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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창조적 파괴 효과 '대구에선 글쎄'


입력 2013.10.21 11:27 수정 2013.10.21 16:59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드넓은 잠실구장서 변칙 시프트 효과 톡톡

좁은 대구서 한국시리즈 1-2-6-7차전..위력 의문

대구서 열릴 한국시리즈에서는 강견을 보유한 두산 외야수들의 정교한 어시스트는 여전하겠지만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플레이오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 연합뉴스

이번 가을 두산의 행보는 그야말로 기적과 같다.

두산 김진욱 감독이 LG와의 플레이오프 인터뷰 중 했던 '미라클(Miracle) 두산'과 딱 맞아 떨어지는 기적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흔히들 한 팀의 행보가 놀라울 경우, 형용사로 미라클 혹은 어메이징(Amazing)을 붙이곤 한다.

미라클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전신 보스턴의 1914시즌의 기적을 일컫는다. 어메이징이라는 수식어는 미라클에 비견하지만 또 다른 기적의 주체였던 1969년 메츠의 경이를 뜻한다. 톰 시버가 이끈 1969년 메츠는 당시 9월에만 23승(9패)을 올릴 정도로 경이적인 상승세로 그해 월드시리즈 정상까지 품에 안았다.

두산은 이미 야구계에서 '미라클 두산'으로 불린다. 이번 가을야구를 통해 두산의 기적은 연속이다. 우선 시리즈 전적 2패로 몰리다가 내리 3연승으로 뒤집기에 성공한 것만 해도 기적이다. 그 과정에서 5차전은 13회 연장 혈전을 치르기도 했다.

이미 준플레이오프에서 기진맥진한 두산이 플레이오프에 선착, 충분한 휴식과 대비를 한 LG의 우위를 점쳤지만 오히려 3승 1패로 따돌렸다. 대이변이다. 이 과정에서 두산 선수들이 보여준 집중력과 승리욕은 두산의 기적이 '이유 있음'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20일 4차전 8회말 최준석 쐐기포에 이은 오재일 3루타, 또 다시 오재원 3루타, 민병헌 득점까지. LG 마무리 봉중근을 유린한 두산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승부처였던 3차전 9회 1사 2루에서 보여준 두산 선수들의 집중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5-4로 바짝 추격당한 두산이 2루 주자 이대형에게 홈을 허용하면 5-5 동점, 게다가 역전 위기까지 내몰릴 정도로 LG의 추격은 강했다. 정성훈이 좌익 선상으로 안타를 쳤고, 이때 준족의 이대형은 지체 없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타구 방향과 이대형의 스타트를 감안하면 동점이 확실시 되는 상황. 하지만, 두산 좌익수 임재철의 어깨는 강하고 송곳 같았다.

임재철 송구는 정확하게 원바운드로 포수 최재훈의 미트로 빨려 들어갔고 이대형은 횡사했다. 이어진 타석에서 다시 9번 이병규의 우전 안타가 터졌다. 2루 주자 정성훈 역시 홈으로 파고들던 대주자 문선재를 몸을 사리지 않는 블로킹으로 잡아냈다. 9회 2개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홈에서 결정된 것은 아주 드문 케이스다.


'미라클 두산' 내외야의 창조적 파괴

두산 외야수의 강견과 송곳 송구, 그리고 포수의 정교한 블로킹이 어우러진 합작품이었다. 두산 외야수의 어시스트는 그야말로 이번 플레이오프의 압권이었다.

두산은 독특한 수비 포메이션을 최초로 시도한 팀이다. '이익수'라는 독특한 수비 쉬프트를 구사, 국내 좌타자들을 교묘하게 잡아낸 최초의 팀이다. 2루수가 내야를 벗어나 우중간 잔디까지 나가 수비를 하는 시프트로 고영민이 최초로 시도했고 현재는 오재원이 발전시켰다.

두산의 이런 포메이션은 상대 좌타자들의 안타성 타구를 여러 차례 막아낸 바 있다. 특히, 풀스윙 일변도의 좌타자들에겐 특효다. 이런 시프트가 가능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첫째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 두 번째 강한 어깨다. 과거 고영민과 현재 오재원은 이 요건을 두루 충족하는 2루수다.

심지어 유격수 김재호도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박병호 타석 때 좌익수 앞 까지 나가서 타구를 처리한 바 있다. 두산의 수비 포지션 파괴는 이번 가을 야구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국내외를 통틀어 전 세계 최초로 시도된 내외야의 경계 파괴. 신축적인 시프트를 통한 내외야 경계의 창조적 파괴는 미라클 두산의 원동력이 됐다.

두산의 외야수들은 내야수만큼 정교한 송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임재철과 민병헌, 정수빈 등은 내야수들이 1루수에게 송구하는 정확성으로 어시스트를 하는 외야수들. 두산은 내외야수의 송구 정확도가 별 차이가 없는 유일한 팀이다. 수비 능력 차이가 바로 LG와의 경기에서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

잠실구장과 같은 드넓은 외야에서 전 경기를 치른 이번 잠실 시리즈에서 박용택, 이진영 등 LG 외야수와의 수비력 차이가 바로 플레이오프의 승패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칙 시프트 '대구는 글쎄'

하지만 한국시리즈가 열릴 대구는 다르다. 잠실만큼 외야가 넓지 않다. 강견을 보유한 두산 외야수들의 정교한 어시스트는 여전하겠지만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플레이오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두산의 장점인 수비 시프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잠실구장서 열리는 경기는 단 3경기뿐이다. 1,2,6,7차전은 외야가 좁은 대구구장서 열린다. 5경기 모두 잠실이었던 플레이오프와는 달라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오재원의 이익수 시프트는 잠실보다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좌타 위주다. 이승엽-최형우-채태인-박한이-정형식으로 짜인 좌타가 팀의 중심 라인업을 구성하는 팀이다. 당연히 오재원의 시프트 성공 여부가 시리즈 향배를 가를 변수다.

사흘의 꿀맛 같은 휴식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넥센과의 혈투와 한 지붕 두 가족 LG와의 라이벌 대첩까지. 투타 모두 극심한 피로감에 찌든 두산 입장에선 사흘의 휴식은 천군만마와 같다. 장장 20일의 긴 휴식을 배당받은 1위 삼성을 대적하기 위한 마지노선. 5차전까지 갔다면 사실상 극복하긴 힘든 스케줄이다.

두산은 사흘의 휴식을 통해 흐트러진 불펜과 마무리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확실하지 않은 셋업과 마무리의 보직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두산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이 과연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를 노리는 삼성의 독주를 차단, 미라클 두산의 기적을 완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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