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문제' 연예계 복귀 스타들의 두 얼굴
'병역기피'를 둘러싼 스타들의 극과 극 반응
김무열 사태로 본 '군 문제' 복귀 프로젝트
유승준은 안되고 송승헌 장혁은 되는 병역기피 이후 연예계 컴백.
지난 해 병역 면제를 받은 과정에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자진 입대했던 김무열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김무열이 지난 해 10월 자진 입대한 뒤 소속사를 중심으로 병무청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최근 소속사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이번 패소에 대한 입장을 공개했다.
김무열 입장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단연 전역 이후 연예계 컴백이다. 넓게 보면 병무청과의 소송, 이번 공식 입장 등도 모두 컴백 프로젝트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김무열의 소속사는 2012년 10월 병무청 재조사 통보를 받은 뒤 김무열이 자진입대를 결정했으며 이와 무관하게 소속사는 병무청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난 해 11월 병무청을 상대로 한 소송은 소속사 주도로 이뤄졌으며 소송 제기 목적 역시 김무열은 병역 기피를 한 바 없고 면제도 입대도 모두 병무청의 지침을 따랐을 뿐임을 바로 잡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결국 현역 복무 취소가 아닌 명예 회복을 위한 소송이었으며 패소 결정 이후 소속사는 항소를 준비했지만 김무열의 의견에 따라 항소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2012년도 국정감사에서 김 아무개 병무청장이 병무청 직원의 실수임을 인정했고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했지만 소송과정에선 직원의 실수라고 말 바꾸기를 계속해 왔다며 항소는 포기했지만 그 점은 여전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병무청을 상대로 한 소송 판결은 이미 2013년 5월 30일에 나왔지만 김무열의 의견에 따라 항소는 포기했으며 소송의 이유는 명예 회복이며 군 생활을 끝까지 하는 것은 소송의 승패 여부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무열의 소속사가 거듭 강조하는 내용은 바로 이번 소송의 이유가 명예 회복이라는 부분이다. 현역 복무 취소가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김무열의 군 복무는 이번 소송의 승패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이번 소송의 승소를 통해 현역 복무가 취소돼 군 복무를 중단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결국 이들이 바란 것은 명예회복이다. 김무열은 절대 의도적으로 병역을 기피하려 한 게 아니라는 점이 가장 핵심이다.
병역 비리 연예인에게 중요한 부분은 두 가지다. 우선 명분이 중요하다. 의도적으로 병역을 기피하려 한 병역 비리는 아니라는 명분이 있어야 전역 이후 연예계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요소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사실 명분이 더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관례상 더욱 중요한 부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김무열 측 역시 병무청의 지시에 따랐을 뿐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 오히려 거짓말을 한 것은 병무청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병역 기피의 대표적인 아이콘은 유승준이다. 사실 유승준은 병역 비리에 휘말린 것은 아니다.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면서 병역의 의무가 소멸된 것일 뿐이며, 이는 합법적으로 이뤄진 조치였다. 병무청은 2001년 초 병역법을 개정해 국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중국적자의 군 입대를 명문화했다.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 이중국적 연예인이었으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당시 최고의 인기 아이돌 그룹인 HOT의 멤버 토니안과 가수 유승준이었다. 한국 국적과 미국 영주권을 모두 갖고 있던 이들이 국내 연예계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둘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토니 안은 미국 영주권을 포기해 추후 군에 입대했으며, 유승준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서 병역 의무가 소멸됐다.
이후 한국 연예계 활동이 중단된 유승준은 법무부에 의해 아예 한국 입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국 연예계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아예 퇴출당한 셈이다. 유승준이 이같이 혹독한 시련을 겪은 까닭은 바로 거짓말 때문이다. 그는 거듭 “미국 영주권을 버리고 군에 입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럼에도 그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조용히 미국으로 떠나 시민권을 취득했다.
나름의 명분은 있었다. 미국에 가족이 있으며 결혼을 앞둔 연인도 있었다. 따라서 연예계 활동보다는 한국 국적을 선택했던 것이며, 이 과정에서 불법 또한 없었다. 그렇지만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는 부분이 결정적인 이유가 돼 여전히 그는 한국 연예계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명분이 취약했지만 성공적으로 연예계 컴백을 이뤄낸 스타들도 있다. 지난 2004년 ‘사구체신염’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은 것이 불법적인 수단을 통한 병역 비리였음이 드러난 한재석 송승헌 장혁 등이다. 이들의 경우 브로커를 통해 불법적으로 군 면제를 받았던 것이므로 명분만 놓고 보면 합법적인 수단으로 병역 의무가 소멸된 유승준보다 훨씬 좋지가 않다. 당시 톱스타였던 이들 세 명은 모두 군에 입대했으며, 전역 이후 연예계 컴백도 불투명해 보였다.
그렇지만 셋 모두 성공적으로 연예계에 복귀했으며 지금은 오히려 군 입대 전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기도 있다. 최근 MBC '일밤-진짜사나이'에 출연하고 있는 ‘예비역 병장’ 장혁의 모습을 아마 사구체신염 병역 비리 사건 당시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의 경우 깔끔하게 병역 비리를 인정하고 군에 입대했다. 정상적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연예계로 컴백했으며 장혁의 경우 오히려 군 복무 이전보다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추노' '뿌리깊은 나무' 등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으며, 부인과의 결혼 과정 등이 공개되면서 이미지 또한 훨씬 좋아졌다. 병역 비리에 연루되며 명분에선 치명타를 입었지만 거짓말 등으로 변명하려 하기보다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군 복무를 마쳤고, 이에 대중들은 다시 한 번 많은 사랑을 보내줬다.
김무열이 사건 초기인 지난 해 10월 9일 자진 입대했다. 병역 비리 의혹부터 병무청과의 책임 공방 등으로 관심이 뜨거운 시기였지만 김무열을 자진 입대라는 강수를 선택했다. 병무청이 일정 부분 잘못을 시인하고 있던 터라 소송 등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면 현역 복무 취소 결정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김무열은 일단 자진 입대를 선택했다. 변명이나 거짓말로 이미지가 더 망가지는 것을 막아낼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였다.
대신 명분을 통해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는 일은 소속사가 맡았다. 아쉽게 패소했지만 소송을 통해 김무열의 병역 면제 과정에 비리가 없었다는 부분은 더욱 명확해진 분위기다. 다만 소송을 제기한 부분이 다소 이미지를 흐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소속사의 우려처럼 이번 소송의 목적을 현역 복무 취소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선 가수 싸이의 사례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가수 싸이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시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병역 특례 요원으로 병역을 마쳤지만 부실 근무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검찰과 병무청의 행정처분에 따라 현역으로 재입대했다. 이후 싸이 역시 자신이 병역 비리에 휘말린 것은 아니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 싸이는 두 번이나 군 복무를 한 월드스타로 세계무대를 호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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