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거리 가득 메웠던 음악소리 사라지고 '적막'만이 가득…참사 현장, 하루종일 추모 발길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및 시민단체들, 29일 오후 추모집회…이태원서 서울광장까지 행진
명동성당 미사 및 4대 종단 기도회 이어 시청 앞 광장 추모대회…5000명 추산
유가족협의회 "아직도 참사 원인 희생자 탓으로 돌려…진상규명 위한 특별법 꼭 필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유족 모임과 시민단체들은 참사 현장인 이태원에 모여 추모집회를 열었다. 평소 화려한 조명과 떠들썩한 음악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웠던 이태원이었으나, 이날만큼은 조명도 음악도 없이 조용히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만일의 인파밀집 사태와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경찰력 1000여명과 이동식 바리케이드 등을 배치했으나 별다른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이날 오전부터 이태원 일대는 평상시 일요일과는 다르게 한산한 모습이었다. 참사 1주년을 맞이해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뜻에서 자체 휴업을 결정한 점포가 많았고, 문을 연 일부 점포에서도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평소 이태원 거리를 가득 메웠던 음악소리가 모두 사라져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또 이태원을 찾은 일부 시민들도 즐길거리를 찾아온 사람들이 아닌 추모 공간을 찾기 위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태원 거리에는 일반 시민들보다 오히려 경찰들과 취재를 위해 나온 기자들이 더 많이 보일 정도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이날 오후 2시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4대 종교 기도회를 시작으로 추모집회를 열었다. 원불교,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4대 종교단체의 종단 인사들이 나와 10여분씩 기도와 독경을 하며 희생자 159명을 추모했다.
기도회를 마친 유족과 참석자들은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출발해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 등을 거쳐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있는 시청역 5번 출구까지 행진을 벌였다. 추모행렬은 행진하는 동안 '진상을 규명하라', '특별법을 제정하라', '정부책임 인정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추모행렬이 대통령실 앞을 지날 때 잠시 소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추모행렬의 몇몇 참가자들이 대통령실 앞에 배치된 경찰력과 임시 바리케이드를 향해 "작년에 이태원을 이렇게 통제했어야지!"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의 통제선을 벗어나지는 않으면서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추모행렬은 시청역 5번 출구 앞에 있는 분향소에 도착해 잠시 묵념한 뒤 오후 5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추모대회를 열었다. 추모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야당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본 추모대회에서 "아직도 참사의 원인을 희생자의 탓으로 돌리고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유가족을 대신해 화를 내주시는 사람들도 많다"며 "이 모든 이들을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대책회의 대표단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참사가 발생하게 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과 근본적 원인을 찾아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특별법이 제정돼 독립적 조사기구가 설치되는 날까지 국회와 정부를 지켜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주최 측은 경찰에 추모식 참석 인원을 3000명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정치하는 엄마들', '4·16 세월호 기억연대'를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가 추모행렬에 합류해 서울광장에 도착한 최종 인원은 5000여명으로 추산됐다. 또 이 추모행렬로 인한 차선통제가 시행돼 이날 오후 한때 이태원과 삼각지역 등 용산구 일대와 서울역-시청역 사이 구간은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