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5.1% 이명박 2년차 53.8% 노무현 2년차 51.3%
"집권 실패 야당과 집권후 정부에 대한 실망 때문"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안철수 신당도 아니었다. 2014년 여러 언론매체의 신년맞이 여론조사에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킨 당은 다름 아닌 ‘무당파(無黨派)’였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뜻의 무당파는 여론조사서 최고 40%대를 웃돌았다.
1일 ‘서울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무당파는 안철수 신당을 제외했을 경우 35.1%, 안철수 신당을 포함시켰을 때 25.8%였다. 전자의 경우 새누리당은 37.1%, 민주당은 20.3%였고, 후자일 땐 새누리당이 33.4%, 안철수 신당이 27.1%, 민주당이 9.4%였다. 어느 경우든 무당파가 기존 정당은 물론 안철수 신당까지 위협하는 수치를 갖고 있단 얘기가 된다.
같은 날 ‘문화일보’의 여론조사에서도 무당파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안철수 신당을 제외하고는 41.8%, 포함하고는 18.9%였고, 전자의 경우 새누리당은 40.4%, 민주당은 15.2%로 집계됐다. 후자일 경우, 새누리당이 40.0%, 안철수 신당이 26.8%, 민주당이 12.0%였다.
이외에도 ‘KBS’에선 ‘모름·무응답’이 14.0%, 새누리당이 40.6%, 안철수 신당 30.3%, 민주당 12.7%였고, ‘동아일보-채널A’에선 ‘모름·무응답’이 26.5%, 새누리당이 35.8%, 안철수 신당이 25.3%, 민주당이 9.1%였다. ‘모름·무응답’을 무당파로 치환한다고 봤을 때 역시 무당파가 적잖은 수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신년 여론조사의 특징은 무당파의 증가”라면서 “국민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 이외에도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등 전문가들이 이와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전 정부, 같은 기간 동안에도 무당파는 기존 정당에 맞서는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하곤 했다. 현존하는 정당을 향한 ‘깊고 높은’ 불신의 눈빛이 이번이 특별한 경우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가 2년차에 접어들었던 2009년 1월 1일 ‘서울신문’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 무당파는 53.8%였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29.7%, 민주당은 9.5%, 민주노동당 3.7%, 창조한국당 1.4%, 자유선진당은 1.3%였다. 당시 ‘KBS’의 여론조사에서도 무응답은 30.3%였다. 한나라당은 34.5%, 민주당은 18.8%, 민주노동당이 7.1%, 자유선진당 4.2%, 친박연대 2.8%, 창조한국당 1.2% 등이었다.
앞서 노무현 정부가 2년차에 접어들었던 2004년 1월 1일 조사에서도 무당파는 공고한 입지를 자랑했다. ‘서울신문’ 조사에서 무당파는 무려 51.3%가 나왔다. 한나라당은 15.9%, 민주당은 12.1%, 열린우리당은 11.6% 등이었다. ‘한겨레’에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어느 당을 지지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무당파가 53.8%였고, ‘동아일보’에서도 같은 물음에 48.5%가 무당파였다.
안철수 신당이 '무당파' 흡수하는 것은 맞지만...
과거 여론조사와 현재 여론조사 모두 무당파가 차지하는 비율이 비슷하지만, 정치권은 이번만큼은 유난히 무당파의 향방에 촉각이 곤두서있다. 이유는 ‘안철수 신당’ 때문이다. 과거에는 무당파가 아무리 많더라도 결국 선거에선 기존 정당으로 흡수되거나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면 이번에는 안철수 신당 쪽에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서울신문’ 조사에서 무당파는 안철수 신당을 제외했을 땐 35.1%였지만, 포함시켰을 땐 25.8%로 9.3%p줄어들었다. ‘문화일보’ 조사에서는 그 폭이 더 컸다. 안철수 신당을 제외하고는 무당파가 41.8%, 포함하고는 18.9%로 무려 22.9%p가 줄었다.
한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수치상으로 볼 때 드러났듯 무당파의 증가는 집권 2년차에 늘 있는 현상"이라며 "집권을 실패한 야당에 대한 실망과 집권한 정부에 대한 실망이 겹쳐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안철수 현상'이라고 부르면서 무당파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거품'에 불과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반해 김 소장은 “끊임없는 정쟁 속에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커졌고, 그 불신에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게 안철수 신당”이라며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증대되면서 새정치를 표방하는 안철수 신당을 향한 쏠림현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도 “기존 정당에 대한 혐오로 무당파가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특히 홍 소장은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안철수 신당은 현 지지도를 어느 정도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정당정치 역사는 짧기 때문에 그만큼 기반이 약하고 부서지기 쉽다. (결국 유권자가) 정당을 지지하는 건 국회의원 숫자가 아닌 대권주자의 여부인데 안 의원이 대권주자로서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이상 안철수 신당은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약점도 명확했다. 전문가들은 안철수 신당이 향후에도 파괴력 있는 인사가 보강되지 않으면 점차 하락세를 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 본부장은 “안철수 신당은 정당으로서의 실체(가 없고), 지방선거에서의 경쟁력 있고 유력한 인물을 아직까지 영입해내지 못하고 있다. 잔치는 벌렸지만 먹을 것은 없는 외화내빈(外華內貧) 현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철수 신당이 2위가 나오더라도 (기존 정당 인사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을 여러 번 받아왔던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은 5일 구(舊)책사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함으로써 인사 보강에 승부수를 띄웠다.
윤 전 장관은 정치권에서 ‘범보수의 제갈량’, ‘대한민국의 장자방’으로 불리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러브콜’을 받아온 인물이다. 기존 새정추 4인방(박호군·윤장현·김효석·이계안)보다는 눈에 띄는 인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전 장관 카드가 안철수 신당에 큰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란 관측도 많다. 그의 갈지(之)자 행보 때문이다.
당초 윤 전 장관은 안 의원이 정치권에 발붙이기 전 ‘청춘콘서트’를 통해 ‘안철수의 멘토’로 부상했으나 안 의원이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윤 전 장관이 내 멘토라면 내 멘토는 김제동·김여진 씨 등 300명쯤 된다”고 하면서 거리가 멀어졌다. 이후 윤 전 장관은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지냈다. 그러다 올해 “안 의원이 집요해졌다”며 새정추공동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더군다나 기존 정당의 대안은 ‘안철수’라는 생각이 점차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무당파의 마음은 점차 오리무중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문화일보’의 차기 대선 후보 호감도 여론조사에선 ‘부동의 1위’ 자리에서 오랜 기간 머물렀던 안 의원(17.6%)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26.2%)에게 8.6%p차로 밀리는 결과가 나왔다. 앞서 반 총장은 이 매체의 9.16, 11.1여론조사 때도 각각 1위를 차지했다.
홍 소장은 “안 의원보다 잘하면 새누리당한테도, 민주당한테도 무당파는 갈 수 있는 것”이라며 무당파의 ‘갈대 같은 마음’을 표현했다. 김준석 동국대 정외과 교수는 “무당파라는 건 정당색이 얼마나 약하느냐 혹은 강하느냐의 차이지 정말 무당파가 있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며 무당파의 실체를 규정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기존 여야도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2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안철수 신당이 어떻게 하느냐를 따지기보다 여든 야든 자기가 할 일을 제대로 하면서 국민을 위해 협력한다면 그 파급력은 제한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같은 방송에서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하고, 민생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많이 내놓아 신뢰를 회복한다면 민주당에도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무당파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를지는 오는 6.4지방선거에서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신당을 넘나드는 ‘제1당’인 무당파를 어느 당이 막판에 흡수하느냐에 따라 정당역사가 새로 쓰일 가능성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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