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노동자 첫 파업예고에 정부 대체인력 투입키로
축단협 “가축전염병방역 국가책임 방기, 농가에 전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예방 일선에 선 가축위생방역 노동자들이 현장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20일부터 8일간의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가축위생방역지원 노조, “처우 등 개선 안되면 무기한 파업”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1274명의 가축방역사들로 구성돼 있으며 최근 늘어난 ASF·AI 등 가축질병 관리에 반해 열악한 환경과 높은 재해율 탓에 인력유출이 계속돼 업무량은 더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인건비 잔여 예산 13억원을 현장 처우개선에 쓰자는 요구가 외면당했다”면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는 우리를 머슴 취급하지만, 우리는 머슴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인력구조와 관련해서도 이들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 중 정규직은 55명뿐”이라며 “최일선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방역직, 위생직 등 1219명이 무기계약직인 기형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력 부족으로 2인 1조의 방역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전체의 26.8%가 혼자 근무하며, 업무량 폭증에도 인력 충원은 없어, 전체 방역사의 13.9%인 69명이 이직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숙련된 방역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면 검사업무가 소홀해지고,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현장 인력 충원 ▲열악한 처우 개선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정상적 운영 ▲국가방역시스템 전면 개편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측과 정부에서 개선안이 나오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방역을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한편 방역본부 노사와 교섭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노동조합의 파업이 1월 20일부터 1월 27일까지 예정됨에 따라 가축 방역과 축산물 위생관리에 차질이 없도록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현장 운용반을 구성해 운용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축방역과 함께 가축방역관·도축검사관(공무원)의 업무를 도와 축산농가에서 검사 시료채취·전화예찰 등 가축방역 지원과 도축장에서 도축검사 업무 등을 지원한다.
농식품부 1800명 확보, 지원 인력 투입 예정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파업기간 동안 지자체의 가축방역관·검사관과 민간 수의사 등 시간제 근무자 등 포함해 약 1800여명을 사전에 확보하고, 방역본부의 1000여 명이 담당하던 시료채취·축산물 위생(도축)검사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예상치 못한 긴급지원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농식품부의 가축방역·축산물 위생전문가로 구성된 지원반을(15개반, 30명) 운영하고, 파업기간 중 기존 가축전염병 신고전화(1588-9060·1588-4060)를 상담전화로 병행 운영해 축산농가의 문의사항에 응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자체 가축방역 전담관(약 4000여 명)과 국가가축방역시스템(KAHIS)의 문자메시지 시스템 등을 활용해 농가 예찰과 교육·홍보 등도 실시한다.
박정훈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사전에 확보한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파업기간 동안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방역 대응과 설 명절을 앞둔 축산물 관련 도축 검사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방역본부 사측과 노동조합과 함께 대화를 통한 교섭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축산농가들 “8대방역시설 의무 설치를 즉각 철회해달라” 정부 개정안에 반발
축산농가는 농가대로 정부의 가축전염병예방법령 개정에 따른 관련 기준 신설 등과 관련해 “방역규제의 형법화”라면서 방역정책에 반발, 법령개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는 지난주 농식품부가 가축사육시설 폐쇄, 사육제한 처분기준 신설방침 등을 입법예고 한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가축전염병 방역의 국가책임을 방기하고 농가 생존권을 담보로 방역규제의 칼날을 서슴없이 휘두르고 있는 방역당국의 행태에 전국 축산농가들의 분노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을 주목적으로 시행하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가축 이동제한 명령을 위반하는 등 정부 지정 방역 관련 위반사항이 적발된 사육 농가는 위반행위에 대해 최초부터 3개월간 사육 제한 처분을 받는다는 조항이 신설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협의회는 농식품부 앞에서 19일 개정안 전면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농가와 소통 없이 방역책임을 오로지 농가에게만 전가하는 사육제한·폐쇄 조치, 8대방역시설 의무 설치를 즉각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그간 축산단체들의 반대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음에도 요식행위에 불과한 논의만 있었는데, 마치 축산단체와 사전협의를 이미 한 것처럼 국회와 규제개혁위에 거짓 보고했다”면서 “축산단체는 개정안에 일체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 회장은 “그간 축산농가는 스스로 방역의식을 갖고 가축전염병을 막아왔다”면서 “이번 농식품부의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개정안을 전면 철회하고, 앞으로는 새로운 정책 마련 시 축산단체와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농식품부를 겨냥, “과도한 살처분으로 계란물가가 오르자 계란을 수입했고, 군 급식에 수입축산물이 공급돼도 방관했으며,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계속 퍼져 나가는데에도 야생멧돼지는 잡지 않고 한돈농가만 잡고 있다”며 농정당국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또한 최근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원유가격 용도별차등제,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체계 개편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관여해 낙농 농가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축산농들은 가축전염병예방법령 개정안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