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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이동 시작됐다…설 연휴 하루 앞둔 귀성객들 표정 [데일리안이 간다 27]


입력 2024.02.09 00:26 수정 2024.02.09 00:26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설 연휴 하루 앞둔 8일…서울역·고속버스터미널 일찌감치 귀성객들로 붐벼, 매진 속출

귀성객들 "5살 아들 부모님이 많이 보고 싶어 하셔…용돈 30만원, 조카들 위한 다과 챙겨"

"해외여행 가고 싶은데 어머니 무릎 좋지 않아", "내려오기 전에 엄마가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셨어요"

"너무 나가고 싶었다" 군인부터 함께 귀성길 오른 반려동물까지…인산인해 속에 설레임 '귀성 첫날'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 승차권 발매 현황에 매진표시가 안내되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일찌감치 승차권을 예매하고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얼굴엔 설레임이 가득했다. 데일리안은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 가족을 만나러 떠나는 귀성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부모님 늙어가시는 모습 체감된다"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역 KTX 승강장에는 아이와 함께 귀성길에 오르는 부부와 반려견과 고향에 내려가는 청년, 군복을 입고 고향으로 향하는 군인 등 각양각색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역 승차권 발매 현황 전광판에는 지방으로 향하는 열차들 대부분이 매진됐다는 안내 문구가 떴고, 입석표라도 구하기 위해 줄을 선 귀성객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짐 가방과 화과자 꾸러미를 양 손에 가득 챙긴 안모(45)씨는 "아들이 5살이라서 부모님이 많이 보고 싶어하신다. 명절 말고 부모님께 찾아갈 기회가 많지 않아 설 연휴에 충북으로 내려가 성묘까지 다녀오기로 했다"며 "8명 정도 가족이 모이는데 조카들도 많아서 편하게 먹기 좋은 다과와 부모님께 드릴 30만원 정도의 용돈을 챙겼다. 경기가 좋지 않아 그 이상의 용돈은 어렵다"고 웃어보였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10여년 전부터 서울 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조모(32)씨는 "부모님이 빵을 좋아하셔서 빵과 골드키위를 챙겼다"며 "매년 내려가는데 1~2년씩 뵐 때마다 부모님이 늙어가시는 모습이 체감된다. 세월의 흐름을 많이 느낀다. 그럴 때마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씨는 "엄마가 딸에게 밥 해주시는 걸 좋아해서 오기 전에 뭐 먹고 싶은지 꼭 물어 보신다"며 "올해는 된장찌개, 닭볶음탕이라고 말했다. 엄마의 손맛이 그립다"고 전했다.


경북 영양이 고향인 권모(38)씨는 서울에서 이름난 떡집에서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픈런'을 해 떡을 사왔다. 권씨는 "부모님이 시골에 계셔서 맛보시라고 샀다"고 말했다. 권씨는 "부모님이 편찮으신데 그래도 생전에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데 어머니의 무릎이 좋지 않아 '어머니가 조금 더 젊을 때 모시고 다닐걸' 하는 후회가 든다"고 덧붙였다.


6개월만에 고향 울산에 간다는 육군 소속 군인 박모(21)씨는 군부대 매점(PX)에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잔뜩 샀다. 그는 "달팽이 크림, 티셔츠, '깔깔이'(방한복) 등 20만원치 선물을 잔뜩 가방에 챙겼다"며 "휴가를 5일 써서 집으로 가는데 마침 설 연휴에 맞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부대에선 컵라면밖에 못 먹었는데 봉지라면도 먹고, 늘 새벽 6시30분에 기상했는데 늦잠도 푹 잘 것"이라며 "오래 통제되고 갇혀 있다 보니 너무 나가고 싶었다. 가족들이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서울역에서는 유독 군인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연휴기간 반려동물을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반려견과 함께 귀성길에 오른 시민도 눈에 띄었다. 강아지를 넣은 켄넬을 메고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강원도 원주행 버스를 기다리던 진모(27)씨는 "4일이나 강아지를 혼자 둘 수 없어 강아지 밥, 배변 패드와 간식을 가져간다"며 "부모님이 와인을 좋아하시는데 남자친구가 와인을 챙겨줘 선물로 가져간다"고 말했다.


설 연휴기간 반려동물을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함께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들이 많았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한편, 이날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일찌감치 매진표들이 속출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매표소 앞에서 긴 줄을 서고도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했다. 고속터미널에서 대전행 표를 구하지 못한 김모(50)씨는 "다 매진이에요? 자리가 없어요? 그럼 내일은요?"라고 물으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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