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A, 국내 완성차 및 자동차부품사 300개 대상 ‘미래차 전환 실태조사’ 진행
미래차 분야 진출했더라도 수익 창출에는 상당한 시간 소요 전망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애로요인으로 ‘자금부족’ 가장 많이 꼽아
“수요처·부품업체 간 협력 촉진 및 기업별 기술수준 맞는 전환 품목 제안해야”
전기·수소차 등으로의 미래차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고려한 실효성 위주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완성차 등 수요처와 부품업체 간의 협력 촉진을 비롯해 기술수준·기업 특성에 맞는 전환 품목 제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산업연협회(KAIA)는 14일 ‘자동차 업계 경영 및 미래차 전환 실태조사와 시사점’을 주제로 제21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정만기 KAIA 회장은 개회사에서 “효과적 미래차 전환을 위해선 하이브리드차 등이 일정 기간 캐시카우 역할을 하도록 정부 지원을 지속하는 한편, 노동력 축소나 생산유연성 확보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 규제, 인식 등 사회 전반의 제도를 기술변화에 맞추어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및 자동차부품사 300곳 중169곳(56.3%)이 미래차 분야에 진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래차 분야 진출 후 관련 제품에서 수익을 실현한 기업은 총 응답기업 중 20%에 불과했으며, 이들 기업의 수익 발생까지 ‘3년 이상 소요됐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57.3%)으로 나타났다. 미래차 분야에 진출했더라도 수익 창출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 산업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과정에서 상당수 업체가 자금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차 관련 연구개발투자 애로요인은 ▲자금부족 47.3% ▲전문인력부족 32.1% ▲원천기술부족 13.0% ▲R&D장비부족 (5.3%) 등으로 나타났다. 설비투자 장애요인은 ▲자금부족 77.9% ▲입지규제 등 각종 규제 9.9 ▲미래불확실성(9.2%) 등으로 조사됐다.
정송희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책임위원은 “작년 조사에서 설비투자 장애요인 중 ‘자금부족’ 응답이 63.9% 비중을 차지했던것과 비교하면 올해 자금 애로가 악화되고 있으며, 실제 자금조달 여건이 전년보다 악화됐다는 응답도 46.3%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미래차 진출 결정 시 납품처 확보는 어느 정도 정해진 경우가 절반 이상(결정된 상태 33.6%, 논의 진행 중 19.8%)로 나타났으나, 46.6%는 납품처 확보 없이 진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 책임위원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력제품 매출감소·미래차 수익발생 지연 등 이중고 버틸 중장기 금융지원 확대 ▲수요처와의 협력 중심 자율적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세액공제 확대 ▲균형잡힌 미래차 전문인력 양성 및 기존인력 불안감 해소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제발표 후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의 주재로 김경유 산업연구원 실장, 허재준 노동연구원 박사, 김현용 자동차연구원 본부장, 곽성복 ㈜덕양산업 이사, 이백행 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 김주홍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 등이 온라인 토론에 참석했다.
장석인 산업기술대 석좌교수는 “이번 실태조사를 보면 현재 내연기관 기반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미래 자동차의 새로운 경쟁우위 확보 가능성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적지 않은 업체들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산업 생태계 내 위기에 직면해 있고, 신기술 기반 미래로의 구조 전환을 위한 혁신은 여러 여건 미비와 높은 전환비용 등으로 느린 속도로 이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용 자동차연구원 본부장은 “현재 국내 부품업체의 미래차 전환 단계는 미래차 부품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단계가 아닌, 미래차 부품으로 진출 여부가 중요한 초기 단계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실장은 “KAIA 발표에 따르면 부품생산업체들은 전동차 부품개발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수익을 통한 투자회수는 장기간 소요된다”며 “기존 내연기관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경우 공급을 중단해야 하는 분야와 잔존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를 구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시점은 미래차 분야의 안정적 수요와 수익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미래차 분야로 진입을 위해서도 확실한 캐시카우를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경유 실장은 “중소·중견부품업체들이 전동화나 자율주행화로 이행할 수 있는 자체적인 혁신역량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면, 내연기관차 경쟁력을 유지해 잔존자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업체들을 선별 지원하고 미래차로 이행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착륙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자동차산업연합회 주관, 조사전문업체 메기알엔씨를 통해 지난 8월31일부터 10월22일까지 온라인, 이메일 및 팩스 등을 통한 표본 조사에 의해 이뤄졌다. 실태조사는 완성차업체와 자동차부품업체 300개사, 의견조사는 자동차업계 종사자 4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신뢰수준은 95%± 1.21%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