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산 회장직 내려놔…그룹 회장은 유지
피해보상 및 건설현장 안전관리 강화 등 '환골탈태' 강조
국토부 "가장 강한 패널티" 언급, 영업정지·등록말소 가능성도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에 이어 또다시 광주광역시에서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책임지고 HDC현대산업개발(현산) 회장직을 내려놨다.
현산은 연이은 참사로 실추된 회사의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단 방침이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서 중과실 여부가 드러나면 최장 1년 이상 영업정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7일 정몽규 회장은 서울 용산의 HDC현대산업개발 사옥에서 "아파트 안전은 물론 회사에 대한 신뢰마저 땅에 떨어져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고객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현산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한 이후 7개월 만인 지난 11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붕괴사고를 또 일으켰다. 당시 아파트 1개동 23~38층 외벽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면서 근로자 1명이 다치고 1명이 사망, 5명은 현재 실종된 상태다.
추가 붕괴위험이 있어 실종자 수색 작업과 현장 수습 및 복구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산은 이번 사고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피해보상은 물론 입주예정자 및 이해관계자에게도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단 입장이다. 전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 취임해 23년 동안 고객과 국민 신뢰를 지키고자 했으나 이번 사고로 그러한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됐다"며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시간 이후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룹 회장직과 대주주로의 지위는 유지하기로 했다. 현 상황에선 회사의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은 현산 지분 40%를 들고 있는 지주사 HDC 지분 33.68%를 보유 중이다.
정 회장은 "실종자 구조가 먼저라고 생각했는데 2차 사고가 우려되는 등 구조가 지연돼 바로 (입장을) 말씀드려야 했는데 일주일가량 늦게 사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며 "사퇴로서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주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다 하고 고객과 국민 신뢰를 찾는 것이 문제의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이날 입장 발표 이후 곧장 광주시로 향했다. 현산 관계자는 "지주사 회장직까지 모두 내려놓겠다는 것이 사퇴로 꼬리 자르기, 책임회피 등 오히려 무책임한 처신이 될 수 있다"며 "대주주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 의지를 갖고, 책임지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산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단 입장이다.
이날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반복적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며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모든 법규, 규정상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패널티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외 부실공사 등에 따른 처벌 기준은 국토부의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과 '건설기술진흥법',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크게 3개 법률로 구분된다.
현행 건산법 처벌 규정에 따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대한 중대한 손괴를 발생, 건설공사 참여자가 5명 이상 사망할 경우 최장 1년 내 영업정지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또 현장점검을 통해 부실 공사가 드러나고 이에 대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거나 안전점검 의무, 품질 검사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장 6개월 이내 영업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
산안법상 중대재해 발생 시 해당 업체에 6개월 이내 영업정지를 내릴 수도 있다. 이번 광주 붕괴사고로 5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고 현산의 부실시공이 사고 원인으로 드러나면 현산은 최장 1년간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현산은 공공 및 민간공사 신규수주 등 모든 영업활동이 금지된다.
건산법에 따르면 등록말소도 가능하다. 고의나 과실로 부실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야기해 공중의 위험을 발생한 경우로 판단되면 임의적 등록말소가 가능하다. 이제까지 등록말소가 이뤄진 경우는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단 한 건에 그친다.
다만 국토부는 현산과 마찬가지로 실종자 수색과 사고현장 수습이 먼저라는 견해다.
노 장관은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건 현장 수색이다. 수색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책임 문제를 따질 건 아니다"며 "사실관계가 밝혀진 다음에 책임을 묻겠다는 원칙 하에 이중, 삼중으로 현장 조사 및 의견청취 등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