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독’ 류현진…곧 밀려올 불안한 가을
6일 이상 휴식 후 등판에서 대체로 부진
정규시즌 끝나고 열흘 정도 휴식 보장 예정
메이저리그 무대에 연착륙한 류현진(26·LA 다저스)이 데뷔 첫 해 포스트시즌 등판을 앞두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13승 7패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 중이다. 특히 20회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경기를 가져 이 부문 내셔널리그 9위에 올라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만하면 어느 팀을 가더라도 준수한 2선발급 활약이 아닐 수 없다.
내셔널리그 지구 우승이 확정된 상황에서 류현진은 앞으로 두 차례 정도 선발 기회를 가질 전망이다. 오는 25일 샌프란시스코전이 확정됐고, 마지막 경기는 아직 미정이다. 최대 2경기서 모두 승리를 따낸다면 첫 시즌 15승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이제 다저스와 류현진의 시선은 포스트시즌으로 향하고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은 오는 30일을 끝으로 162경기를 모두 마감하게 된다. 이후부터는 우승을 향한 8개 팀의 포스트시즌 전쟁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다음달 2일과 3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단판 승부로 펼쳐지고 10월 4일부터 각 리그 디비전 시리즈가 시작된다.
사실상 서부지구 우승이 확정된 다저스는 애틀랜타에 이어 내셔널리그 승률 2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디비전 시리즈 상대는 중부지구 1위팀이 될 것으로 보이며 다저스의 홈에서 1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현재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는 세인트루이스와 피츠버그, 신시내티가 혈전을 거듭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에 이어 3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당초 리키 놀라스코와 3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쳤지만 최근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려 이변이 없는 한 커쇼-그레인키-류현진-놀라스코로 로테이션이 가동될 것이 확실하다.
문제는 휴식일이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한 뒤 약 열흘에 가까운 휴식을 얻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긴 휴식일을 보장받은 뒤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제로 6이닝 10피안타 3실점으로 부진한 지난 12일 애리조나 등판이 좋은 예다.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전에서 승리를 따낸 뒤 가벼운 허리 통증으로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걸렀고, 새로 영입된 에디슨 볼케즈의 합류로 인해 무려 12일의 휴식 기간을 보장받았다. 긴 휴식이 독이 된 셈이다.
반면, 류현진은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소화했을 때 괴물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28경기를 치르며 4일과 5일 휴식 후 등판한 경기는 각각 12경기, 9경기다. 이 가운데 4일 쉬고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5승 3패 평균자책점 3.20을 기록했고, 휴식일이 중간에 끼어있어 5일 뒤 등판했을 때에는 7승 1패 평균자책점 2.12로 괴력투를 선보였다.
하지만 6일 이상 쉬었을 때에는 6경기 동안 1승 3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부진했다. 피안타율도 시즌 기록(0.257)에 비해 훨씬 높은 0.320에 달했고 출루 및 장타 허용 횟수도 크게 증가했다. 즉, 길지 않고 적당한 휴식을 취해야만 경기 감각을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이다.
물론 오래 쉬었다고 매번 부진한 투구를 한 것은 아니다. 데뷔 첫 완봉승을 따냈던 지난 5월 LA 에인절스전에서 타구에 맞아 로테이션을 걸렀던 류현진은 다음 등판이었던 애틀란타와의 홈경기서 7.2이닝 6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루키에 불과하지만 포스트시즌에 대한 압박감은 없다. 그동안 국제대회서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아왔고, 한화 시절인 2006년에는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도 밟아봤다. 결국 포스트시즌에서의 성공여부는 휴식 기간 경기 감각을 얼마나 유지하는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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