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주간 새학기 적응주간…학교 개별적으로 등교·원격 결정
학생 "원격 집중 안 돼 등교하고 싶어…학원서 이미 확진자 많이 나와"
학부모 "불안하지만 보내야" vs "확산세 더 커지면 가정학습 낼 것"
전문가 "확산세 막을 방법 없어…증상 있으면 스스로 등교 않고 검사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은 가운데 전국의 초·중·고등학교가 또다시 코로나 속 개학을 맞았다. 아이들은 오랜 만의 등교를 반기고 있었지만, 자녀의 감염을 우려하는 학부모의 걱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으로서는 확산세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학생 스스로 각별히 조심을 하고, 증상이 있을 경우 등교 전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검사하는 방법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교육부는 개학 후 2주간을 '새 학기 적응주간'으로 정하고 등교수업이나 단축수업, 원격수업 등 학사 운영 방식을 개별 학교가 탄력적으로 하도록 했다. 급식 시간에는 배식이나 식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간편식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운데 전면 등교를 하는 학교뿐 아니라 원격수업 병행을 결정한 학교도 이날은 개학일인 만큼 대부분 등교수업을 했다.
새 학기 처음으로 친구들은 만난 학생들은 등교를 반기면서도 언제 지침이 바뀔지 모른다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앞에서 만난 김모(14)양은 "처음으로 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라 기뻤다"며 "내일부터는 다시 온라인 수업을 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양은 "확진자가 너무 많아져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면서도 "온라인 수업은 집중이 안 돼서 등교를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A군(14)은 "오늘은 자가검사키트를 나눠줘서 받고 일찍 수업이 끝났다"며 "급식 대신 빵을 나눠주고 마스크를 벗는 일이 없어서 크게 위험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다음주에는 등교를 할지 말지도 알려주지 않아 혼란스럽긴 하지만 등교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고양시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모(17)양은 "개학 첫날부터 7교시를 하고 당분간은 계속 등교하라고 안내 받았다"며 "오랫동안 등교를 안 해서 등교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걱정되는 점도 있지만 학교에 들어갈 때 발열 체크도 하고 있고, 어차피 학원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학교에 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모(17)양은 "이미 걸릴 사람은 다 걸린 것 같다"며 "주변 친구 중에 확진자가 많은데 걸려도 대부분 가볍게 앓고 지나가서 무섭지 않다. 계속 등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대유행 속 이뤄진 등교에 대한 우려와 이제는 등교를 하는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40대 김모씨는 "확진자가 많아져서 학교에 보내는 게 당연히 불안하다 하지만 마냥 안 보내는 것도 답은 아니라는 생각에 보냈다"며 "반 아이들 중 1명만 자가격리 때문에 못 오고 다 왔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학습도 걱정되고 집에만 있는 게 습관이 될까봐 보내려고 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둔 윤모(47)씨는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서 안 보내려고 했는데 아이가 학교에 너무 가고 싶어 해서 일단 며칠은 보내보기로 했다"며 "대신 밥은 먹지 않고 하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50대 정모씨 역시 "오늘 확진자 수를 보고 학교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며 "오늘은 입학 첫날이고 학교에서 안내 등이 이뤄질 것 같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확산세가 더 커지면 가정학습을 내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 유행 속에서 확산세를 막을 방법은 없다며 백신 접종 또한 확산세를 막는 것에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확진자 증가를 막을 현실적인 방안이 없다"며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등교하지 말고 집에서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검사하고 확인 후 등교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의 백신 접종과 관련해 정 교수는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의미는 있겠지만 확산세를 막는 것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등교를 하는 이상 확진 규모를 최소화할 대안은 없다"며 "등교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학원을 끊지 않는 이상 확산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돌파감염 사례가 늘고 있고, 서둘러 접종을 한다고 해도 접종 간격을 고려해 볼 때 예방 효과가 충분히 나타날 때쯤 이미 유행의 정점이 지나있을 것"이라며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아이들의 경우 백신 접종이 필요하겠지만 지금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대구지역 학교에서 선제적 신속항원검사키트 배부를 놓고 신입생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는 교육부가 학생들을 상대로 시행한 '건강상태 자가진단'이 사실상 신속항원검사를 강제한다고 비판했다.
건강상태 자가진단 문항 2번째는 '학생은 오늘(어제저녁 포함) 신속항원검사(자가진단)를 실시했나요?'라고 물으며, 검사하지 않음, 음성, 양성 여부를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수성구 동도초 학부모인 A씨는 "'건강상태 자가진단'은 결국 신속항원검사를 날마다 하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설사 자가진단 검사를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집에서 대충하고 넘길 수도 있어서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수성구 경동초 학부모 B씨는 "선제적 신속항원검사는 양날의 칼"이라며 "확진자를 걸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되기도 하지만, 주 2회 코를 찔러야 해 아이가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