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보다 시계·목걸이" 신용카드 긁는 20대
빼빼로데이 상술마케팅에 사치품 선물까지...20대, 도 넘는 신용카드 사용 사회적 문제
11월11일은 빼빼로데이다. 시내 곳곳에서는 빼빼로 판촉 마케팅이 젊은층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주머니를 열게 하고 있다.
젊은 층 일수록 빼빼로데이(11월11일) 같은 각종 '데이마케팅' 상술에 현혹되기 쉽다. 특히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20대 후반일수록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화이트데이·발렌타인데이,빼빼로데이와 같은 각종 기념일에 카드사용액이 크게 증가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최근 국내 한 카드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26~30세 고객 군의 카드 사용액이 25.6%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20대 후반이 기념일에 가장 열성적이면서 평소보다 씀씀이가 많다는 의미다.
카드사 관계자는 "빼빼로데이 전후로 20대 카드 사용이 다른 연령층과 비교했을 때 크게 느는 것은 사실이다"며 "화이트데이나 발렌타인데이에 비해 빼빼로데이가 전 연령층으로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공개한 '2012년 카드승인실적 분석'에서 빼빼로데이와 수능이 포함된 11월 편의점과 제과점 카드승인실적은 각각 3460억원, 2440억원이다.
전월과 비교했을 때 편의점(3620억원)은 오히려 160억원 감소했고, 제과점(2260억원)은 180억원 증가했다. 데이마케팅 관련 업계에서 뚜렷한 소비 증가세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각종 기념일에 20대 카드 사용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빼빼로'나 '쵸콜릿', '사탕' 소비 때문이 아니라 부수적인 선물 구매에 있다.
올초 설문조사 업체의 화이트데이 관련 설문 조사에서 여자가 꼽은 '가장 받기 싫은 선물'로 '사탕(36%)'이 꼽혔다. 응답자 3분의 1 이상은 사탕을 거부했다.
반면 받고 싶은 선물로는 시계, 목걸이, 액세서리, 가방 등과 같은 사치품이 주를 이뤘다.
실제 대학생 A 씨(27·남)는 "이번 빼빼로데이에 '빼빼로'만 주기 뭐해서, 손목시계도 함께 준비했다"며 "일 년 중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날이 화이트데이와 빼빼로데이 그리고 크리스마스다"고 말했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게 선물을 주는 기념일에도 다르지 않다. 올해 발렌타인데이에 남자친구에게 쵸콜릿과 가방을 선물해준 직장인 B 씨(29·여)는 "쵸콜릿을 구매한 비용은 2만원이 넘지 않았는데 가방에는 30만원을 썼다"고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는 '빼빼로데이'같은 기념일을 검색했을 때 신용카드 발급은 물론 대출관련 질문 글이 올라오는 것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20대를 대상으로 하는 데이마케팅이 소비지향적으로 변질해 결국 신용불량자까지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서 지난 4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3개 이상 금융회사에 빚을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의 부실률은 20대가 12.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은 30대 부실률 7.8%보다 4.4%포인트나 높다.
부실률은 2012년에 한 번이라도 90일 이상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의 비율이다. 20대 다중채무자 100명 가운데 12명은 지난해에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20대가 신용카드나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안정적으로 사회에 자리를 잡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신용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중요한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종 기념일을 전후로 비싼 음식점과 백화점에서 20대 카드 사용이 높다는 것도 이를 보여준다고"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