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한번도 성공 못한 '미운 오리새끼'의 딜레마
민주당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야권연대가 점차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자칭 ‘야권의 맏형’인 민주당은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2002년 노무현-정몽준 연대에서 발전해 2010년 지방선거에선 ‘야5당 연대’를 이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이때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7곳을 따냈고, ‘여당 텃밭’으로 불리는 강원지사와 경남지사를 거머쥐었다. 서울시장 자리는 ‘아깝게’ 내줬다.
하지만 ‘황금의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통하면 승리한다’는 공식이 지속되길 원했지만, 곧바로 효과가 떨어졌다.
내리막길, 언제부터 시작?
내리막길은 2012년 4.11총선 때 시작됐다. 당시 민주당은 또 다른 야당인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이뤘고, 젊은 층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던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측과 손을 잡았다. 민주당은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던 와중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이 생겼다. ‘김용민 파문’이 터진 것이다.
민주당은 나꼼수와 손을 잡은 뒤 멤버 중 한 명인 김용민 씨를 나꼼수의 또 다른 멤버이자 당시 수감 중이었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서울 노원갑)에 전략공천했다. 하지만 김 씨가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여성 및 노인 비하 발언을 쏟아낸 사실이 밝혀져 큰 논란이 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논란 후에도 김 씨를 놓지 않았고, 결국 총선에서 패배했다.
이후 최대 패배 요인으로 꼽힌 김 씨는 얼마 있지 않아 탈당했지만, 현재까지도 민주당에게는 그가 ‘짐’으로 남아있다. 김 씨는 지난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소속 일부 사제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연 것과 관련,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비판이 있자 “그 애비도 불법으로 집권했으니 애비나 딸이나”라는 등의 말로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또 다른 연대 파트너였던 통진당도 민주당에게는 썩 좋지 않은 기억이다.
민주당은 4.11총선 결과, 당초 목표였던 과반의석 확보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통진당은 민주당과의 연대로 두 자릿수 의석을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민주당 내부에선 ‘남 좋은 일만 시켰다’며 책임공방이 일었다. 총선 당시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일대일로 붙겠다는 연대 전략을 세우면서 89석을 가진 제1야당임에도 7석을 가진 통진당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이후 민주당은 이석기 통진당 의원으로부터 촉발된 ‘종북(從北) 논란’으로 또다시 홍역을 앓았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통진당과 연대했던 4.11총선 당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통진당과의 연대 합의문에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을 적시했다는 이유 등으로도 통진당과 한데 묶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이후부터 안보관을 강조하고, 통진당과 선긋기에 노력했다. 국회 내 야권이라고 한다면 민주당을 빼고는 통진당과 정의당,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까지 꼽히지만, 민주당은 야권 간 뭉칠 일이 있을 때면 통진당과는 꼭 거리두기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통진당을 연계시키는 기류는 정치권 안팎으로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아직도 '어두운 기운'이...?
아울러 지난해 대통령선거 또한 ‘야권연대 실패작’이 됐다.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대선후보는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현재는 둘 다 의원)와 ‘아름다운 단일화’를 목표로 협상에 나섰지만, 양측 간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쟁취하기 위한 신경전만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결과적으로는 안 후보의 일방적 양보로 인한 ‘어그러진 단일화’가 됐다.
신경전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묵었던 감정이 한차례 폭발하기도 했다. 원인은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면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책 때문이었다. 그는 ‘차마 말하지 못한 대선패배의 진실 - 비망록’(이하 비망록)이란 제목으로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야권단일화’ 상황에 대해 책을 냈다.
홍 의원은 비망록에 안 의원이 대선 때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문 의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공동신당 창당 추진과 신당에 대한 전권을 요구했다는 내용 등을 책에 담았고, 안 의원 측은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금태섭 기획위원은 트위터에 “이 사람들은 남의 탓을 하지 않을 때가 한 번도 없구나. 이제 좀 지겹다”고 적었다.
다만 이 같은 여러 번의 ‘학습 실패사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야권연대의 끈을 놓지 못한 모습이다.
최근 민주당은 주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특별검사제(특검) 도입 등을 촉구하며 자당과 정의당, 안 의원 측과 여러 시민사회·종교단체 등이 참여한 연석회의를 출범시켰다. 통진당은 제외했다.
참가자들은 이 모임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규명과 특검 촉구 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미 이 모임은 정치권에서 ‘신(新)야권연대’로 불리며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에서 활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참가자들도 점차 이러한 분위기에 동조해가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전과 같은 ‘어두운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게 문제다. 연석회의에 동참한 사제단 측에서 ‘사고’를 친 것. 사제단 전주교구 소속 박창신 원로신부는 지난 22일 시국미사에서 “NLL,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훈련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에요”라며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사실상 옹호해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또다시 선긋기에 나섰다. 사제단 측에서 발언한 연평도 사건 등과 관련,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내놓고 나선 것. 하지만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규명 등이 사제단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이라면서 ‘연대의 끈’은 지속할 가능성을 비추면서 적어도 논란의 근방에선 벗어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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