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실패한 민주당 우클릭 김한길 도전 '글쎄...'
언급조차 금기시돼온 햇볕정책 수정에 친노 반발
난닝구-백바지 트라우마로 개혁 추진 동력 미지수
[기사수정 : 2014.03.05. 09:46]
이른바 ‘햇볕정책 2.0’을 내놓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향후 ‘성공의 샴페인’을 터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실상 ‘우클릭’이라는 평을 받는 해당 정책을 두고 당 내부의 대체적 기류는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노선 변경을 하는 것”이라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 정체성 논란’이 불거진 셈이다.
"김한길, 자기 색깔 보이려는 듯"
김 대표가 지난 13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칭 ‘햇볕정책 2.0’이라고 불리는 ‘국민통합적 대북정책’ 카드를 꺼내든 직후 이는 연일 화제가 돼왔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겨울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하는 것은 강한 바람(강경정책)이 아닌 따뜻한 햇볕(유화정책)이라며 만든 햇볕정책은 민주당의 대북정책 근간으로 ‘메스’를 대는 게 금기시돼왔기 때문이다.
일단 출발은 좋았다. 김 대표는 햇볕정책 보완의 근거로 “당시 정책은 북한이 핵을 갖췄다는 게 전제되지 않은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햇볕정책 2.0’을 만들고 있는 민주정책연구소는 “달라진 배경을 토대로 햇볕정책도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는 기조로 정책을 손보고 있다. 정치권 안팎으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눈높이’를 맞췄다”는 평이 나왔다.
특히 민주당이 ‘햇볕정책 2.0’ 추진 정책 중 하나로 ‘민주당판 북한인권법’을 내겠다고 한 것은 “드디어 국회에서 해당법이 통과되는 것이냐”는 기대감을 불러 모았다.
북한 인권 상황 기록과 대북 인권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인 새누리당의 법과 남북협력과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춘 민주당 법은 과거에도, 지금도 간극이 있지만, 여야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북정책이나 안보이슈에 있어 손 놓고만 있었다는 ‘종북몰이’를 비껴갈 발판도 생긴다.
김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결국 중원(中原)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안철수 신당이 ‘중도 보수’라는 기치를 내걸고 경쟁자로 떠오른 데다 유권자가 점차 보수화되고 있는 만큼 크고 작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우클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갖고 있는 이념 성향 자체도 당내에선 ‘우향우’다.
민병두 전 당 전략홍보본부장의 블로그 글도 민주당이 ‘우클릭 전략’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는 15일 보수세력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꿔야 한다며 “북한이 핵을 보유했다는 변화한 환경 하에서 새로이 다듬어지고 작동 가능한 ‘햇볕정책 2.0’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과감하게 우리가 전선을 ‘오른쪽 중간’에 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햇볕정책 2.0’이라는 개혁을 통해 김 대표는 올해 중도로 대표되는 ‘김한길표 정치’를 추구, 강고한 리더십을 구축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서 자신의 의지를 담아 만들어질 ‘햇볕정책 2.0’과 ‘분파(계파)주의 극복’을 함께 언급한 것이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한 정치학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대북정책이라는 걸 정리하다보면 당내에서 이념 정리가 된다”며 “김 대표가 친노, 구주류 등에게 자기 색깔을 보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 잡음이 일 조짐이 보이자 김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은 햇볕정책의 원칙을 고수하며 시대상황 변화에 따라 계승·발전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햇볕정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17일에는 연평도를 방문하면서 ‘우클릭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오는 21일 김 대표가 문재인, 정세균 등 상임고문단과의 오찬 회동은 갖는 것은 이러한 행보와 관련, 양해를 구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강연 일정으로 인해 19일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이라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대표는 이미 15일 손 고문을 만나 당 혁신 과정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고, 손 고문도 긍정적인 답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클릭 논란' 반발도 심하고...
하지만 민주당 내 ‘우클릭 시도’는 번번이 무너져왔다는 점에서 김 대표의 이번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햇볕정책 2.0’에 대한 동교동계나 친노(친노무현)계, 학생 운동권 출신 486세대 등에서 반발이 심하다.
동교동계인 박지원 의원은 “햇볕정책 때문에 북이 핵을 개발했는가”라고 쏘아붙인 것을 시작으로 조금이라도 수정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친노계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안을 놓고 다시 토론해봐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운동권 홍익표·김기식 의원 등도 ‘당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기류는 점차 짙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햇볕정책’을 기준으로 둔 ‘당 정체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손 고문과 정동영 상임고문도 2010년과 2011년, 햇볕정책을 두고 기싸움을 벌인 바 있다. 상대적으로 손 고문은 우, 정 고문은 좌측 성향으로 성향이 쏠려있다.
2010년 손 고문은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가진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민주당은 대북 평화 포용정책이 기본임은 틀림없지만, 햇볕정책이 모든 것을 다 치유하고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햇볕정책은 평화를 위한 하나의 조건이지 충분한 평화의 조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정 고문은 “포용정책은 민주당으로서는 정체성이요, 뿌리 그 자체”라며 “이것을 폄하하거나 부정한다면 이는 민주당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2011년에도 정 고문은 당시 대표였던 손 고문이 간 나오토 일본 총리를 만나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언급한데 대해 “민주정부 10년 동안 정부가 철학과 신념을 갖고 추진한 햇볕정책의 취지를 변형했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고문은 이에 “북의 세습 체제 자체나 핵 개발을 찬성하고 지지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평화가 위협받거나 개방·개혁을 가로막는 어떤 정책에도 반대한다”고 반격했다.
지난해에도 ‘우클릭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2012년 총·대선에서 연이어 패한 뒤 민주당은 진보정당과의 연대 과정에서 당이 지나치게 ‘좌편향’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했다.
이후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산하 강령·정책분과위원회가 당의 강령 및 정강·정책에 ‘우클릭’을 시도했다. ‘한미FTA 재검토’ 문구 삭제, ‘기업의 창의적 활동을 촉진·지원한다’는 문구 추가, ‘북한 인권과 관련해 관심을 가진다’는 문구 추가 등의 내용을 발표한 것. 결과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결론이 나올 때까지 당은 찬반으로 갈려 매우 소란스러웠다.
김 대표의 트라우마가 당 개혁에 발목을 잡을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06년 열린우리당에서 원내대표로 활동했던 김 대표는 2007년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 등과 당을 탈당했다. 당시 김 대표는 ‘난닝구(실용주의)파’로 활동하며 유시민 의원 등의 ‘백바지(개혁)파’와 노선 갈등을 겪었다. 이후 김 대표는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 내홍이 봉합될 때까지 중도개혁통합신당, 중도통합민주당 등을 거쳤다. 이는 김 대표 개인에게는 물론 민주당 역사에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즉, 노선 선회를 비롯해 당 개혁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김 대표가 이같은 아픔을 반복하진 않으려 할 것이란 얘기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당시 탈당한 세력, 변절한 세력이라고 낙인찍혔던 트라우마가 있어 중도와 진보대립과 같이 노선투쟁으로 당 개혁을 이끌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중의 요구에 눈높이를 맞추고, 즉각 응답해가기 위해 변화하자는 식의 주장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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