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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서민들엔 대출 꽁꽁 사기꾼엔 대출 펑펑


입력 2014.02.11 15:15 수정 2014.02.11 16:26        목용재 기자

아무 보직 없는 KT ENS 김모씨와 납품업체 3000억 사기대출

KT ENS 측 "김씨 대출 연관 권한 없어" 허술한 대출절차 문제

경기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안에 있는 KT ENS 본사 빌딩.ⓒ연합뉴스

KT ENS 김모 부장과 납품업체가 공모해 벌인 3000억 사기대출에 속아 넘어간 저축·시중 은행들이 아무런 보직이 없는 그에게 매출채권을 확인하는 등 허술한 대출 절차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KT ENS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부장은 올해 대기발령 상태였다. 지난해에는 특별한 보직이 없는 인력풀에 속했다. 김 부장은 지난 2012년에는 자금운용과 연관이 없는 영업부에서 시스템 장비를 취급했다.

각 은행의 대출 담당자들은 자금운용과 연관이 없는 KT ENS 직원을 만나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등 부실한 대출심사를 진행한 셈이다. 이에 따라 대출을 실행한 은행들의 부실한 대출 심사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이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 확인했다면 이와 같은 대출사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은 김모 부장이 올해는 대기발령 상태였고 지난해에는 특정업무를 담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과거에 관련 업무를 맡았다가 업무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관련 서류에 김 부장의 연락처가 계속 등장하는 것 때문에 은행들이 김 부장과 관련 실무를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 관련 구매·발주 서류에 김모 씨의 이름이 계속 등장한다"면서 "과거 김모 씨가 매출확인서나 세금계산서 등을 확인하는 업무를 해왔다가 보직이 변경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T ENS도 김 부장이 대출과 연관된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출관련 업무는 재무팀에서 담당하는데, 관계자가 시중·저축은행 관계자와 만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KT ENS 측은 지난 7일 이번 사건에서 사용된 서류와 KT ENS에서 만난 직원 명단을 각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에 요구한 상황이다.

KT ENS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기업에서 자금과 관련된 업무는 재무팀에서 담당하고, 본부장급의 승인까지 있어야 한다"면서 "김모 부장은 영업이나 기술직에만 있었기 때문에 자금운용과 연관된 권한이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규모가 1624억 원으로 가장 큰 하나은행 측은 실무자에게 직접 매출채권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했기 때문에 대출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김모 씨가 대출관련 담당자는 아니지만 매출채권이 사실인지 여부는 영업부서에 있는 김모 씨에게 확인해왔다"면서 "김모씨를 통해 SPC앞으로 양도된 매출채권을 확인했고 그것을 통한 수익권증서 발행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실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 관계자도 "김모 부장을 만나 대출 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는 등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면서 "대출최초 시점부터 김모 부장이 대출관련 절차를 담당했었다"고 말했다.

현재 하나은행의 경우 2009년 이후 월평균 3차례씩 매출채권 확인서를 꾸며 제출하는 수법으로 사기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에만 수십 차례, 13개 금융회사에 수백 차례 제출된 매출채권확인서에는 품목, 매출일자, 대금지급일자 등의 내용이 담기고 KT ENS의 법인인감이 도용됐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기대출 사건과 관련해 KT ENS와 납품업체 6곳을 압수수색에 나선 상황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11일 오전 6개 협력업체 사무실 등에 압수수색을 벌이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관련 장부 등 서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KT ENS 김모 부장은 구속된 상황이며 사기대출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협력업체 사장 1명은 지난 3일 홍콩으로 도주하고 다른 3명도 비슷한 시기에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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