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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낙연 둘이서 ‘기우는 달’ 이야기를 하다


입력 2024.09.18 07:13 수정 2024.09.18 07:15        데스크 (desk@dailian.co.kr)

현직이 전직되는 이치 그 땐 몰랐나

전직 대통령의 의혹 차고도 넘친다

저지른 게 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은 추석 연휴 첫날인 1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 상임고문은 페이스북에 "문 전 대통령 내외분을 찾아 뵙고 막걸리를 곁들인 점심을 먹으며 여러 말씀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낙연 페이스북 캡처

“크건 작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달도 차면 기운다는 이치를 되새겨 보면 좋겠다. 모든 현직은 곧 전직이 된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이 지난 14일 SNS에 올린 글이다. 부부가 함께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가서 문 전 대통령 부부와 점심을 같이하고 사진도 찍었노라고 알리는 글이었다. 미안하게도 실소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삼척동자도 아는 지극히 상식적인 교훈을 아주 새로운 깨달음인 양 강조한 때문이다.


기세등등하던 ‘문재인 혁명정부’(그들은 집권하기 무섭게 광화문집회를 ‘촛불혁명’으로 명명했다)의 총리 때는 뭘 하고 이제야 깨달았다는 것인가. 헌재에 의해 ‘파면’당한 직전 대통령이 서슬 퍼런 특검수사와 주 3~4회의 살인적인 재판으로 32년의 징역형, 180억원의 벌금, 33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던 당시의 총리가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 고색창연한, 그만큼 지극히 당연한 교훈을 떠올렸다니!

현직이 전직되는 이치 그 땐 몰랐나

문 대통령이 한창 ‘적폐청산’의 기치를 휘두르며 전 정부의 유력자들을 줄줄이 법정으로 내몰던 그 때 “이건 길이 아닙니다”라고 간하고 나섰더라면 우리의 민주정치가 지금처럼 타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하긴 총리 취임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직자들은 촛불혁명의 명령을 받드는 국정과제의 도구들”이라고 했던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잔여 임기 1년도 채 안 남긴 대통령을 기어이 몰아냈어야 할 만큼 국가적 위기가 조성되었던 게 아니었다. 전 정부의 요인들을 굴비두름 엮듯 해서 감옥으로 보내야 할 만큼 공직사회가 부패 비리로 얼룩져 있지도 않았다. 격동기에 총리직을 맡았으면 그 정도의 상황인식은 가졌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는 스스로 ‘혁명의 도구’로 자처했다. 이게 이 전 총리의 한계다.


문 전 대통령의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위로 격려 한답시고 한 말이겠는데 권세자랑 너무했다가 반작용 앞에 내몰리고 있는 측은 문 전 대통령, 이 전 총리 등의 ‘전직’들이다. 자기들이 들어야 할 말을 남에게 해대는 것은 부끄러움을 몰라서인가, 천지분간을 못해서인가.


이념정향·정책목표와 소속정당을 달리했지만 그래도 정치의 길에서 ‘국리민복’을 위해 조우한 사람들이었다. 선거에 져서 정권을 놓쳤다고 해서 정권담당자 측을 원수로 여겨 복수의 기회만 노릴 일은 아니었다. 그런 경우를 예방하고 회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민주정치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 이 전 총리 등은 검찰의 힘을 동원하고 김명수 사법부의 협조를 얻어 박근혜 정권 매장을 시도했다. 종신형이라고 할 수 있는 중형으로 몰아가기 위해 ‘국정농단’ ‘경제공동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대통령의 통치권행사를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국정을 누가 지휘해야 한다는 것인가?


좌파 정치세력의 대표적 인물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험구·악구에서 단연 (시쳇말로) 지존(至尊)이었다.


“여러분의 손으로 무덤을 팝시다. 우리의 손으로 그를 잡아 역사 속으로, 박정희의 유해 옆으로 보내줍시다.”

전직 대통령의 의혹 차고도 넘친다

2016년 12월 3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는 현직 대통령을 죽여서 파묻어 버리자고 선동했다. 상징적 표현이었던 뭐든 해서는 안 될 말을 그는 예사로 내뱉었다. 그게 이른바 ‘사이다 발언’이라는 평판을 얻어 대중의 지지도를 높였다. 자기 형수에 대한 욕설에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악담에나 그는 거침이 없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살벌한 말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랬던 이 대표가 작년 2월 검찰의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규탄하는 집회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격한 표현으로 비난·위협했다.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에 경고한다. 이게 나라인가.…몰락한 과거 독재정권의 슬픈 전철을 밟지 말라. 국민과 역사의 처절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국민과 역사를 무시하지 말라. 그깟 5년짜리 정권이 뭐가 그리 대수라고 이렇게 겁이 없나.”

‘그깟 5년짜리 정권’을 잡아보겠다고 형사사법체계와 대의민주정치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고 있는 사람의 개그 한마당이다. 온갖 무리를 저질러가며 대통령이 된다고 하자. ‘그깟 5년짜리 정권’ 잡아서 어쩌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직전 정부 요인들을 묻을 무덤이라도 팔 것인가? 그 다음 자신도 전직이 되고 나면 그 때는 어쩔 생각인가?


지난 문 정권만큼, 그리고 지금의 민주당만큼 권세자랑을 요란스레 한 경우는, 적어도 1987년 헌정체제 이후로는 없었다. 자기들에게 퍼부어야 할 비난과 욕설을 남에게 쏟아 붓는 재주에서 이들을 능가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 않다. 누가 이들을 감당하랴.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에 자신이 무슨 잘못을 범했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사위의 취업에 얽힌 혐의만이 아니다. 더 큰 의혹들이 차고 넘친다. 특히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김정은에게 USB를 넘겨준 일, 탈원전을 추진하며 내린 무리한 조치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부인 김정숙 씨의 타지마할 관광, 관봉권 옷값 지불, 딸에게 보낸 현금 5000만원의 출처, 과도한 의복 비용도 덮여져서는 안 된다.

저지른 게 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

남에게 요구하고 과했던 도덕적·법률적 의무를 자신만은 면제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그나마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민주당 이 대표와 손잡고 위기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계산, 이를테면 ‘방탄동맹’ 같은 것은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


이 전 총리는 그 좋은 스펙을 가지고도 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했는지를 깨달을 때다. 총리에 지명됐을 때 여당의 차기 대선후보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총리로서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결단성·과단성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보신에 능한 총리라는 인상을 주기에 족했다. 몸조심에 능한 사람에겐 기회가 비켜가는 법이다.


이미 기울어진 ‘달’, 자리에서 떠난 ‘전직’이 바로 문 전 대통령과 자신이라는 사실은 잊은 양 윤 대통령 비난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으니 생각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 밖에 더 주겠는가. 아직도 대권도전에 대한 꿈이 있다면 구정권의 충복(忠僕)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당당히 서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의 이 대표는 지금 한창 잘 나가는 ‘현직’이다. 절대적 다수 의석으로 입법부를 장악하고 정부를 코너로 몰고 있다. 지지자들은 여전히 ‘사이다 발언’의 추억에 젖어 그를 과도하게 감싸면서 충동질한다. 영락없이 호랑이 등에 올라탄 신세다. 끝까지 그렇게 내달릴 수밖에 없다. 그 자신도 강공(强攻)만이 살 길이라고 확신하는 빛이다.


그러나 정치의 풍향은 아주 가변적이다. 순간적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한방에 훅 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야당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면서 사법리스크에서도 벗어나야 하는 처지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직진하는 길뿐이라고 여김 직하지만 그만큼 위험은 커진다. 발이 걸려 넘어질 돌부리가 널려 있다. 힘자랑만 하다가는 대통령은커녕 바로 ‘전직’이 되고 말 수도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글쎄….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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