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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우리가 김양건 나오시도록 강요한 게 문제"


입력 2013.06.12 18:12 수정 2013.06.12 21:10        조소영 기자

"우리 정부와 정치구조 달라, 김양건은 부총리급" 주장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남북당국회담이 수석대표 ‘급’(級)문제로 무산된 것과 관련, “우리가 실무접촉 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나오시도록 강요한 게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자료 사진)ⓒ데일리안
6.15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자 ‘대북통’으로 불리는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남북당국회담이 수석대표 ‘급’(級)문제로 무산된 것과 관련, “우리가 실무접촉 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나오시도록 강요한 게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 “우리 정부와 정치구조가 달라 김 부장은 장관급이 아니고, 구태여 우리 측에 대입시키고자 한다면 부총리급이 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류길재 통일부장관과 장관급회담의 수석대표로 나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이미) 얘기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어 북측이 회담 수석대표로 내세운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에 대해 “우리가 단순히 국장이라고 이해하는데 서기국 국장은 상당한 직책”이라며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안경호 씨도 조평통 서기국 국장 출신”이라고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또 “과거에도 수석대표 격(格)을 놓고 남북이 신경전을 벌인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개 본국에서 수석대표가 결정되면 다른 쪽에서 수석대표가 결정돼 그대로 진행되는 게 관례”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사실 양쪽 대표가 누가 나오든 회담장에 마주 앉은 분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양 정상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최종 결정은 양국 정상에서 나온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류 장관과 김 부장의 회담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니 차라리 이를 격상시켜 총리급 회담으로 승격해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양국 총리는 한 분씩이기 때문에 누가 나온다, 들어간다는 얘길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어 북측이 6.15공동선언과 7.4공동성명까지 함께 기념행사를 하자는 제안에 대해 “이 제안을 우리 정부에서 거부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그 정도 규모로 과거에도 해왔으니 하던 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이재정도…북한보다는 우리 측 책임에 무게 둬

아울러 참여정부 당시 통일부장관을 맡았던 정동영·이재정 전 장관 또한 이날 MBC·CBS라디오에 각각 출연해 박 전 원내대표의 주장에 궤를 같이 했다.

정 전 장관은 “한반도를 둘러싼 큰 흐름이 긴장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데 작은 것에 연연해 대국을 그르친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크다”면서 “한 발씩 물러나야 한다. 남측이 김 부장을 고집한 것은 무리한 요구였고, 북측이 일시와 장소를 일임해놓고 남측의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을 봤을 때 피장파장”이라고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도 “그러나 더 큰 책임은 우리 정부에 있다”면서 “북한을 상대로 대화국면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우리가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하는데 형식을 갖고 (이견을 보이다가) 내용 자체에 접근조차 못하게 된 것은 누가 뭐래도 하책”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과거 회담에서 수석대표급을 갖고 실랑이를 한 전례는 없지만, 남측에 통일부장관, 북측이 내각책임참사라고 해 정치적 비중이 걸맞지 않다는 불만이 있긴 했다”면서 “(이런 면을 봤을 때) 우리 측에서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김 부장이 나오라는 요구를 한 것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막판 결정에서 상대방의 제도와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게 부족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면서 “김 부장은 우리로 보면 국가정보원(국정원) 원장과 통일부장관을 합친 직책으로 공작기능이 있다”면서 “정확하게 보면 통일부장관의 맞상대는 아니고, 오히려 국정원장의 맞상대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고도 했다. 그는 또 “상대방의 제도가 다른데 대표를 누구로 하라고 지명할 순 없는 것 아니냐. 그건 기본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또 “‘당국회담’이라고 명명할 때부터 뭔가 삐끗한 것이다. 모호하잖느냐”면서 “과장급회담도 당국회담, 차관급회담도 당국회담이다. 지난 6일 장관급회담을 제의했던 정신으로 좀 더 통 크게 갔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회담대표 격을 갖고 회담이 무산된 것에 대해 국제사회를 보기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이 전 장관도 “격을 갖고 자꾸 얘기하면 상대방에 대한 인격적 내지 상대방에 대한 일종의 불신 같은 게 드는 것”이라며 “북측의 사회구조라는 것은 우리와 정말 다른 사회구조”라면서 북측의 정치적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김 부장을 고집하다가 결국 이런 화가 온 것”이라며 “통일전선부는 우리로 얘기하면 통일부와 국정원 정도를 더해놓은 것인데 입장을 바꿔놓고 우리에게 북측이 김 부장을 내보낼테니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나오라고 하면 우리가 뭐라고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도 기왕 6년 만에 모이는 모임인데 모임 성격을 생각해서라도 회담에 응했어야 했다”면서 “저렇게 회담을 깨고 나가는 것은 북측도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그는 일각에서 이번 회담이 깨진 것이 최근 미중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대해선 “북한이 아무리 핵실험을 해도 핵보유국이라는 걸 (국제적) 원칙적으로 인정할 수 없게 돼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이 핵문제로 인해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 "둘 다 자존심 버려라"

민주당 지도부도 양비론(兩非論)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우리 측을 향해 더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 소득 없이 자존심을 겨루는 대화가 아닌 실사구시, 물실호기 회담으로 한반도의 새로운 화해 협력시대를 열길 간절히 기대했지만, 결과는 소모적인 기싸움으로 한반도 평화구축이라는 본질을 놓쳤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매우 안타까운 일로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화의 끈을 완전히 놓치는 말아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끈질긴 노력과 인내를 유감없이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불신프로세스가 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절차와 형식도 중요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눈물과 수십만 이산가족의 찢어지는 가슴과 심경을 조금만 헤아린다면 이렇게 교착국면으로 가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남북 당국은 한발씩 물러서야 한다. 급 문제로 기싸움, 주도권 다툼을 벌일 정도로 한반도 안팎의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면서 “더구나 당국 간 회담은 수석대표의 급에 관계없이 어차피 본국 회담 대응팀의 훈령을 받으며 진행하는 것 아니냐. 남북 모두 자존심을 버리고 회담 성사를 위한 접촉에 다시 나설 것을 기대하고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전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북한도 관례에 어긋나는 떼쓰기가 우리 국민에게는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환기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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