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짧았지만..' LG, 긴 감동 남긴 2013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두산에 1승 3패 무릎
경험부족 아쉽지만, 한 단계 도약 ‘자양분’ 얻어
무려 11년을 기다렸던 LG 트윈의 가을야구는 아쉽게도 단 5일 만에 막을 내렸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LG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고도 4위 두산에 밀려 한국시리즈의 꿈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그러나 2013시즌 내내 LG가 보여준 드라마틱한 행보는 플레이오프에서의 패배만으로 폄하할 수는 없다.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몇 경기보다 더 높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 바로 정규시즌 6개월의 대장정이다.
그동안 LG 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열정적이었다.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LG에서 초보 김기태 감독은 불과 2년차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시즌 성적 74승 54패로 승수가 +20을 기록했으며 단독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것은 1997년 이후 16년 만의 업적이다. 그동안 LG야구하면 따라붙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던 한 시즌이었다.
LG는 올 시즌에만 레다메스 리즈, 류제국, 우규민 등 3명의 선발 10승 투수를 배출했고 마무리 전업에 완전히 성공한 봉중근도 38세이브로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류택현 이상열 유원상 정현욱 이동현 등 불펜진도 탄탄했다. LG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방어율) 전체 1위(3.72)를 기록했다.
야수진에는 올해 회춘했다는 평가를 들은 캡틴 이병규를 중심으로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의 베테랑과 문선재, 김용의, 오지환, 정의윤 등으로 이어지는 신진 세력들이 안정적인 신구조화를 이끌며 LG 특유의 '신바람 야구'를 부활시켰다.
두산-넥센 등과 함께 서울의 반란을 주도한 LG의 상승세는 그동안 삼성의 독주와 고착화된 4강구도로 다소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프로야구 판도에 신선한 변화를 몰고 왔다. 삼성과의 선두경쟁이 사실상 멀어진 시즌 막판까지도 두산-넥센과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두고 2위 경쟁을 펼친 끝에 최종 승자가 되며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쉽게도 LG의 상승세는 가을야구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리즈의 역투가 빛난 2차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기본기와 실책에 발목이 잡혔다. 준플레이오프 최종전까지 혈전을 치르고 올라온 두산을 상대로 LG 야수진은 고비마다 실책을 남발하며 무너졌다.
1차전에서 3루수 정성훈의 결정적인 수비 실책으로 결승점을 헌납했고, 3차전에서는 9회초 안타 4개를 뽑고도 보살 2개에 발목이 잡혔다. 벼랑 끝에서 맞이한 4차전에서도 2회말 1루수 김용의의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주더니 7회말에는 이상열의 폭투 후 희생플라이로 무너졌다. 8회에는 마무리 봉중근을 조기 투입하는 강수에도 최준석의 솔로포와 오재일의 안타 후 실책이 겹치는 등 가을야구 경험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자멸했다.
가을야구 축제를 마음껏 즐기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올 시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11년 만의 가을야구 경험은 미래를 위한 큰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안정된 마운드의 구축은 다음 시즌에도 큰 전력누수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야수진도 세대교체의 밑거름을 마련했다. 약점으로 꼽히는 거포 부재와 포수진 보강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2014년에는 좀 더 길어진 LG의 가을야구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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