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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살려달라' 호소에도…현대트랜시스 노조 "질긴 놈이 이긴다"


입력 2024.11.08 10:20 수정 2024.11.08 10:2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중소 협력사 직원들 "생계위기" 호소 다음날 정의선 회장 자택 앞 시위

완성차 생산차질, 협력사 생계 볼모로 매출 2% 성과급 지급 요구

주택가 민폐시위, 도로 점거 시위로 애꿎은 시민 불편 초래

금속노조 현대트랜시스 서산지회 조합원들이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매출액의 2%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현대트랜시스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트랜시스 서산지회)의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모기업인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생산차질은 물론, 중소 협력사들의 생존 위기,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까지 초래하며 ‘질긴 놈이 반드시 이긴다’는 구호를 앞세워 한 달 넘게 파업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시민들에게까지 불편을 끼치는 일도 빈번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10여명은 전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해 시위를 벌였다.


정 회장 자택은 조용한 주택가로, 노조는 이곳에서 아침 일찍부터 시위를 벌이며 인근 주민들의 출근과 일상을 방해했다.


한남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아침 출근길에 낯선 노조원들과 생경한 문구와 알 수 없는 내용이 담긴 대형 피켓 사이로 지나갈 때 마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많이 불편하다”며 “지난달부터 이런 상황들이 이어지다 보니, 앞으로 상습적으로 시위를 벌이고 규모도 확대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해 매출액의 2%, 영업이익의 2배에 해당하는 유례없는 성과급을 요구하며 지난달 8일 부분파업에 돌입한 이후 이날까지 32일째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 회장 자택 인근 주택가 시위와 서울 양재동 현대차동차그룹 본사 인근 도로 점거 시위로 이 사안과 무관한 시민들만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달 26일과 28일, 29일에 이어 7일 주택가 시위가 네 번째다.


특히 이번 시위는 현대트랜시스에 자재와 부품을 납품하는 충남 서산 소재 1~3차 중소 협력사 임직원들이 장기 납품 중단에 따른 재정난을 호소한 다음날 이뤄진 것이라 논란의 여지가 크다.


현대트랜시스 협력사 임직원들이 6일 충남 서산시에서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장기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협력회

현대트랜시스에 자재와 부품을 납품하는 충남 서산 소재 1~3차 중소 협력사 임직원 300여명은 지난 6일 서산시청 1호광장과 중앙호수공원 등 시내 주요 지역에 모여장기 납품 중단으로 생사기로에 놓였다며 생산정상화를 절박하게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주변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파업을 즉각 중단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호소문을 나눠 주며, 현대트랜시스의 장기파업으로 협력업체 생사는 물론 서산경제까지 연쇄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현대트랜시스 협력사들은 납품 중단이 장기화됨에 따라 경영손실과 자금사정이 악화돼 폐업과 도산 위기에 처해 있으며, 파업이 더 길어져 실제 폐업‧도산으로 이어지면 20여 만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생계를 잃게 된다.


중소 협력업체의 경우 규모가 영세할수록 납품 중단이 장기화될수록 도산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에 현대트랜시스의 생산 재개가 절박한 상황이다.


6일 결의대회에 참여한 한 협력사 대표는 “납품 중단이 시작되면 협력사 대표는 직원들의 급여를 구하기 위해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한다. 이는 성과급이 아니라 직원들의 월급과 (공장) 월세”라며 “자금을 확보해도 높은 이자로 인한 경영손실은 고스란히 협력업체의 몫”이라고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한 협력업체 직원 역시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성과급 문제지만, 협력사들에게는 생계의 문제”라며 “매일 매일 불안에 떨며 파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한 집안의 가장, 아들, 딸인 직원들을 생각해서 파업을 조속히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협력사 임직원들의 이같은 절박한 호소를 무시한 채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파업을 풀지 않고 또 다시 시위를 이어가는 것은 지나치게 이기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속노조 현대트랜시스 서산지회 조합원들이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주택가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를 점거하며 무고한 시민들의 피해를 초래하는 시위 방식 역시 논란의 여지가 크다.


산업계 관계자는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주택가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민폐 시위는 현대트랜시스와 관련이 없는 인근 주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해치며 환경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지속하고 있는 민폐 시위와 장기 파업이 애꿎은 시민들의 피해는 물론 영세한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위기로 몰아넣고 있음을 자각하고 하루빨리 파업과시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는 노조 장기 파업에 따른 실적 악화는 물론,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생산차질까지 파장이 확대되면서 위기에 몰렸지만, 노조와의 이견이 워낙 커 교섭 타결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측은 지난달 31일 18차 교섭에서 노조에 기본급 9만6000원 인상(정기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급 및 격려금 400%+1200만원을 제시했다. 1인당 평균 2560만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트랜시스 역대 최고 성과급으로, 총 재원이 지난해 영업이익(1169억원)의 92%에 해당하는 1075억원에 달한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5만 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 116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전액을 성과급으로 내놓는 것은 물론,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빚을 내서 마련해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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