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한·호주FTA, 200억 달러 이상 GDP 증가"
양국 외교장관 FTA 정식 서명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
한국과 호주 외교장관이 8일 한·호주 FTA(자유무역협정)에 정식 서명한 가운데, 양국 정상은 FTA 협정의 조속한 발효를 위해 필요한 국내 절차를 완료토록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이날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비전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은 또 보다 자유로운 무역과 더욱 견실한 인프라 구축 등 성장과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구제조치를 통해 세계경제 회복을 조력하는 데 있어 G20(주요 20개국)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 "양국 관계 전반 격상시키는 계기 될 것"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호주는 한국전에 참전한 전통 우방국이고, 우리와 기본 가치와 글로벌 이슈에 대한 전략적 이해를 같이하면서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훌륭한 협력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호주 FTA는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로, 양국간 무역·투자·고용 창출·시장 확대 등에서 가시적인 효과는 물론, 사회·문화 등 양국 관계의 전반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FTA가 발효되면 우리의 대(對)호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자동차 관세가 철폐되고, 10억달러 미만 투자에 대한 심사 절차가 면제되는 등 우리의 대호주 교역 및 투자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호주는 우리의 최대 자원 공급국이자 해외자원 개발투자 대상국”이라며 “애벗 총리는 세계적 경쟁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호주 자원·에너지 개발 참여를 환영했고, 우리 두 정상은 뉴사우스웨일즈주(州)에 대규모 유연탄 개발사업과 여타 철광석, LNG(액화천연가스) 개발 등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통해 협력을 더욱 확대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박 대통령은 “FTA 타결로 안정적인 투자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양국 간 투자가 활성화되는 계기도 될 것”이라며 “그래서 앞으로 10년 간 양국 모두 200억달러 이상의 GDP가 증가되는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벗 총리는 “호주와 한국은 서로에게 대단히 중요하고 자연스러운 파트너 국가라고 생각한다. 호주와 한국 모두 민주국가이고, G20 회원국이며, 미국의 동맹국”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우방국으로서 매우 당연한 경제적 관계를 훨씬 넘어서는 광의의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애벗 총리는 그러면서 “오늘 채택된 비전 성명의 중심은 양국이 가지고 있는 신뢰와 가치”라면서 “나는 분명하게 의지를 가지고 밝히는 바, 의지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솔린 소형·중형차 관세 즉시 철폐, 농축산품은 양허 제외
이날 FTA 서명에 따라 호주는 우리의 11번째 FTA 체결국이 됐다. 이로써 GDP(국내총생산) 기준 FTA 시장규모는 57.3%(발효 FTA 9개, 서명 FTA 2개)로 늘어나게 됐다.
양국은 FTA를 통해 협정발효 후 10년 내에 현재 교역되고 있는 대다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관세율 5%) 중 가솔린 중형차(1500~3000cc), 가솔린 소형차(1000~1500cc)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관세는 즉시, 나머지 승용차에 대한 관세는 3년 내에 철폐된다.
또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건설중장비, 섬유기계 등 주요 가전 및 일반기계와 냉연강판, 열연강판, 도금강판 등 주력 철강제품 및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관세도 대부분 즉시 철폐된다.
다만 양국은 우리 농축산업의 민감성을 보호하기 위해 농축산품은 양허 항목에서 제외하고, 10년 초과 장기 관세철폐, 농산물 세이프가드, 계절관세 등 다양한 예외수단을 확보했다.
대외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해양수산연구원, 노동연구원, 조세연구원 등 6개 연구기관은 FTA 발효 후 10년간 GDP는 0.14%, 소비자 후생수준은 약 16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규제개혁 인식 공유…박 대통령 "서로에게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
이밖에 양국 정상은 과감한 규제 철폐를 통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추구하는 양국의 정책 기조에 공통점이 크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창조경제의 주력 분야인 디자인과 IT(정보기술), 소프트웨어, 지식서비스 등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실제 호주는 애벗 총리 위임 이래 호주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필요한 형식주의(red tape)를 폐기하고,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규제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또 비생산적 법안과 규정들을 일괄 폐기하는 ‘폐지의 날(Repeal Day)’을 도입함으로써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대대적으로 폐기하고 있다.
이 같은 개혁의 성과로 호주는 지난달 26일 제 1차 ‘폐지의 날’을 통해 1000여개의 법안과 9500여개의 행정규정을 폐기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그간 애벗 총리가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해서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는데, 특히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규제완화 조치라든지 또 ‘One Stop Shop(원 스톱 숍·연방정부와 주정부 환경영향평가 간 일원화)’ 제도 같은 것들을 도입해서 호주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나도 이 규제개혁을 위해서 지금 많은 힘을 쏟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정책 기조는 나의 국정운영 방침과도 일치한다”며 “이런 경험을 서로 공유하게 되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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