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승리? 신당 승리? 또 시작된 안철수 딜레마
지자체선거 대권도전 발판 수도권 공략 필수지만 야권분열 비판 감안해야
‘야권 전체의 승리냐? 안철수 신당의 승리냐?’
신당 창당을 진행 중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야권 전체의 승리를 위해서는 본인이 또 다시 양보를 해야 되지만, 신당의 성공적인 출발을 위해서는 야권 분열이라는 책임을 져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의 중간평가라는 측면에서 여야 모두에게 중요한 분기점이다. 여권이 승리할 경우 박근혜정부는 집권 2년차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받게 돼 향후 정국 운영이 순조롭게 된다. 반면 야권이 승리할 경우 ‘정권 심판론’이 제기되면서 정반대의 상황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기 레임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안 의원의 고민도 바로 이 같은 상황에서 비롯된다.
그는 지난 8일 신당 창당 준비 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의 1차 인선을 발표하고 지방선거를 겨냥한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섰다.
정치권은 이날 인선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를 염두에 둔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추진위 내부에서도 윤장현 광주비전21 이사장은 광주시장, 김효선 전 민주당 의원은 전남지사, 이계안 전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로, 인천 출신의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인천시장 후보로 각각 거론되고 있다.
안 의원 스스로도 최근 “지방선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며 지방선거를 향한 강한 열의를 드러내고 있다. 안 의원 측도 “민주당과 붙어볼만 하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문제는 선거연대를 둘러 싼 야권, 그 중에서도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자칫 ‘새누리당-민주당-안철수 신당’의 3자 구도로 갈 경우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럴 경우 안 의원은 선거 패배를 초래한 야권 분열의 제공자로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1일 ‘데일리안’과 만나 “지방선거에서는 후보간 큰 격차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야권이 분열한다면 선거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 측이 후보를 낼 경우 새누리당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 의원이 일부지역에서 민주당과 야권연대를 형성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당장 안 의원이 주장하는 ‘새정치’에 큰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새정치를 향한 안 의원 개인의 의지도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미 두차례의 큰 선거에서 야권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의 핵심으로 꼽히는 수도권과 안철수 신당의 최우선 공략지로 꼽히는 호남의 경우 안 의원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의 박원순 서울시장을 있게 한 1등 공신은 바로 안 의원이다. 지난 2011년 재보궐선거 당시 5%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박 시장은 당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안 의원의 양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즉, 현재 박 시장의 지지층 대부분은 안 의원의 지지층과 겹친다고 봐도 무방하다. 안철수 신당이 후보를 낼 경우 가장 타격을 받게 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시 박 시장에게 몸을 맡긴 안 의원 지지층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안 의원이 다음 대선에서 꽃을 피우기 위한 준비과정”이라며 “이번 지방선거는 안 의원에게 정치세력화의 기초를 마련하는 측면과 동시에 민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가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정치세력화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 무조건 후보를 낼 것이다. 후보를 내지 않으면 정당의 의미가 없다”면서 “야권분열의 우려가 있지만 지금의 안 의원은 그것을 감수할 수 있다. 야권분열 때문에 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면 신당을 만들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호남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신당의 가장 큰 지지율은 현재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나오고 있다. 신당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호남지역 공략이 필수이다.
아직까지는 민주당이 “동반자 관계의 틀을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박기춘 사무총장)”고 지속적으로 야권연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광주지역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 상당수가 안철수 신당 쪽으로 이동하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호남의 특성상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최악의 경우는 피할 가능성이 높지만 안방을 공격당할 처지에 놓인 민주당의 기분이 마냥 좋을리 만무하다. 결국 텃밭과 지역의 주도권을 두고 안철수 신당과의 한판 승부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의 전체 판세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박 평론가는 “만약의 경우 안 의원이 향후 정치지형 모색을 위해 수도권에서 야권과 연대를 할 수도 있다”며 “그렇다면 안 의원과 민주당이 호남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영남에서는 민주당이 많이 양보하는 것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