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강남이 여성 우선공천지역이냐" 고성
새누리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여성 우선공천 지역선정 결론 못내
“왜 강남이 여성 우선공천 지역이냐.”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상향식 공천제도 무제한 설명회’ 질의응답 시간. 새누리당의 여성 기초단체장 우선공천 지역선정에 대해 불만을 품은 한 남성 참석자의 질문으로 장내는 순식간 웅성거렸다.
이 남성은 질의 시작 전부터 설명회와 전혀 다른 주제로 자신을 장황하게 소개하며 한참을 뜸들였다. 설명회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사회자의 제지를 받고나서야 “새누리당에서 여성 우선 추천지역을 선정한다는 뉴스를 보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운을 뗐다.
질문을 시작한 뒤에도 뜸을 들이며 분위기를 흐리자 참석자들은 “저 사람 뭐 하러 왔느냐”, “퇴장시키세요”라고 항의했다. 일순간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진행요원들은 설명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 남성을 제지시켰지만, 이 남성은 발언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는 “왜 강남을 여성우천 추천 지역으로 정했느냐, 기준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저 분이 화내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는 우수한 여성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정치 분야는 여성이 진출하는데 유독 벽이 크다”며 “당헌당규에는 ‘여성을 30%이상 공천하라’는 규정이 있는데, 그것도 못 지키고 있다”고 설명하자, 대부분의 여성 참석자들은 박수치며 호응했다.
김 전략기획본부장은 “어제도 새벽 1시까지 대구, 부산 등 여성우천 추천지역에 대해 논의했지만 잘 안됐다”며 “그러나 더 확대할 것이고, 당선될 지역에 여성을 보내 여성 후보자들이 많이 당선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략기획본부장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우선공천 지역을 둘러싼 질문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또 다른 남성 참석자도 “강남이 왜 우선공천 지역이냐, 그 기준이 뭐냐”고 질문했고, “용산이 여성 우선공천지역으로 선정됐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아무나 용산에 ‘갖다 꽂아도 당선이 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우선공천 지역을 둘러싼 질문이 연이어 쏟아지자 김 전략기획본부장은 “정해진 제도를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이고, 그러면 우리당의 당헌당규를 바꿔 달라”며 “제 권한이 아니다. 오늘 설명 드리는 것은 상향식 공천제도로,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한 여성 참석자는 “이 제도를 만들때 ‘여성을 몇 %까지 당선시키겠다’고 구상했느냐. 여성 우선공천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 전략기획본부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잘 조절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전략지역에 해당하더라도 낙하선 공천은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 김 전략기획본부장은 “우리 당헌당규상 전략공천은 없어졌다. 유일하게 중앙당에서 공천할 수 있는 것은 여성 우선공천이다”며 “이것을 시도공천관리위에 맡겨놓으면 잘 안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앙에서 일임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비공개 최고위에서 2시간여 동안 논의했지만 결론 못내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긴급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여성 우선공천 지역 선정을 둘러싸고 논의를 거듭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민현주 대변인은 이날 2시간여 동안 진행된 비공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여성 우선공천지역에 초점을 맞춰 회의가 진행됐으나 아무것도 의결하지 못했다”면서 “공천위에서 지역을 선정해 최고위에 보고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자격 조건과 관련, “여성이라고 해서 자격 조건도 갖추지 않은 사람을 무작정 공천할 수는 없을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민 대변인은 “당선 가능성이 있고 여성이 경쟁력 있는 지역을 선정해야 하다 보니 논의가 쉽지 않다”며 “여성 배려를 하려고 하는데 인재 부족 등 여건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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