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5곳 이달 빚투 이자 인상
“신용융자 7조 가량 더 줄여야”
주식시장에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 단행으로 신용융자 이자율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이자율 10% 돌파도 눈앞이라 유동성 축소 가속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신용융자잔액은 17조7102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23조3284억원에서 24.08%(5조6182억원)나 감소한 규모다.
신용융자는 증권회사가 투자고객으로부터 일정한 증거금을 받고 주식거래의 결제를 위해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의 주요 레버리지 수단으로 기대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
국내에선 팬데믹 이후 전개된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가파르게 잔고가 쌓여 왔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제로금리 시행으로 대출 부담이 적었던 영향이다. 지난해 9월에는 사상 최고치인 25조원대에 이르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 2020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한국의 신용융자잔고 증가율은 277.6%로 주요국인 미국 88.4%, 일본 88.1%, 중국 60.9% 보다 월등히 높았다고 조사했다.
코스피 상승국면에서 유동성 공급에 일조하기는 했으나 신용융자는 그동안 국내증시의 불안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변동장세에서 낙폭 확대를 키운 탓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융자는 주식시장 수급 측면에서 일종의 가수요”라며 “투기적인 요소가 짙을 경우, 잠재적 상환 수요로 인해 주식시장의 하방 위험이 확대될 수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기업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잔고 비율은 과거 대비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2007년 이후 평균 수준(0.52%)까지 감소하려면 현재 금액 기준 7조원 가량이 더 줄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용융자 감소세에 따라 증시 하방 붕괴 리스크는 조금씩 줄고 있다. 이달 일평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148억원으로 지난달(208억원)과 비교해 28.84%(60억원) 줄었다.
다만 시장에서 거품이 걷혀가자 역설적이게도 유동성 축소 우려가 커졌다. 이달 개인의 일평균 코스피 거래대금은 10조67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20조5219억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용융자 이자율 10%대 임박
업계에서는 증시에서의 자금 유출 압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신용융자 이자율 인상이 불가피한 탓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초유의 빅스텝을 단행한 한은이 올해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까지 2.75~3.0%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달들어 KB·하나·NH·신한 등 대형 증권사 4곳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인상했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도 오는 29일 신용융자 이자율을 조정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최고 이자율은 9.7%가 예고됐다. 먼저 이자율을 올린 신한금융투자(9.5%)·키움증권(9.5%)·삼성증권(9.3%)·KB증권(9.0%) 등도 최고 9%대 이자율을 요구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신용융자 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