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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금감원' 손잡고 동양사태 불러왔다


입력 2013.11.05 13:34 수정 2013.11.05 17:10        김재현 기자

<긴급진단-금융위기 해결할 컨트롤타워 없다①>

금융위·금감원의 균형과 견제 필요성 대두

동양사태 정책적 판단 및 감독소홀 합작품

좌측부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건물. ⓒ데일리안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 조사를 대행하거나 권한을 위탁받았기 때문에 법률적 책임은 금융위에 있음에도 그 책임을 고스란히 금감원에 떠넘기려 하는가."

"동양증권과 맺은 MOU의 성실 이행을 방관하고 세차례에 걸쳐 동양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지만 별다른 사후 처방없이 무책임으로 일관했다."

"미리 동양의 부실사태를 간파했음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은 방관한채 피해를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가했다."

올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장에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을 일제히 금융당국의 무책임한 동양사태에 대한 대응에 집중포화했다.

모두 동양그룹 사태는 제2의 저축은행 사태와 판박이라고 비난했다. 저축은행과 동양 모두 감독당국이 2008년 이미 문제시 될 것으로 예견했지만 정책적 고려에 따른 처리 지연, 감독소홀과 부실 제재, 이로 인한 피해자 양산, 대주주와 경영진의 심각한 수준의 '도덕적 해이'와 배임 등이 빼닮았다는 점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잘못을 인정하며 머리를 숙였다. 피해자의 제2의 피해가 속출하지 않도록 최대한 사후 처방전을 마련해 구제에 앞설 뜻을 밝혔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결국 적시감독은 커녕 사후 처방마저 온전하지 못한채 피땀 흘려가며 행복한 삶을 키워갔던 5만여명의 투자피해자만 속출하게 됐다.

투자피해자의 60% 이상이 60~70대 노인들이며 갖가지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그들의 애환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앞으로 법원의 결정에 따라 그들의 꿈을 맡겼던 원금 보장도 불투명한 상태다.

눈덩이 같이 불어난 피해 상황 속에 뒤돌아 보면 금융소비자 보호를 천명했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권익보호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과거 경제 성장을 최우선했던 시절 금융의 역할론이 대두되면서 금융산업 발전을 첫번째 과제로 삼았다. 금융소비자 보호보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금융시장 안정성 위주의 금융정책을 일관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와 리먼 사태로 인해 세계적인 금융위기 닥치자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탐욕금융'의 비난 속에 소비자보호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끌법적한 금융위기를 겪은 우리 역시 탐욕금융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철저한 일벌백계와 납세자·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안정화를 유지하겠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이번 국감을 통해 본 제2의 저축은행 사태인 동양그룹 부실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합작품으로 결론 짓게 됐다. 결과적으로 책임질 사람도 없고 불거진 의혹은 해결되지 못한채 동양 피해자의 눈물만 확인했을 뿐 그들의 고통은 진행형이다.

저축은행과 동양사태로 인한 교훈의 대가로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하게 된 셈이다.

동양그룹 계열사 5곳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당시나 국정감사 전 금융위와 금감원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서로 자신들의 책임 회피를 앞세웠다.

동양사태의 도화선이 된 회사채·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의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하는 금감원에게 잘못이 있다는 금융위의 시선, 법적 제약 안에서 할 때까지 다 했다던 금감원의 입장 충돌은 완강했다.

이번 국감을 통해 드러난 의혹과 문제제기 앞에 두 기관은 카멜레온 같이 기존 입장을 바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엔 태생적인 갈등이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같은 건물에서 한지붕 두가족이었던 여의도 시절, 연봉 수준에서부터 상복하명 체계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가벼운 마찰은 있었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사이의 불안한 줄타기 속에서도 커뮤니케이션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금융위가 광화문으로 옮긴 이후 이들의 대화의 벽은 더 높게 쌓였다. 금융위나 금감원 관계자들은 "여의도 시절보다 옮기고 나서 더 만날 기회가 적고 서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동양그룹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과 감독당국의 무능력함은 물론 금융권에 소비자보호 강화를 주장했던 모습은 허구인 듯 하다"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소비자가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더욱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동양그룹 채권 피해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청계천 동양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동양 사태의 진상 규명과 피해 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제 공은 두 기관으로 넘어갔다. 지난 5월 소비자보호원의 분리 독립의 이유가 더욱 뚜렷해졌다.

김정훈 정무위원장도 지난 4일 동양 피해투자자들과 면담을 통해 "동양 피해투자자들과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소비자원의 분리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금융위원회 산하가 아니라 총리실 산하로 독립된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안이 나올 정도로 금융소비자원의 구성과 권한을 확실히 강화되고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더불어 동양사태를 통해 과거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시절로 회귀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정책 부분과 금융감독 부분이 분리돼 있어도 하나의 수장 아래 책임감을 가지고 일관성 있는 금융당국의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느냐는 기대때문이다.

금융권 또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감독당국이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여의도와 광화문을 오가면 하루 일과를 제대로 처리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두 시어머니를 모시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금융감독이 정부의 경제나 금융산업 정책에 압도돼 독립성이 훼손되고 위상이 떨어져 감독의 부실과 금융소비자 피해가 초래되었다며 금융기관들의 건전성감독과 금융시장감독으로 구분되는 '쌍봉형(twin peaks)체계'를 채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소비자보호 기능의 실질적 강화를 위해 사전적 또는 사후적 소비자 보호와 교육 등 행위규제 전반을 통합해 다룰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보호가 시장거래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행위규제를 한 곳으로 모아 중립적인 시장감독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관리체계의 봉우리가 몇개가 있느냐보다 소비자 보호의 원칙, 건전성감독의 원칙, 금융산업 성장정책의 원칙 등의 금융정책들이 중앙은행의 거시통화정책과 조화롭게 이뤄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시적·거시적인 금융감독과 관련있는 기관들의 상호 견제와 균형의 메카니즘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감독기관의 균형과 규제가 이뤄지는 가운데 감독 책임자를 공시해 보다 책임감 있는 감독의 체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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