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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 ‘덜 짜게 덜 달게’ 주문, 가능한 이야기? [이나영의 스펙트럼]


입력 2022.06.28 07:02 수정 2022.06.27 20:26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코로나19 이후 배달 음식 시장 급성장…국민 건강 염려

업계·자영업자·소비자 “전형적인 탁상행정…실효성 의문”

서울 시내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달리고 있다.ⓒ연합뉴스

앞으로 배달앱에서 고객이 음식을 주문할 때 덜 짜고 덜 달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 음식 증가로 나트륨·당류 섭취가 늘어나자 국민 건강을 염려해 정부가 내놓은 야심찬 계획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2022~2026)을 의결했다.


이번 제3차 기본계획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코로나19로 외식, 배달이 늘어나는 등 식생활 변화로 인한 영양 불균형 문제, 특히 나트륨과 당 과다 섭취로 인한 비만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배달 음식 앱에 나트륨과 당류를 조절하는 기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덜 짜고 덜 달게 만들어달라고 주문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 업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필요시에는 예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 자영업자, 소비자 등 아무도 이 정책을 반기지 않는다.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식 대책이란 지적이 많다.


업계에서는 나트륨과 당 과다 섭취는 외식·요식산업의 전반적인 문제인데 배달 음식에만 국한돼 ‘반쪽짜리’ 조치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배달 전문 가게가 아닌 곳들도 매장 영업보다 배달 및 포장 영업에 집중해왔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배달 플랫폼에 등록된 배달음식점 수는 2019년 4만8050곳에서 2020년 14만9080곳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작년 7월 기준으로는 25만4373곳으로 더 늘었다.


또 배달앱 내에 덜 짜게, 덜 달게 주문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음식 조리는 음식점 업주가 주체인 만큼 배달앱에서의 나트륨, 당류 저감 기능이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자영업자 반응도 마찬가지. 손님 요청에 따라 요리를 한다하더라도 맛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이라 별점 테러와 악성 리뷰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같은 음식을 손님 취향에 따라 따로 만들 경우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주문이 몰리는 피크 시간에는 제때 음식을 배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떨까.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 수저 안 받기, 반찬 안 받기 기능에 이어 나트륨·당 저감까지 체크 항목이 많아지면 귀찮아할 수 있다.


나트륨·당 저감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등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외식, 배달보다는 직접 조리한 건강한 한 끼를 즐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외면할 수는 없다. 다만 대책을 세우기 전에 관련 업계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외식산업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과 함께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에게 건강한 조리법 사용을 권장하도록 유도하고 국민을 대상으로는 식품·영양 등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관련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정부와 업계 등 이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 변화와 실행이 가능한 현실적인 방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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