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떡거린 ‘37세’ 김남일…짐이 너무 무거웠다
레바논전 통해 3년 만에 대표팀 복귀
공수 조율사에 리더까지, 과도한 부담
37세 노장, 그것도 대표팀에 3년 만에 돌아온 선수에게 너무 많은 부담감을 안긴 탓일까. 열심히는 뛰었지만 내용은 의지를 따라주지 못했고 경기후반으로 갈수록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5일(이하 한국 시각) 베이루트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FIFA(국제축구연맹)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한국은 레바논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김남일은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전 이후 3년만의 대표팀 복귀전이기도 했다.
김남일의 복귀는 이번 최종예선 3연전을 앞두고 가장 큰 화두였다. 그간 대표팀 중원의 쌍두마차 역할을 해왔던 기성용과 구자철이 모두 엔트리에 탈락하며 김남일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최강희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김남일에게 기성용이 맡았던 대표팀의 공수 조율사 역할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리더의 역할까지 기대했다.
하지만 오랜만의 대표팀 복귀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진 탓인지 김남일의 플레이는 경쾌하지 못했다. 경기 초반엔 예리한 침투 패스로 이동국에게 완전한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주는 등 좋은 모습을 몇 차례 보였으나 이후 수비와 패스에서 연이어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인천에서 보여주던 모습과 달리, 김남일이 전방으로 이어주는 패스는 부정확했고 역습을 시도하던 상대 공격수들의 개인기와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해 자주 공간을 내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짧은 훈련기간 때문인지 이날 더블 볼란치로 함께 출전한 한국영과의 호흡도 잘 맞지 않았다.
전반 12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고 경기가 끌려가는 양상이 되면서 최강희호는 후반 득점 만회를 위해 미드필더들을 교체하고 공격수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영에 이어 김보경까지 연이어 교체되면서 중앙 미드필드에서 파트너를 잃은 김남일 혼자만 외롭게 중원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공격수들이 득점을 노리기 위해 전방으로 올라가면서 사실상 공수 간격이 벌어지며 미드필드에서의 패스 플레이는 실종됐다. 노장인 김남일 혼자 넓은 공간을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까지 떨어지며 한국은 오히려 레바논의 역습에 수차례 위험한 고비를 맞이했다. 대인방어와 공수조율, 경기 지휘 등 모든 면에서 김남일에게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기성용과 구자철의 공백만 더 절실하게 느낀 레바논전이었다.
한국은 인저리타임에 김치우의 극적인 동점골로 원정에서 패배를 면한데 만족해야했다. 홈에서 2경기를 남겨둔 한국은 이제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을 상대로 최소한 1승 1무 이상을 거둬야 자력으로 본선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기성용-구자철이 없는 현재 대표팀에는 김남일 외에는 중원에서 대안이 없다. 어떻게든 김남일이 부상이나 체력부담을 최소화하며 버텨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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