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공계 출신인데" 은행권 그들을 감싸다
산은 신입 행원 중 이공계 비율 상승, 기은은 이공계 인턴 우대
시중은행, 아직 이공계 선발 미미…"향후 이공계 출신 별도 선발 계획 없어"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에서 '금(禁)이공계' 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과거 신용·담보 대출 등 상대적으로 간단했던 은행 업무에서 기업의 기술평가 등 복합적인 업무의 비중이 늘어나자 은행권에서 이공계의 필요성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자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적재산권(IP)담보 대출을 늘리거나 기업에 대한 대출시 기업의 기술평가를 대출 심사 필수항목으로 지정하는 등 정부의 시책에 발맞추고 있다.
기술이나 IP 등을 적절하게 평가하고 이를 금융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은행권에도 이공계 인력이 필수적인 시대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행장 홍기택)은 학부 전공학과를 기준으로 이공계를 선정, 이공계 출신 신규채용 비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산은의 전체 신입행원 중 이공계 인력은 14.4%에서 2012년 17.8%까지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18.6%까지 상승했다.
산은 내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전체 행원 가운데 이공계 규모도 2011년부터 최근 3년간 356명→366명→374명 등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기술금융관련 인력만 12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20~30명은 기술평가부에 배치돼 있고 15명가량은 기술금융부에서 기술평가와 금융을 연계해 중소기업들이 좀 더 쉽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나머지 인력도 영업점에 배치돼 각종 업무를 도맡고 있다.
산은은 그동안 기업지원·기술평가 등 전문적 은행업무를 수행하는 국책은행으로서 이공계 출신 인력 채용을 꾸준히 벌여왔다.
기업은행도 신규채용 행원 가운데 이공계의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는 추세다. 기업은행의 2011년 이공계 출신 신입 행원은 전체 신입 행원 중 15%였지만 2013년에는 17%수준까지 올라갔다. 지난 1월 청년인턴을 모집하면서부터는 이공계 출신을 우대하는 항목을 신설했다.
지난해 7월에는 10명으로 구성된 전문 기술평가팀을 꾸리기도 했다. 10명중 6명은 기술평가를 위해 전문 기술 인력을 영입한 것이다. 올해 1월에는 3명의 전문 인력을 추가로 뽑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공계 인재 채용을 확대 하고 있는 것은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보다 정확히 평가하는 창조금융·기술금융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공계 출신은 본인의 자기개발 내역, 보유역량, 전공 등을 감안해 적합한 분야에 적재적소에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반 시중은행들의 경우 아직까지 IP담보대출 등 기술평가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을뿐더러 이공계 출신 인력에 대한 필요성도 부각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상당수 시중은행들이 신규 행원 채용시 전공·학과와는 무관하게 인력을 뽑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이공계 출신을 채용하고 있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공계를 일정 비율 할당해서 뽑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전공을 불문하고 인력을 뽑고 있다"면서 "향후 이공계를 별도로 선발하기 위한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공계를 졸업했다가 상경계열의 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이 신입행원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상당수 있을 수 있지만 특별히 이공계 선발 계획은 없다"면서 "일반적으로 이공계 출신들은 진출 분야가 명확하기 때문에 금융권으로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