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막내 CEO 신년사로 본 '4인4색'
신한-빅데이터, 국민-작은 승리전략, 우리-파부침선, 삼성-삼성전자DNA
지난해 카드 업계 큰 변화 중 하나는 카드사 최고경영자(CEO)의 교체다. 전업계 카드사 8곳 중 4곳(신한, 국민, 삼성,우리)의 수장이 교체되면서 '불황기'로 불리는 카드 시장에 CEO브랜드 바람이 일어날지 관심을 모았다.
갑오년 새해를 맞아 이들은 나름대로의 경영전략으로 저금리·저성장·저물가 등 불황의 삼각파도를 넘어 업계 넘버원으로 거듭 나겠다는 다짐이 야심차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업계에서 가장 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자신의 경영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위 사장의 경영전략에는 '빅데이터'를 빼고 말할 수 없다. 그는 신년사에서 "업계 최대 규모의 독보적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역량을 제고할 계획"이라며 빅데이터 경영을 명확히 했다.
특히 올해를 신한카드가 '빅 투 그레이트(BIG to GREAT)'로 도약하는 원년이라며 빅데이터 경영전략을 재차 확인했다. 빅데이터 경영은 방대한 정보를 가공해 △상품개발 △마케팅 △고객상담 등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빅데이터에 집중하는 게 '도전'이면서 동시에 '도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방대한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게 되면서 빅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낼지 구체적인 사례가 없어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고 전했다.
위 사장의 경영전략은 이런 우려를 상쇄할 만큼 뚜렷하다.
위 사장은 현재 카드시장을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대변화의 시기'라면서 빅데이터 경영을 통해 '차별화된 선도사업자'로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사장과 서울고등학교 동창(77년 졸업)인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의 신년사에도 경영전략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더라도 이들의 경영전략은 정반대다.
심 사장은 카드시장이 포화된 상태라면서 경영전략으로 '작은 승리 전략(Small Wins Strategy)'을 활용해야한다고 알렸다.
그는 신년사에서 "시장 성수기 경영 전략인 '작은 승리 전략'을 활용해 각 부문별 1등 경험으로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국민카드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작은 승리 전략은 작은 것부터 해나가면서 얻은 보상으로 큰 목표를 달성한다는 경영전략이다.
신한카드가 도전정신을 강조하며 새로운 모험을 택했다면 국민카드는 검증된 경영전략으로 업계 1위를 탈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분사한 우리카드의 경영전략도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강원 우리카드 사장은 신년사에서 사자성어 '파부침선'을 언급하며 새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삼자고 말했다.
파부침선은 가마솥을 깨트리고 배를 가라앉힌 후 전투에 임한다는 뜻이다. 배수진보다 더 강한 의미를 담고 있어 강 사장의 경영 혁신 의지가 돋보인다.
아울러 강 사장은 우리카드 배구단을 예로 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강 사장은 "우리카드 배구단에는 타 구단의 용병 같은 뛰어난 주포의 활약은 없다"면서도 "대신 모든 선수가 골고루 역량을 발휘한다. 우리도 각자의 분야에서 노력해 업계 최고가 돼야 한다"고 격려했다.
아직 취임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원 사장은 신년사에서 "삼성카드는 글로벌 일류기업인 삼성전자의 성공 DNA와 삼성카드의 노하우를 결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원 사장은 임직원이 즐겁게 일해야 '창의'도 높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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