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후보와 단일화' 독소조항 논란
野 내에서도 "단일화 댓가 뭘지 두렵다"
연대 효과도 의문, 중도확장 걸림돌 분석
협상 주체 박홍근 지역에 당원들 시위도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비례위성정당 민주개혁진보연합을 두고 비판이 커지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를 고집하면서 결과적으로 원내 진입이 어려운 진보당을 위해 비례 3석을 보장했을 뿐만 아니라 이상헌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울산 북구'까지 양보했기 때문이다.
이상헌 의원은 결국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의원은 "진보당 80여 석을 담보로 강요한 야합은 선거라는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장을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며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이번 결정은 비가역적이자 불가변적"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비례대표 3석과 지역구 1석을 넘긴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민주당은 진보당과 민주개혁진보연합을 만들면서 호남과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진보당 후보가 나온 지역구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으로 단일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민주당 각 지역구 후보들에게 진보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강제되는 셈이다. 서울·경기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진보당 후보의 숫자는 35명에 달한다.
물론 여론조사 경선 시 민주당 후보가 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경선에 소요되는 여론조사 비용과 집중력 분산 등을 고려하면 본선에 미칠 악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협상을 통한 단일화도 가능하나 이 경우 진보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22대 총선 공천을 받은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공천을 받고 나서야 지역의 진보당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했다"며 "경선을 하지 않고 단일화를 한다면 진보당 측에 무엇인가를 내줘야 하는데 지방선거 공천 지분을 요구할까 두렵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도는 몰라도 서울에서는 진보당과 단일화가 오히려 중도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고, 국민의힘에게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옛 통진당이나 지금의 진보당이 과연 민주당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의문인데 이런 합의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서울 서대문을에 출마한 박진 국민의힘 후보는 김영호 민주당 후보가 진보당 측과 단일화를 선언하자 "명분도, 목적도 불분명한 단일화는 서대문의 미래와 주민의 뜻과는 상관없는 정략적 결탁"이라며 "표를 위해서라면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극단 세력과도 손잡겠다는 '이재명식 야합의 산물'"이라고 공세를 강화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홍근 민주당 의원의 책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의원 등 협상을 진행한 측은 80여 지역에 출마한 진보당 후보의 지지율을 얻은 효과를 냈다는 입장이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박 의원이 공천을 받은 서울 중랑을에는 진보당 후보가 없다.
이에 전날 울산 지역 민주당원들이 서울 중랑구에 있는 박 의원의 지역 사무소를 찾아가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나아가 이상헌 의원은 "협상 주체인 박 의원은 진보당에서 제시한 수도권 86곳의 지역구와 후보자에 대한 지지율 자료를 제공하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 중랑을에서 박 후보와 맞대결 예정인 이승환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왜 울산 시민들이 버스로 5시간 넘게 달려 서울 중랑구로 왔겠느냐"며 "박홍근 의원이 비명계 현역인 이상헌 의원을 축출하고 진보당 후보를 야권 단일 후보로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오직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정치 파괴, 공천 야합, 국민 우롱의 처참한 광경을 중랑구에서 보는 것이 참담하다"며 "이제 시작이다. 종북·반미·간첩·국가전복의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중랑구를 향해 청구서를 들고 달려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