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 줄줄이 '캠코더'
글로벌 시장 변화 대처 의문
언론 '낙하산' 표현 유감 반론
여의도에 낙하산 부대가 뛰어내리고 있다. 야당에선 정권 말 '알박기 인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MZ세대가 외치는 공정성에 대한 요구를 다시 저버린 처사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달 중순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이외 천경득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금융결제원 상임감사로, 한유진 전 노무현재단 사업본부장은 한국예탁결제원 상임이사로 내정됐다.
내정자들이 전문성을 강조하며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인사라는 게 보는 이들의 중론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 두겠다던 일자리 상황판은 사실은 낙하산 상황판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실 캠코더 인사는 새로울 것도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새로 선임되거나 연임된 금융계 임원 138명 중 32%가 친정부 캠코더 인사였다. 이중 금융 공기업 캠코더 인사는 47%나 됐다.
다만, 이번에는 캠코더 인사를 자중하는 게 좋았을지 모른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금융 현안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할 적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인사에 업계가 맘 졸이는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내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시행할 것으로 보이고, 한국은행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고 있지만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재발 방지와 투자상품에 대한 신뢰회복이 화두가 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관련 징계와 분쟁조정이 막바지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은 9014개에 달하는 국내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마무리했다. 법정공방이 남아있지만 웬만한 큰 과정은 모두 치뤘다.
문제는 내정자들이 자본시장 주요 이슈와 관련 책임이 막중한 자리로 들어간다는 데 있다. 황현선 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 내정자는 한국판 뉴딜펀드 운용을 총괄할 예정이다. 한유진 예탁원 상임이사는 옵티머스 사태 재발 방지에 책임이 있는 예탁결제원의 경영 전반에 관여할 예정이다.
낙하산 인사는 문 대통령이 말한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만 둬야 한다. 낙하산으론 전문성과 공정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 LH사태 이후 공기업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담하다. 비난이 확산하면 공기업 업무 자체가 마비될 소지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인식을 보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 한 관계자는 언론이 '낙하산'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비판을 가짜뉴스로 돌리기 전에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최소한의 의지라도 보여야 할 것이다.