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CPI 9%대...1%p 인상 울트라스텝 가능성
금리 격차 커지며 외인 자금 이탈 규모·속도↑
한국은행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단행에도 상승했던 코스피지수가 미국의 높은 물가상승률에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달 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자연스레 시선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14일 증권가에 따르면 미 연준이 오는 26일(현지시간)과 27일 양일간 개최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주목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예정으로 결정에 따라 한·미 양국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달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했는데 이번에도 자이언트스텝이 예상돼 왔다. 하지만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치가 나오면서 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률...울트라스텝 카드 꺼내나
미국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각) 6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9.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9%대 물가 상승률은 지난 1981년 11월 이래 약 41년만에 최고치다. 전월인 6월(8.6%)은 물론 시장 전망치(8.8~9.0%)를 모두 뛰어넘은 수치다.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상승률로 시장에서는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넘어 울트라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p 인상) 단행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서도 울트라빅스텝 단행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확률이 78%에 달했다. 6월 CPI 발표 전 1.0%포인트 인상 확률은 12%에 불과했는데 발표 이후 급등한 것으로 0.75%포인트 인상 확률(22.0%)의 3배 이상에 달한다. 노무라 증권도 연준이 1%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기자들에게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이 검토되고 있다”고 답해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동안 1%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았던 것과는 분명히 달라진 기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달 자이언트스텝 단행 이후 기자들에게 7월에 0.5%~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1%포인트는 범주에 넣지 않았지만 이제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기준금리 역전 넘어 격차 커지나...증시 불안감 ‘업’
연준의 울트라스텝 단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실화될 경우, 국내에서 외국인 투자자 자본이탈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한국(1.75%)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1.50~1.75%)이 동일했던 상황에서 한은이 빅스텝 단행으로 2.25%까지 올렸지만 미국이 자이언트스텝만 단행해도 2.25~2.5%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만약 울트라스텝이 단행되면 2.5%~2.75%까지 오르면서 기준금리 하단도 겹치지 않는 완전한 금리 역전 상황이 되는 것이다. 양국간 금리가 역전되면 자본 유출이 불가피한데 여기에 더해 격차까지 벌어지면 그 폭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한은의 빅스텝 단행에도 상승(10.85p·0.47%)했지만 이날에는 미국의 9%대 물가상승률에 하락(6.29p·0.47%) 마감했다. 증시가 시장 예상에 부합했던 이벤트보다 예상치 못한 이벤트에 더 크게 반응하는 양상이어서 울트라스텝의 영향력은 더 클 수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증권가에서는 연준이 이번에도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지만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 때문에 울트라스텝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파월 의장이 지난달 자이언트스텝 단행시 그 근거로 소비자물가의 전월대비 상승세 강화와 단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9%대 상승률은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대료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와 식료품, 에너지, 중고차 제외한 상품물가 상승세를 강화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수요 측면 물가상승 압력도 높아졌다는 의미로 물가가 ‘피크아웃(Peak out·정점을 찍고 하락)’ 해도 상승세 둔화가 더딜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 연준이 높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예상을 뛰어넘어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경우,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의 파고는 높을 전망이다. 완전한 금리 역전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 규모가 커지고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만 단행해도 양국간 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는데 여기에 예상을 넘어서는 울트라스텝까지 이뤄지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달 말 FOMC에 이어 내달 발표되는 미국의 7월 CPI도 국내 증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7월 CPI는 에너지·곡물·중고차 가격 하락을 반영해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통과해도 주식 시장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임혜윤 한화증권 연구원은 “물가 피크아웃은 우호적인 변화이지만 서비스 물가 상승세 유지와 국제유가 하방 제한 등을 감안하면 연준의 정책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주식시장의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