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준 고립·은둔 청년 54만명…점차 늘고 있어
삶 만족도 3.7점…청년 평균 6.7점 대비 3점이나 낮아
고립·은둔 청년 발굴·지원 중요…청년미래센터 개소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공공기관의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혼자 방 안에 갇혀 지내는 청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조사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고립·은둔 청년은 54만명 가량으로 추정된 가운데 이러한 수치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많은 청년이 왜 고립된 삶을 선택하게 됐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크게 개인적인 어려움과 사회적인 문제로 나눌 수 있다.
개인적인 어려움으로는 우울증, 불안, 대인관계 어려움 같은 심리적인 문제들이 있다. 또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 가정불화 같은 부정적인 경험들이 깊은 상처로 남아 세상과 단절되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인 문제로는 취업난, 학업 스트레스 같은 과도한 경쟁과 개인주의 심화, 온라인 소통 증가로 인한 사회적 단절이 있다. 가족이나 친구, 사회적인 관계망이 부족해서 힘들 때 기댈 곳이 없는 청년들도 많다.
이렇게 고립된 청년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문제도 커진다. 개인적으로는 불규칙한 생활, 영양 불균형, 운동 부족으로 건강이 나빠질 수 있고 우울증이 심해지거나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갈 수 있다. 사회적인 관계가 단절되면서 사회에 다시 적응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는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인구가 줄어들고 의료비나 복지 지원 같은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범죄 발생 가능성도 높아져 사회 불안이 커질 수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고졸보다 대졸이 ‘고립·은둔’ 비율 높아
보건복지부가 전국 청년(19~39세)을 대상으로 온라인 심층 실태조사(심층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의 삶 만족도는 3.7점으로 전체 청년 평균(6.7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성별·연령의 경우 여성 비율이 72.3%로 남성(27.7%)의 약 2.6배 높았고 연령은 20대 후반~30대 초반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학력을 보면 대학교 졸업이 75.4%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등학교 졸업(18.2%), 대학원 이상(5.6%), 중학교 졸업 이하(0.8%) 순이었다.
대부분의 고립·은둔 청년은 본인이나 가족들의 경제 수준이 낮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을 하(下)층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75.7%, 가족 전체를 하층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54.3%였다. 24.2%는 가족은 중상층이나 본인은 하층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고립·은둔을 시작하게 된 연령대는 20대 60.5%, 10대 23.8%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가장 큰 고립·은둔 이유는 직업 관련 어려움(24.1%)이었고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2.4%), 건강(12.4%)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45.6%가 일상생활 복귀 시도 후 재고립·은둔 경험이 있었다. 재고립·은둔 이유로는 돈·시간이 부족해서(27.2%), 힘들고 지쳐서(25.0%),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22.9%) 순으로 응답했다.
고립·은둔청년이 주로 하는 활동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시청(23.2%), 온라인 활동(15.6%) 등 돈을 덜 들이면서 시간 소요가 가능한 것들이었다.
1주일 이상 기준 환복 안 하는 경우 15.8%에 달했고 목욕 및 샤워를 안 하는 경우 10.5%, 세수나 양치 안 하는 경우가 4.5% 등도 있었다.
고립·은둔 청년 75.4%는 자살을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청년 평균 자살 생각 2.3%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26.7%는 실제로 자살 시도한 경험도 있었다.
‘예방’이 중요한 고립·은둔…이젠 국가가 돕는다
청년들의 고립·은둔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또래 활동이나 동아리, 자원봉사 같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고 사회적인 포용성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이미 고립된 청년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온라인 상담이나 익명 커뮤니티를 활용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찾아내고 심리 상담, 진로 상담, 의료 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직업 훈련이나 사회 적응 프로그램, 자조 모임 등을 통해 사회 복귀를 돕도록 해야 한다.
이에 정부도 고립·은둔 청년 대상 중앙차원의 상시 발굴체계를 구축한다. 올 하반기 복지부 소관 공공사이트에 자가진단시스템을 마련해 24시간 누구든지 고립·은둔 위기 정도를 간편 진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립·은둔 당사자들이 언제든 비대면·온라인 방식으로 외부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원스톱 도움창구를 마련한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편의점 등 주변에서도 위기징후가 보이는 청년들에 대한 도움을 쉽게 요청할 수 있도록 129콜 보건복지상담센터 카테고리에 청년 항목을 별도 신설한다. 129 단일번호로 도움 요청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고립·은둔 청년을 전담으로 지원하는 기관인 ‘청년미래센터’도 설치했다. 센터당 14명의 전문 인력이 신규 배치해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을 발굴하고 취약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밀착 사례관리한다.
이와 함께 온오프라인을 통해 도움을 요청한 청년에 대해 초기상담을 실시한다. 상담 결과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면 전문인력은 청년의 프로그램 참여 의지, 고립도 수준 등을 고려하여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자조모임·일상회복·공동생활 합숙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제공한다.
아울러 청년 개개인의 성장, 회복을 목표로 청년미래센터에서는 자체적으로 운영·제공하는 사례관리 및 맞춤형 프로그램 외에도 취업·학업 정보, 민간의 장학사업 등 다양한 민·관 자원을 청년들에게 연계한다.
김상희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이전까지는 취약 청년들에게 어디에서 어떤 도움을 제공해야 할지 막막했다면 앞으로는 청년미래센터에서 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책임지고 지원할 수 있다”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우리 청년들이 순간의 어려움을 딛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주위의 많은 관심과 다양한 민간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