꾼이 있다”, “정부를 비난하고 선전선동을 일삼는 원천세력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씨는 21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피해자들 사칭한 여성이 팟캐스트에 동영상을 올려 반정부 선동을 했기 때문에 다소 과격한 표현을 쓰게 됐다”며 “종북세력이라는 표현이 과했다는 것은 인정하나, 그 대상은 피해자를 사칭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불순세력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민간잠수부를 사칭한 홍가혜 씨는 MBN과 인터뷰에서 “현장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떼우고 가라고 말했다”며 “민간 잠수부들과 현장 관계자의 협조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다가 체포영장 발부라는 철퇴를 맞고 잠적했다. 홍씨는 현재 SNS 공개 범위를 친구로 바꾸고 정말로 ‘잠수’ 중이다.
자칭 ‘애국보수’ 네티즌들이 모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는 세월호 실종자들을 조롱하는 게시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물고기들이 포식하겠다’, ‘보글보글 물고기밥’, ‘교복바지 물고기밥’ 등 단어 수준도 상식 이하다. 일부 이용자들은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폭동’이라고 표현했다.
세월호 사고와 연관시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합성사진을 게재한 네티즌도 있었다. 사이트 내 자정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무개념 게시글 게재는 현재진행형이다.
경찰이 악성 게시물의 게시자를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힌 뒤, 일베 이용자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건의게시판’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는 글이 잇따랐고, ‘고소미(고소의 은어)’ 범위와 관련해 각종 문의글들이 올라왔다. 변태적 만족감을 위해 실종자들을 두 번 죽여놓고 형사처벌은 무서웠나보다.
‘언론인’ 서씨는 페이스북에 수차례 해명글을 올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말한 ‘종북세력’의 범위를 점점 좁히고 있다. 이제는 ‘국가지도자’ 대통령을 찬양하며 애국심 마케팅에 나섰다. ‘오뎅탕’ 발언의 당사자인 개인방송 운영자는 “인터넷에 나도는 모든 말을 내가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렇게 비겁하게 꼬리를 내릴 거면 뭣 하러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비상식, 반사회, 반인륜, 형용조차 어려운 질 떨어지는 주장으로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조롱할 때는 목적이 있었을 것 아닌가. 이제 사람들의 관심을 충분히 받았으니, 이를 통해 사디즘(sadism)적 쾌락은 채워졌으니 도망치는 건가.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유는 범죄다. 당당하게 키보드를 두드렸다면, 이제 책임도 당당하게 졌으면 한다. 이제 와 글을 삭제하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잠적하는 게 남의 집 담벼락에 소변을 보고 벌금이 무서워 벽을 말리는 것과 뭐가 다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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