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내리막?’ 류현진…심상치 않은 징후들
6월 들어 승수 제로, 체력 고갈이 주된 원인?
최근 피안타와 볼넷 개수 늘고, 삼진 줄어
‘천적’ 샌프란시스코 벽을 넘지 못한 류현진(26·LA 다저스)이 이번에도 시즌 7승 달성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서 6.2이닝 1실점을 기록한 뒤 승패 없이 물러났다. 투구 수는 108개였으며, 평균자책점은 2.96에서 2.85로 떨어졌다.
퀄리티스타트라는 결과만 놓고 보면 호투를 펼친 것으로 보이지만 이날 류현진의 구위는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30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안타를 8개 맞았고, 볼넷도 4개나 내줄 정도로 구위와 제구 모두 불안정했다.
특히 약점으로 거론되는 무사 상황에서의 출루허용은 이번 경기서도 그대로 노출됐다. 올 시즌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81개의 피안타 중 절반이 넘는 43개를 무사에서 내주고 있는데 노 아웃에서의 피안타율은 0.328에 달하며, 이는 시즌 기록(0.239)보다 1할이나 높은 수치다.
이날 경기에서는 2회와 3회, 두 차례에 불과했지만 모두 위기로 직결됐다. 2회에는 가장 많은 22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고, 3회에는 만루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국 이닝별 첫 타자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다 보니 투구 수는 불어나고 스스로 위기에 빠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선발 투수의 특성상 모든 타자들을 상대로 100% 힘을 쏟아 부을 수 없다. 류현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투수들도 완급 조절을 통해 체력을 유지하고, 보다 긴 이닝을 책임지려 한다.
하지만 류현진은 무사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너무 높은 점이 문제다. 실제로 다저스 선발 투수들은 노 아웃에서 0.272의 피안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25위의 성적이지만 류현진보다 약 5푼이나 낮은 수치다. 최하위인 밀워키(0.298)도 류현진과 제법 큰 격차를 보인다. 지금까지의 완급조절은 실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현진은 6월 들어 단 1승도 챙기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타선의 득점지원이 요원한 점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류현진에게서 찾아야 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난달 29일 LA 에인절스전 완봉승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투구 패턴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류현진은 6월 4경기서 벌써 30개의 안타를 맞았다. 이는 2경기를 더 치른 4월의 피안타(33개)보다 3개 모자랄 뿐이다. 또한 볼넷이 늘고 장기인 삼진 개수가 줄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결국 체력 고갈로 인한 구위 하락이 승수를 쌓지 못하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류현진은 지난해까지 한화에서 등판간격을 조절 받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에는 4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실제 류현진도 지난 양키스전이 끝난 뒤 “오랜만에 4일 휴식으로 나오다 보니 적응이 덜 된 것 같다”며 체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했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미국 언론들은 류현진의 흡연 여부를 문제 삼은 바 있다. 담배는 체력 유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런닝 훈련을 게을리 하는 바람에 구설에 오르기도 했으며, 매팅리 감독은 직접적으로 류현진의 과체중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는 비결은 역시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덕분이다. 올 시즌 류현진은 득점권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이 0.203에 불과하다. 게다가 만루에서는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위기 시 류현진이 선보였던 집중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따라서 체력만 뒷받침된다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완급조절 피칭이 가능해질 수 있다. 시즌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체력훈련은 불가능하지만 체중감량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대로라면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마운드에서 못 버티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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